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신상공개 일주일 지났는데도 언론 "세 모녀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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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JTBC, 가해자와 범죄 성격 드러낸 '김태현 스토킹 살인사건' 명명
"언론 스토킹 범죄 피해 예방에 관심 가져야"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PD저널=손지인 기자] 스토킹하던 여성을 포함해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의 신상이 공개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대부분의 언론이 '세 모녀 살인 사건'이라는 명명으로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 서울경찰청 신상공개심의위원회의 결정에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스토킹하던 여성을 비롯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의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치밀하게 계획된 잔인한 범죄로 사회 불안을 야기하고, 신상공개 관련 국민청원이 접수되는 등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인 점을 고려한 결과였다.

사건의 심각성과 여론을 반영해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뒤에도 언론은 '세 모녀 살인'에 초점을 맞춰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피의자와 스토킹 범죄라는 본질을 부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언론사는 드물다.    

JTBC는 지난 6일 <뉴스룸>에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부각돼야 한다는 점, 또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담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처음으로 해당 사건을 '김태현 스토킹 살인사건'으로 규정했다. 이어 MBC 정도만 '김태현 스토킹 살인 사건'으로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사회적인 파장을 부른 사건의 네이밍은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고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런 맥락에서 과거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 'n번방 사건'을 사안의 본질을 드러내는 '성폭력 사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으로 바로잡은 움직임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9일 언론인권센터는 논평을 통해 "가해자의 이름과 범죄 행위를 중심으로 사건을 바꿔 불러야 한다. 그래야 선정적인 보도를 막고, 사건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다"며 "특히 이번 사건은 가해자의 신상이 공개되었기 때문에 ‘노원구 김태현 살인사건’이라 부르는 게 옳다"고 밝혔다.

온라인상에서도 유튜브나 기사 댓글에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부각합시다" "김태현 사건이라 부르세요. '노원 모녀' 빼고요" 등의 의견을 달면서 문제 의식을 드러내는 누리꾼들도 적지 않았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통화에서 "(여전히 다수의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 '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이라는 사건명을 통해서는 무슨 성격의 범죄인지, 왜 피해를 당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여진 이사는 "보도의 목적이 살인 사건을 알리는 것도 있지만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예방하는 것도 있다"며 "사건에 대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지, 보완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을 살피는 보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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