‘조선구마사’ 멈춰 세운 시청자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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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조선구마사’ 첫방 4일 만에 방송중단 결정
광고불매운동으로 번진 드라마 역사 왜곡 논란
"창작자와 수용자 경계 무너져...K 콘텐츠 자긍심이 반감 키웠다"

SBS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 등으로 폐지된다. 출처: SBS 홈페이지
SBS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 등으로 폐지된다. 출처: SBS 홈페이지

[PD저널=김승혁 기자] 역사 왜곡 논란으로 광고불매운동까지 벌어진 <조선구마사>의 방송사와 제작사가 성난 민심에 무릎을 꿇었다. 

SBS는 26일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해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방송사와 제작사의 경제적 손실과 편성 공백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방송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조선구마사> 제작사인 스튜디오플렉스‧크레이브웍스‧롯데컬처웍스도 제작 중단 소식을 알리면서 해외 판권도 계약해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BS는 드라마의 방영권료 대부분을 제작사에 선지급한 상태였고, 제작사는 80%의 촬영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사와 제작사가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방송 4일 만에 제작 중단을 선택한 것인데, <조선구마사>를 향해 쏟아진 여론을 잠재울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구마사>는 지난 22일 첫회에서 조선 '기생집'에 월병과 피단, 만두 등의 중국 음식과 중국풍의 소품을 내보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태종 등 실존했던 인물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SBS와 제작사는 문제가 된 장면을 삭제하겠다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조선구마사> ‘광고주명단’이 온라인에 나돌고, 시청자들이 개별 기업들에 광고 철회를 압박하면서 광고주들도 발을 빼기 시작했다. 중화권 OTT 사이트인 WeTV에서 <조선구마사>를 ‘북한이 건국된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드라마’라고 소개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반감을 더욱 키웠다. 

이번 <조선구마사> 폐지는 시청자들이 제공받은 콘텐츠를 향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시청자(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한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국내 콘텐츠 시장에 이미 중국 자본이 깊숙이 들어온 가운데 자본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 생산에 시청자들이 미리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유튜브, SNS 등 자기를 표출하는 수단이 늘어나면서 점점 창작자와 수용자와의 경계도 무너지고 있는 추세”라면서 “콘텐츠 자체를 같이 만들어간다는 의식이 생긴 데다 우리 문화 콘텐츠에 대한 자긍심이 (역사왜곡 논란에 대한) 반감을 더욱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석현 YMCA 시청자미디어운동본부 팀장은 “중국풍 소품이나 역사 왜곡은 오래전부터 지적이 나왔는데, 제작에 앞선 기획단계부터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문제”라면서 “점점 중국 자본이 시장에 들어오고 있는데, 문제가 생길 때마다 드라마를 중간에 중단시킬 수는 없다. 창작 자율성을 보장 받기 위해선 실존 인물 묘사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제도적인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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