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미얀마 사태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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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미얀마 사태 해결할 수 있을까
아세안 '즉각적인 폭력 중단' 합의문 발표 이후에도 유혈사태 지속
"합의문 이행 미얀마 상황 조용해진 뒤 생각해보겠다"는 군부
미얀마 군부 '시간끌기' 제재 방안 없어
  • 한 싸인 미얀마 해직기자
  • 승인 2021.05.0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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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맞선 미얀마 시민들의 불복종 시위가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폐쇄되면서 미얀마 기자들도 거리로 나왔습니다. 한 싸인(필명) 기자도 그중 한 명입니다. 미얀마의 봄이 올 때까지 한 싸인 기자가 전하는 미얀마 현지 소식을 전합니다. <편집자 주>
[자카르타=AP/뉴시스] 미얀마 ‘쿠데타 주범’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2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 탕에랑 국제공항에 도착해 환영인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는 미얀마 유혈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아세안 특별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뉴시스
미얀마 ‘쿠데타 주범’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4월 2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 탕에랑 국제공항에 도착해 환영인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는 미얀마 유혈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아세안 특별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뉴시스(자카르타=AP) 

[PD저널=한 싸인 미얀마 해직기자] 권력을 뺏은 미얀마 군부 지도자가 참석한 자카르타 정상회담에서 합의문을 내놓은 뒤에 미얀마 사태에 개입하려고 하는 아세안을 미얀마 국민들은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지난 4월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담에서 나온 미얀마 사태와 관련한 합의서에는 △폭력의 즉각적인 중단 △평화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한 건설적인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모든 당사자의 자제 △당사자간 대화를 중재할 아세안 의장 특사 임명 △아세안 재난구호센터를 통한 인도주의적 지원 △아세안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과 모든 당사자 면담 보장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합의문이 아세안에 기대를 품고 있던 미얀마 국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의서에 군부 쿠데타에 대한 규탄은 물론이고 쿠데타로 희생된 800여명에 대한 애도가 빠졌다는 것이다. 구금 상태인 아웅산 수찌, 우윙민 대통령과 3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을 석방해야 된다는 것도 합의서에 빠졌다. 

정치평론가 우딴나인쏘는 이번 아세안의 개입이 유혈사태를 멈추고 미얀마 군부가 권력을 포기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미얀마 군부에게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군의 정치 개입이 미래에도 가능하게 하고, 군부에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또한 있다는 것이다. 

미얀마 군부가 국가권력을 뺏은 지 3개월째다. 3개월 동안 군부 쿠데타에 저항했던 시민 759명이 군부의 강경진압으로 희생됐고, 3485명이 구금, 1316명은 지명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미얀마 시민들을 학살하고 반인륜적인 범행을 저지르고 있는 미얀마 군부는 2년 동안의 시간을 더 가지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치 개입을 계속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얀마 국민들에게 영향력이 큰 아웅산 수찌의 정치 참여에 제한을 두기 위해 비례 대표제Proportional Representation (PR)제도를 추진하고 국회 내에 군부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정당(위성정당)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정치평론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세안이 미얀마 사태에 개입하고 설득하는 시간에 군부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것은 아닌가라고 민족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NUG)는 보고 있다. 작년 총선에 압승한 의원들로 구성된 연방의회대표의원회(CRPH)는 지난 4월 16일 민족통합정부(NUG)를 출범시켰다. 

“아세안의 미얀마 사태 해결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인가, 시간 낭비를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 시간만 끌고 있다면 이번 아세안의 계획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고 민족통합정부의 외무부 차관인 우모쪼우가 말했다. 

미얀마 군부 지도자 민 아웅 흘라인 총사령관 또한 미얀마를 자기네들이 원하는 대로 관리하지 못한 상황이라서 아세안의 합의문 이행을 잠시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군부는 지난 4월 26일 미얀마 내에서 어느 정도 조용해졌을 때(군부는 국민들이 난동을 부려 비상상태를 선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 아세안의 다섯 가지 합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양곤=AP/뉴시스]27일 미얀마 양곤에서 반 쿠데타 시위대가 현수막을 들고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시위 및 행진하고 있다. 지난 24일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 특별 정상 회의에서의 즉각적 폭력 중단 합의에 민 아울 흘라잉 군 최고 사령관이 동의했음에도 미얀마 군경의 체포와 구타가 멈추지 않자 전국 곳곳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뉴시스
4월 27일 미얀마 양곤에서 반 쿠데타 시위대가 현수막을 들고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시위 및 행진하고 있다. 지난 24일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 특별 정상 회의에서의 즉각적 폭력 중단 합의에 민 아울 흘라잉 군 최고 사령관이 동의했음에도 미얀마 군경의 체포와 구타가 멈추지 않자 전국 곳곳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뉴시스(자카르타=AP)

국제사회는 군부와 문민정부 간의 대화가 성사될 수 있도록 아세안 특임 대사 및 대표단의 방문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군 지도부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군 지도부의 반응에 아세안은 침묵하고 있다.

NUG 정부 만 윈 카잉 딴 총리는 아세안 정상회담의 합의문 이행이 군부의 거짓된 계획으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아세안이 미얀마 군사 위원회가 합의한 것들을 잘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권 전문가인 톰 앤드류스(Tom Andrews)도 아세안 정상회담의 합의가 서류에 그치지 않고 하루 빨리 실행해야 한다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폭력적인 학살이 중단될 것인지, 시민들이 사는 동네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적인 행태들이 중단될 것인지, 천명이 넘는 구금된 국민들을 석방해 줄 것인지, 범죄로 낙인찍힌 국민들을 풀어줄 것인지 지켜보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렇지만 폭력을 즉시 중단하겠다고 약속한 미얀마 군 지도부의 군인들은 이후에도 국민들을 구금하고 학살하고 있다. 군인들은 지난 4월 27일 서가잉도 꺼니 타운십 차운마 마을의 35살 꼬 쪼나인을 구금하고 그 다음 날인 28일 싸늘한 시신으로 돌려보냈다. 자카르타 회담 후 군부의 강경 진압으로 4월 30일까지 11명이 희생됐다고 미얀마 정치범지원연합(Assistance Association for Political Prisoners, AAPP)은 밝혔다. 

군대에서 20년간 근무하고 현재 정치 연구를 하고 있는 아웅묘 박사는 “미얀마 군부가 아세안 합의문을 이행하지 않거나 시간을 끌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웅묘 박사는 미얀마 군부가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않은 아세안 헌장의 압박은 피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세안 헌장에는 아세안 회원국의 ‘내정 불간섭 원칙’과 아세안 국가와 관련한 결정을 내릴 때 회원국들의 만장일치라는 원칙이 있다. 이 조항들이 아세안의 미얀마 사태 해결에 방해물이 되고 있고 아세안 정상회담에서 미얀마 군부에 아무리 압박을 주는 합의를 하더라도 처벌 조항은 없다고 아웅묘 박사는 말했다. 

자카르타 회담 합의서에 아웅산 수찌 국가고문을 포함한 모든 구금자들을 석방해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하지 않은 이유는 미얀마 군부 지도자 민 아웅 흘라인 총사령관이 거절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NUG 외무부 우모쪼우 차관은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아세안이  4년 전 서아프리카 내 감비아에서 벌어진 총선 갈등을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Economic Commuity of Western African States)를 통해 해결한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75년에 서아프리카의 15개국이 모여 발족한 경제 공동체가 바로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이다. 1993년 이후에 정치 개입에 대한 조항들도 생겨나기 시작했고  2017년도에 경제공동체 회원국인 감비아에서 정치 불안이 생겼다. 

당시 감비아 대통령인 야햐 자메(Yahya Jammeh)는 2016년도 대통령 선거의 피배를 받아들이지 않고 권력 이양을 거부했다. 야햐 자메는 군 출신이며 1994년도부터 권력을 장악하고 있었다.  

2017년 1월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은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군인 7000명을 감비아에 투입했다. 당시 감비아의 군인은 2500명 규모였다고 한다. 야햐 자메 대통령은 즉시 권력을 포기하고 총선에 압승한 아다마 배로(Adama Barrow)가 대통령에 올랐다. 

3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의 카마유트 지역에서 반 쿠데타 시위대가 "카마유트는 승리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고 구호를 외치며 타이어를 태우고 있다.ⓒ뉴시스(양곤=AP)
3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의 카마유트 지역에서 반 쿠데타 시위대가 "카마유트는 승리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고 구호를 외치며 타이어를 태우고 있다.ⓒ뉴시스(양곤=AP)

민족통합정부의 우모쪼우 차관은 회원국 모두의 동의를 못 받은 경우 다른 방법으로 따로 동의를 받을 수 있다는 아세안 헌장 20조항 2번을 활용해 미얀마 군부를 압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우떼인세인 정부 때 대변인이었던 예투웃은 “아세안 회원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 해결과 제재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아세안 내 국가들이 민주주의의 발전 정도가 뒤쳐져 있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해 나가는 국가는 필리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만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얀마의 정치적 불안 상태를 해결하고, 미얀마 군부가 권력을 포기하고 문민정부의 시대로 돌려줄 것을 압박할 수 있는 방안이 아세안에 없다고 하원의 전 의원인 우예툰은 분석했다. “아세안은 미얀마 군부가 제자리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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