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장사' 몰두한 남혐 논란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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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장사' 몰두한 남혐 논란 보도
GS25 캠페인·웹툰 논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언론
'혐오표현 보기 어려워' 지적에도 논란 확대 보도
"성별 혐오 논란 보도 기준 없어...가이드라인 마련 필요"
  • 김승혁 손지인 기자
  • 승인 2021.05.07 12:4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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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혐' 논란이 일었던 GS25 캠핑 이벤트 포스터
'남혐' 논란이 일었던 GS25 캠핑 이벤트 포스터

[PD저널=김승혁 손지인 기자]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보도는 이번 'GS25 남혐 포스터' 논란에서도 반복됐다.  

지난 1일 '남초'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GS25 광고 캠페인 포스터'에 남성혐오 이미지가 있다는 취지의 글을 언론이 줄지어 '받아쓰기'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GS25가 SNS에 게시한 캠핑 이벤트 포스터의 소시지를 잡고 있는 손모양이 ‘메갈리아’(급진적인 페미니스트의 커뮤니티)를 상징하는 이미지와 유사하다는 주장은 금새 '남성혐오' 논란으로 전환됐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지난 2일부터 7일(오전 10시 기준)까지 'GS25 남혐 논란' 키워드로 올라온 기사는 모두 489개. 주로 커뮤니티의 주장을 퍼나르거나 이후 파장, 기업의 반응 등을 다룬 보도였다. GS25 불매운동과 GS25와 군대 PX의 계약을 전면 철회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글을 소개하거나 서울지방경찰청, 다른 온라인 쇼핑몰도 유사한 논란이 있다는 식의 보도가 이어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서비스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를 통해 'GS25 남성혐오 논란' 보도의 연관어를 살펴본 결과에서도 '청원' '불매운동' '가맹점주들' '군부대PX 계약' 등이 주요 연관어로 등장했다.   

논란은 눈덩이처럼 부풀려졌지만 '메갈리아' 로고가 '혐오표현'에 해당하는지 묻고 따지는 보도는 드물었다. 지난 5일 포털사이트에 송고된 <GS리테일, 또 남성혐오 논란 휩싸여…젠더 갈등에 ‘불매운동’ 주가 하락세>(세계일보)는 "'GS 리테일 50주년 기념주화' 홍보물을 본 한 누리꾼이 ‘동전 이미지 가운데에서 특정 손가락 모양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면서 젠더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며 일방적인 주장을 논란의 근거로 삼으면서 GS리테일의 대응 등을 덧붙였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표현 리포트'는 혐오표현을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지역, 인종,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특정 집단에게 모욕·비하·멸시·위협하거나 차별·폭력을 선전·선동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다름을 이유로 차별을 조장하고 강화하는 경우를 '혐오표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GS25 남성혐오' 논란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혐오표현의 핵심은 사회적 배제 효과를 갖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장애인 혐오는 장애인의 사회 활동을 제한하고, 성소수자 혐오는 이들이 정체성을 공개할 기회를 막는다”며 “해당 논란은 모욕이나 비하 정도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남성의 사회적 평판과 개인 인격을 혐오하는 등의 사회적 배제 효과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지난 6일 TBS <명랑시사 이승원입니다>에서 "'우리도 살기 힘들고 불안한데 여성만 우대한다'고 느끼는 젊은 남성들의 불만이 감정적이고 집단적인 공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며 "애초에 잘못된 여성혐오 표현들을 바꾸는 선에서 그쳤으면 되는데, 똑같이 되갚아준다고 남성혐오 표현들을 만들고 공방을 주고 받으면서 전쟁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를 통해 'GS25 남성혐오 보도' 연관어 분석를 실시한 결과.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GS25 남성혐오 논란 보도' 연관어 분석 결과.

앞서 '남혐 웹툰' 논란 보도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웹툰 <바른연애 길잡이><성경의 역사><이두나!>는 '허버허버' 등의 단어가 '메갈리아'에서 남성을 비하할 때 쓴다는 이유로 '남혐' 논란에 휩싸였다. 

<"남자들 없어졌으면" 남혐 논란에…웹툰 '성경의 역사' 평점 테러>(뉴스1 ,4월 17일), <“남자들 죽었으면”…‘성경의 역사’ 남혐 논란에 결국 수정>(서울신문, 4월 18일), <'바른연애길잡이' 남성혐오 논란에 작가 "남혐 아니지만 송구">(파이낸셜뉴스, 4월 23일) 등 일부 남성들의 공격과 이에 따른 수정·사과 조치를 다룬 보도가 주를 이뤘다.

최근 늘어난 '남성혐오' 논란을 다루면서 '젠더 갈등'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도 보도 행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난 여론에 편승해 성대결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이다. 

최이숙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혐 논란'도 온라인에서 떠도는 주장을 실어나르는 행태가 올바르다고 말할 수 있는가. 조회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지만 언론의 책임 측면에서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언론이 중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했으면 갈등의 맥락과 결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라고 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사회적 갈등 현상 보도에서 문제라고 지적받아온 행태가 이번에도 반복된 것"이라며 "'혐오경제'라 불리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인데, 언론은 몇 가지 사례로 남성 혐오 논란을 갈등 현상으로 대서특필하는 보도 행태를 자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뚜렷한 근거가 없는 주장을 '혐오 논란'으로 키우는 보도가 늘면서 성별 혐오표현과 관련한 보도 가이드라인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수진 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장은 “남성‧여성을 가리지 않고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보도가 넘쳐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은 없는 상태“라며 "오는 11일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 회의를 열어 혐오 현상과 관련한 보도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구축할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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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비 2021-05-18 12:48:32
저 소시지가 조개나 가리비였으면 메갈들 난리났겠지

이걸말이라고 2021-05-09 21:15:46
혐오의 사전적 정의 : 미워하고 싫어함

남성 혐오 : 남성을 미워하고 싫어함

남성 혐오표현 :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지역, 인종,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남성 집단에게 모욕·비하·멸시·위협하거나 차별·폭력을 선전·선동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 (당신이 작성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표현 리포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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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에 대한 혐오는 존재할 수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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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은 약자지만
시민들은 강자라서 루이16세 처형이 오히려 약자에 대한 혐오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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