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의 도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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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택시'의 도착지
반화점 돈 SBS '모범택시' 상승세 이어갈까
문지개 운수와 대립하는 강하나 검사 행보에 기대감
  •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1.05.0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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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모범택시' ⓒSBS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SBS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SBS <모범택시>가 반환점을 돌았다. 방송 초기 ‘사적 복수’라는 소재와 ‘19세 이상 시청가’라는 제약조건으로 미뤄보아 다소 무겁운 드라마일 거라는 예측을 깨고 시청률 상승세를 타고 있다. 첫 방송부터 10.7%로 발을 뗀 데 이어 입소문을 타고 차근차근 최고 시청률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모범택시>의 순항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검증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향도 있지만, 원작을 드라마의 문법에 걸맞게끔 잘 살린 각색과 연출이 한몫하고 있다. 인기 웹툰의 영상화가 ‘흥행 보증수표’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걸 경험해온 만큼 드라마 <모범택시>의 화제성을 짚어본다. 

<모범택시>는 정의가 실종된 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적 복수 대행을 앞세운 만큼 현실적인 사건을 다룬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담당했던 시사PD 출신 박준우 PD와 오상호 작가는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살인, 인권 유린, 학교 폭력, 직장 내 갑질 등을 조명한다. 최근 방송분에서는 실제 사건인 웹하드 위디스크의 양진호 회장을 연상시키는 에피소드를 주요하게 다루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뉴스를 통해 접했던 시의성 있는 사건들이 등장하고, 무지개 운수 직원들이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감행하는 과정은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준다. 방송 초반 폭력을 묘사하는 수위가 높다는 비판이 제기됐으나 극의 초점은 피해자의 퇴로 없는 고통과 회복되지 않은 현실을 비춘다. 

이처럼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으나, 드라마의 구성까지 무겁지 않다. 과거 방송사들이 16부작 드라마 편성으로 맞붙는 게 보편적이었으나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되면서 짧은 시간에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들은 온전히 16부작을 보기 어려워졌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듯 <모범택시>는 16부작이지만, 2~4부 에피소드를 일단락 짓고, 새로운 에피소드로 옮겨간다. 사건의 스케일을 줄인 대신 자칫 시청자들이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는 드라마의 호흡을 속도감 있게 구성한 것이다. 극의 반환점을 앞둔 시점에는 엽기적인 갑질 행각과 웹하드 카르텔로 번진 에피소드를 4부에 걸쳐 내보내 몰입도를 높인 동시에 통쾌한 복수로 극적 재미를 높였다.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SBS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SBS

이른바 ‘다크 히어로물’이지만, 다양한 인물의 등장도 눈에 띈다. 주인공인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 분) 위주로 이야기가 흐르기보다 주‧조연 인물이 조화롭게 나와 극을 이끌고 있다. 파랑새재단의 장성철(김의성 분)과 무지개 운수의 멤버들의 복수 대행이 볼거리를 선사한다면, 이들 모두 피해자라는 사실은 서로 다른 사건을 겪었을지라도 피해자가 처한 현실을 환기한다.

박준우 PD가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밥을 먹지 않고, 잠을 자지 않는다. 일상생활이 없는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주인공의 가족도 등장하지 않는다”라고 밝힌 것처럼 인물의 서사를 의도적으로 ‘보여주기’와 ‘숨기기’를 하면서 이들이 ‘사적 복수’를 감행할 수밖에 없었던 동기를 되짚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웹툰을 드라마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새로 창조된 인물인 강하나(이솜 분)의 행보가 드라마의 후반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극의 전반부에서는 공권력이 제대로 가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무지개 운수의 복수 대행은 설득력을 얻는 동시에 법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물었다. 그러나 서울북부지검의 강하나 검사는 사건을 해결의 칼자루를 쥔 인물이다. 그는 법의 테두리에서 사건을 파헤치고, 처벌을 내리는 역할이다.

아직 무지개 운수보다 한 발짝 뒤처지거나 허탕을 치는 등 크게 활약한 적은 없지만, 강하나 검사의 끈질긴 추적은 법과 무법의 경계에 선 무지개 운수와 갈등의 축을 만들 수밖에 없다. 무지개 운수와 강하나 검사의 대립은 드라마의 주제와 직결될 수 있는 만큼 향후 어떤 이야기로 펼쳐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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