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마녀사냥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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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PD연합회 성명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일부 정치세력의 TBS 흔들기가 연일 극성을 부리고 있다. 우리는 서울지역 공영방송 TBS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정치 공세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독립언론재단 TBS에 흠집을 내고 궁극적으로 TBS를 다시 장악하려는 이들의 불순한 공작은 결국 실패할 것이며, 시민사회의 분노와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임을 경고한다.

일부 정치세력은 대표이사 교체, <뉴스공장> 폐지를 통해 TBS를 장악하는 게 법적으로 여의치 않자 김어준씨의 출연료를 빌미로 감사원 개입을 요청하는 등 여론 선동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수구여론을 활용하여 김어준씨의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TBS 편성에 개입할 틈새를 만든 뒤 단계적으로 TBS 재장악을 꾀하겠다는 의도가 시민들 눈에 훤히 보이는 것이다.

김어준씨의 출연료에 대해서는 TBS가 지난 15일 합리적으로 설명한 바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2018년부터 3년 넘게 라디오 청취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TBS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TV · 유튜브 · 팟캐스트 광고와 라디오 협찬을 통해 연간 70억원 가까운 수익을 내고 있으며 ▲<뉴스공장>의 제작비는 이렇게 벌어들이는 총수익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라는 것이다.

김어준씨가 <뉴스공장>을 통해 TBS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서울시민의 세금을 아끼는 역할을 해 왔다는 TBS의 설명은 수긍할 만 하다. 불법 탈세나 편법 절세도 아니고, 종합소득세를 성실하게 납부한 사람의 개인 계좌를 들춰서 여론을 선동하는 것은 맘에 안 드는 진행자를 퇴출시키기 위한 마녀사냥에 다름 아니다.

그동안 언론개혁에 매번 딴죽을 걸어 온 박대출 의원이 TBS 흔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건 가관이다. 특정 진행자를 퇴출시키기 위해 국회까지 활용하는 그의 행태가 과연 온당한 일인가? 국회의원의 한 마디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언제라도 침해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식이라면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도 얼마든지 같은 방식으로 유린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박 의원의 19일 국회 발언이 나오고 단 이틀만인 21일 감사원이 TBS를 방문하여 조사에 착수했다니, 유례없이 신속한 행동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감사원은 일개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감사하는 게 숱한 공직자 비리와 부조리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하는 것인가.

감사원 직원들은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할 수 있다”며 “어차피 검찰이 수사하면 다 공개해야 하는 정보”라는 위협성 발언까지 했다니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해당 직원들은 “면담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말라”고 요구했다니 뭐가 캥겨서 이런 말까지 했는지 떳떳하게 밝혀야 한다.

백번 양보해서 감사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해도, 서울시 출연 기관인 TBS 감사는 서울시의 공공감사가 우선 아닌가. 방송 관행 전체를 문제 삼는 것이라면 몰라도 <뉴스공장>만 감사하겠다는 건 너무 뻔히 의도가 보이는 일 아닌가.

TBS에 대한 감사원의 개입은 2008년 정연주 KBS 사장을 부당하게 퇴출시킨 이명박정부의 끔찍한 방송장악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감사원은 ‘부실 · 방만 경영’을 이유로 정사장 해임의 명분을 제공했지만, 정사장은 2012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정을 받았다. 감사원은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독재의 악습을 되살리겠다는 것인가.

일부 극우 성향의 의원들은 이미 TBS 대표이사의 노동조합 경력과 과거에 연출한 프로그 램까지 거론하며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상황에 감사원이 개입한다면 TBS 장악을 노리는 정치 세력의 장단에 맞춰 국가기관인 감사원이 춤을 춘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감사원은 부적절한 표적 감사를 강행할 경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방송법 제4조는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 “누구든 방송 편성에 관하여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는 TBS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겠다는 TBS 구성원들의 결의를 적극 지지하며 심심한 격려를 보낸다.

TBS는 서울시장 선거 등 정치일정과 관계없이 프로그램 개편을 준비하는 등 방송 본연의 행보를 이어왔다. 다수의 서울 시민들이 TBS의 이러한 노력을 신뢰하며 변함없이 성원을 보내고 있다. TBS의 모든 임직원들은 거센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꿋꿋이, 의연하게 더 좋은 방송으로 시민들의 기대에 보답해 주시기 바란다.


2021년 4월 26일
한국PD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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