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집값 들썩 '오세훈 효과'로 포장한 언론...투기 조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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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집값 폭등 비판하더니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 보도 쏟아져
공인중개사·재건축 단지 주민 입 빌려 "신고가 갈아치워"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주변 아파트 단지.ⓒ뉴시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주변 아파트 단지.ⓒ뉴시스

[PD저널=이재형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 공약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울 집값 상승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집값 폭등 등을 이유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던 언론은 태도를 바꿔 '오세훈 효과'라는 해석을 내놓으며 집값 불안과 투기를 부추기고 있는 모양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이후 경제지는 서울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호가가 2~3억원씩 상승했다거나 매수 문의가 늘었다는 식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13일 <"방금도 계약서 두개 썼습니다" 강남 토지거래허가구역 ‘오세훈 효과’ 들썩>에서 "까다로운 실거주 요건 등으로 거래가 드물던 서울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 단지가 오 시장 취임 이후 들썩이고 있다. 10년째 재건축 승인이 묶인 잠실5단지를 비롯해 청담동, 삼성동, 대치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단지들은 매입 즉시 입주해야 하는 조건에도 최근 신고가를 지속적으로 갈아치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1일 <"호가 3억 올라"...강남 재건축 '오세훈 효과' 오나>에선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 가격동향 자료를 다루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강남지역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다시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 속도전'을 앞세워 10년 만에 서울시장직 복귀한 오 시장의 공약으로, 재건축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썼다. 

파이낸셜뉴스 4월 13일자 4면 기사.
파이낸셜뉴스 4월 13일자 4면 기사.

재건축 단지 공인중개사의 입을 빌려 규제 완화와 가격 상승 기대감을 전달하는 보도는 쉽게 접할 수 있다.  

<헤럴드경제>도 지난 9일 <오세훈 돌아오자 급반전 “목동 재건축 아직 살아있다”>에서 목동의 한 아파트 단지가 안전진단에서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오 시장이 규제를 풀어줄 걸 기대해 시장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헤럴드경제>는 "안전진단 등 재건축 관련 규제는 서울시 단독 권한으로 풀 수 없는 중앙정부 소관"이라면서도 "오 시장이 민간 재건축을 활성화시킨다고 공약한 만큼, 실망매물이 쉽게 나오진 않습니다“라는 익명의 공인중개사의 발언을 전하면서 규제 완화 기대감에 무게를 실었다. 

같은 날 뉴스1도 <[르포]"안전진단 통과 기대"…오세훈에 목동 재건축 기대감 최고조>에서 "부동산업계는 오세훈 시장이 재건축 지역 현안을 빠르게 해결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봤다. 재임 기간이 1년 3개월에 불과해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했다"며 부동산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규제 완화에 집값 상승을 유도하는 보도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재건축 재개발 등의 도시정비사업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세입자나 소상공인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 전국철거민협의회(전철협)는 지난 9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주도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앞서 세입자, 소상공인, 자영업자 주거권을 보호하기 위한 토론회를 촉구했지만 통신사(연합뉴스, 뉴시스, 뉴스핌) 기자만 참석했다. 

이호승 전철협 상임대표는 "과거 시공사 위주의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서 발생한 철거민 피해를 막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정책 토론회 개최 등을 서울시에 요구했다”며 “언론은 용산참사 등 큰 사건이 터지면 그때만 다루지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을 요구할 땐 큰 관심이 없다”라고 꼬집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2일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신속한 '스피드 주택공급'을 지시하면서 주요 재건축 단지의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가 집값을 자극해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 역시 시장의 막연한 기대감을 부풀리는 보도에 치중한다면 투기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서울시장이 해야할 것을 '땅장사' '투기 중심' 사업의 개혁 방안 등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언론도 오세훈 시장의 공약이 곧바로 실현 가능한 것처럼 민간 시장에 기대감을 불어넣고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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