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빌레라’, 편견 가득 세대론 벗고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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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 발레리노 꿈꾸는 일흔 덕출과 방황하는 청춘 채록
발레로 소통하는 신구세대...갈등 부추기는 세대론에 일침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세대 갈등은 늘 화두였다. 신세대, X세대, Z세대 등등 새로 등장한 세대가 옛 세대와는 다른 어떤 차별점들을 갖고 있느냐는 그 시대를 읽는 키워드가 된 지 오래다. 물론 이러한 세대론은 늘 새로운 소비군을 창출해야 하는 산업과, 선거 같은 이슈에서 내 편과 네 편을 나누어 표심을 끌어내야 하는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면이 없지 않다. 그래서 이렇게 구분된 세대들은 서로 다른 세대들과의 갈등과 대결을 내포할 수밖에 없었다. 

세대 갈등이 조장됐든, 실제로 존재하든 세대 간 소통을 모색하는 콘텐츠들도 꾸준하게 나왔다. JTBC <눈이 부시게>는 인지 장애를 가진 한 어르신이 자신이 20대로 돌아간 줄 착각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노년과 청춘 세대의 소통과 공감을 담아낸 바 있고, tvN <디어 마이 프렌즈>는 책을 쓰기 위해 어르신을 만난 30대가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세대나 나이가 아닌 ‘친구(프렌즈)’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tvN <나빌레라>는 바로 그 계보를 잇는 휴먼드라마다.

칠순이 되어서 꿈에 다시 도전하려 하는 덕출(박인환)은 그 나이에 발레복을 입고 춤을 춘다는 것에 편견을 가진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친다. 그래서 포기할까도 생각하지만 그의 발레 스승인 20대 청춘 채록(송강)의 응원에 ‘정면돌파’를 선언한다.

한편 체벌 문제로 축구부 감독이었던 아버지가 감옥까지 가게 된 뒤 축구를 그만두고 발레의 길에 뛰어들었던 채록은 같은 축구부원이었던 호범(김권)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한다. 자신이 축구를 그만두게 된 분풀이를 채록에게 했던 것. 그런 호범에게 덕출은 있는 그대로의 팩트를 알려준다. “근데.. 채록이가 때렸어? 얘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채록이한테 이러는 건데? 안 그래 학생?”

<나빌레라>의 덕출과 채록이 발레라는 꿈을 함께 키워가며 겪는 이야기 속에는 현재의 어르신들과 청춘들이 마주한 현실이 담겨진다. 덕출에게는 지금껏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자기가 하고픈 일을 해본 적이 없었고, 이제 겨우 여유가 생겼을 때 노년을 맞이한 세대의 현실이 드리워져 있다. 과연 새로운 걸 도전할 수 있을까 하는 용기가 필요하고, 안 된다는 주변의 무수히 많은 편견과 선입견을 이겨내야 하는 현실. 

채록에게는 절실하게 노력해야 하는 경쟁적인 사회 속에서 똑같이 노력해도 태생적으로 달라지는 불공정한 현실이 드리워져 있다. 자신들이 잘못한 게 아니고, 어찌 보면 기성세대가 만들어낸 현실 때문에 청춘들이 부조리한 시스템 속에서 힘겨워하고 있다는 걸 한 젊은 꼰대를 꾸짖는 덕출의 목소리를 통해 드라마는 전한다.

“어르신이라고 부르지 말아요. 나 어른 아냐. 그깟 나이가 뭐 대수라고. 전요. 요즘 애들한테 해줄 말이 없어요. 미안해서요. 열심히 살면 된다고 가르쳤는데 이 세상이 안 그래. 당신 같은 사람이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으니까. 응원은 못해줄망정 밟지는 말아야지. 부끄러운 줄 알아요.”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

<나빌레라>의 칠순의 노인과 20대 청춘은 모두 만만찮은 현실 앞에 서 있는 세대들이다. 노년 세대들은 수명이 늘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해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고, 청춘 세대들은 이제 막 사회로 나가야 하는 스타트 라인에 서 있다.

이들은 모두 불안해한다. 과연 그 나이에도 새로운 꿈을 꿔도 되는지. 혹은 꿈꾸는 것들이 막막한 현실 앞에서 과연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 그래서 이 불안을 공유하는 노년 세대와 청춘 세대는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고 위로하면서 함께 꿈을 향해 나간다.

<나빌레라>의 서사가 그 구조만으로도 감동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꿈 이야기뿐만 아니라 세대 단절과 갈등을 부추기는 무수히 많은 세대론에 일침을 가한다. 세대론이 끄집어내곤 하는 어르신은 당연히 꼰대일거라는 허상과 청춘은 당연히 아무 것도 모른다는 착각을, 여기 아름다운 발레의 날갯짓을 함께 하고 있는 덕출과 채록이 여지없이 깨주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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