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뉴스공장’ 제작진 '생태탕' 인터뷰 논란 적극 항변...'행정지도'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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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의 뉴스공장’ 제작진 '생태탕' 인터뷰 논란 적극 항변...'행정지도' 결론
선거방송심의위, 7일 1시간 넘게 '뉴스공장' 의견진술 진행
"15년 전 오세훈 바지 색깔 기억, 믿을만 한가"..."제보 신빙성 확인 노력"
TBS "'반론 듣는 코너 신설' '방송제작 가이드라인' 개정 추진"
  • 손지인 기자
  • 승인 2021.05.07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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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홈페이지 갈무리.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홈페이지 갈무리.

[PD저널=손지인 기자]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위)가 4·7 보궐선거를 이틀 앞두고 국민의힘 후보들의 ‘생태탕’ ‘엘시티 특혜’ 의혹과 관련한 제보자 인터뷰를 내보낸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제작진의 의견을 청취한 뒤 행정지도 '권고'를 내렸다. 

7일 열린 선방위 회의에선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한 TBS 제작 책임자, <김어준의 뉴스공장> PD와 위원들 간에 1시간 넘게 질의 응답이 오갔다.  지난 4월 16일 선방위는 <김어준의 뉴스공장>(4월 5일 방송분)에 대해 제재 수위를 결정하지 못하고 법정제재를 전제로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 출석한 송원섭 TBS 라디오제작본부장과 양승창 PD는 익명 인터뷰의 불가피성과 국민의힘 측의 반론을 반영하지 못한 이유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변했다.  

권오현 위원은 “국민의 알권리와 선거방송의 신빙성, 객관성을 위해서는 제보자들의 인적사항을 밝히는 게 필요했다”며 “한쪽(국민의힘)의 반론이 제기되지 않는 상태에서 왜 굳이 제보자의 인적사항도 밝히지 않고 방송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정영식 부위원장은 “전문가들에 의하면, 일주일이 지나면 사람의 기억의 75%가 손실된다고 한다. 그런데 15년 전 사건 속 (오세훈 서울시장의)신발과 바지 색깔을 기억한다는 게 믿을만하다고 생각하느냐”고 인터뷰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양승창 PD는 “제보자들의 성명을 밝힌 후 인터뷰를 했으면 좋았겠지만, 일반인들이다보니 목소리를 내는 것에 두려움이 있어 익명 처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제작진은 해당 제보가 한 사람의 목소리인지, 제보의 신빙성이 있는지 등을 모두 확인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송원섭 본부장은 제보자 주장의 신빙성에 대해 “옷 색깔 등 구체적인 부분보다도 (오세훈 후보가) 생태탕 집에 갔는지 안갔는지에 대한 기억은 달라질 수 없다고 봤다”며 “또 15년 전 일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상표까지 말씀하시는 걸 보면 기억이 잘못됐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보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내보내면서 국민의힘 측의 반론권 보장이 미흡했다는 질의도 나왔다. 

임나혜숙 위원은 “(출연·반론 요청을 받고) 안 나온 쪽에 문제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 사안을 꼭 다뤄야 하는데, 한쪽에서 안나온다고 할 때 제작자로서 어떻게 공정성을 갖출 것인지는 TBS에서 연구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양승창 PD는 “국민의힘 측 후보자뿐만 아니라 대변인, 선대위원장 등을 통해 인터뷰를 꾸준히 요청했다. 오세훈 후보 측에는 네다섯 분, 박형준 후보 측에는 네 분 정도에게 매일 연락을 드렸다”며 “하지만 아예 답을 안하시거나 답변을 할 수 없다는 입장만 들을 수 있었다. 저희도 직접 모시거나 의견을 들을 수 없어 안타깝고 아쉬웠다”고 해명했다. 

TBS 측은 이날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관련해 반론권 보장이 미흡하다는 지적 등을 반영해 가이드라인 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원섭 본부장은 “현재 TBS 주요 시사 프로그램 취재 전 과정, 관련 자료 등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반론을 듣는 코너 상설화를 고민하고 있고, 반론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제작진에게 어떤 책임과 의무를 부여할 것인지 등을 포함해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재 수위는 위원 4명이 법정제재를, 3명은 ‘행정지도’, 2명은 ‘문제없음’ 의견을 내 행정지도 ‘권고’로 최종 결정됐다.

정영식 부위원장은 “선거 임박해서 익명 인터뷰로 의혹을 키워 유권자들의 선택에 혼란을 줬다”면서 “선거기간 내내 특정 후보 의혹을 집중적, 반복적으로 보도하는 행태는 선거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라며 법정제재 ‘경고’ 이상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권오현 위원도 “선방위는 언론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감시하기 위해 존재한다”며 “언론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또 향후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경고’ 정도의 제재는 내려야 한다”고 법정제재를 밀어붙였지만, 소수 의견에 그쳤다. 

조항제 위원장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행정지도'를 의결하면서 “TBS 측이 의견진술에서 밝혔던 계획과 앞으로 성찰하겠다는 태도 등을 고려해 권고로 결정된 것”이라며 “충분한 의견청취와 논의를 진행했다고 보고, TBS가 앞으로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선방위는 지난 회의에서 4대 4로 의견이 갈려 의결을 보류했던 <김어준의 뉴스공장>(4월 2일 방송분) ‘생태탕’ 가게 모자 인터뷰와, 서울시장 후보 간의 공방을 다루면서 “아무튼 입만 벌리면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와” 등 영화·드라마 대사를 언급한 JTBC <정치부회의>(3월 31일)에는 '문제없음'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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