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도배한 '한강 대학생 사망’ 보도...의혹 해소는커녕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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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대학생 시신 발견된 이후 관련 보도 2000건 이상
'많이 본 뉴스' 1~5위 손정민씨 사건으로 줄 세운 언론사도
"조회수 급급한 언론...과도한 속보 경쟁 벌여"

10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앞에서 경찰이 고(故) 손정민씨 친구 휴대전화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10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앞에서 경찰이 고(故) 손정민씨 친구 휴대전화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손지인 기자] 지난 10여 일간 쏟아진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 보도로 포털은 도배되다시피 했다.

한강에서 손정민씨가 실종된 지난달 28일부터 11일 현재(오후 5시)까지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송고된 기사는 2천건을 훌쩍 뛰어넘는다. 유족이 손씨의 사망 규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고, 사건에 의문점이 많다고 하더라도 언론의 보도 행태는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실종됐던 故 손정민씨는 실종 닷새만인 지난달 30일 한강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다른 변사사건과 달리 故 손정민씨 사건이 언론과 대중의 집중적인 관심이 받은 이유는 손씨의 아버지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사건을 공론화한 측면이 크다. 여기에 사망 경위를 둘러싼 의문점들을 네티즌 수사대들이 적극적으로 캐기 시작하면서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30일부터 언론이 송정민씨 사망 사건에 보인 관심은 정치, 사회 현안 뉴스를 덮을 정도였지만, 내용을 보면 오히려 수사에 혼선을 주거나 근거 없는 의혹을 퍼나르는 보도가 대다수였다. 

네이버가 집계하는 언론사별 '많이 본 뉴스'에서 손정민씨 사건은 지난 10여일 동안 줄곧 상위를 차지했다. 기사 조회수로 매기는 '많이 본 뉴스' 순위를 보면 이 사건 뉴스가 어떻게 생산되고 소비됐는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민영통신사인 <뉴스1>과 경제지 <이데일리><서울경제>, 인터넷매체 <데일리안>은 '많이 본 뉴스' 1~5위를 모두 손정민씨 사건으로 줄을 세우기도 했다. 

<이데일리>는 지난 3~4일 '많이 읽은 뉴스' 5개 전부 손정민씨 사건 보도였다. 지난 3일에는 <‘한강 실종 대학생‘ 친구가 신발을 버린 이유...父 “답답할 뿐”><’한강 실종 대학생‘ CCTV 속 남성 3명 “뛰어다녔을 뿐”> <“고맙다, 잘 커줘서”...한강 실종 대학생‧父  생전 나눈 카톡 > <한강 사망 대학생 실종날 “새벽에 경찰차 6대 출동” 목격담> <“그사람들 맞다면” 한강 실종 대학생 CCTV에 목격자 댓글>이 기사 조회수가 가장 많았다.  

내용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네티즌들이 제기한 목격담을 '아니면 말고식'으로 보도하고, 경찰이 사실 무근이라고 발표하면 이를 다시 받아쓰는 식이다.

네이버 '많이 본 뉴스' 1~5위에 모두 손정민씨 사건이 오른 '서울경제' '이데일리' '데일리안'.
네이버 '많이 본 뉴스' 1~5위에 모두 손정민씨 사건이 오른 '서울경제' '이데일리' '데일리안'.

<'한강공원 사망사건'… 인근서 낚시하던 남성이 새벽 4시51분에 주고받은 카톡>(위키트리, 5월 3일), <故손정민씨 업고 가는 친구? CCTV 보고 의혹 제기한 누리꾼>(머니투데이, 5월 6일)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의혹들을 나르는 보도는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손정민씨 사건을 띄운 언론이 높은 조회수가 확인되자 경쟁적으로 관련 뉴스를 생산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언론인권센터는 지난 10일 낸 논평에서 "언론은 조회수 늘리기에 급급하며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사안들을 보도하기 시작했다"며 "과도한 속보 경쟁 속에서 취재없는 받아쓰기 기사, 추측과 과정으로 오염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고 비판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언론이 실종 당시 손정민씨와 함께 있었던 친구A씨를 겨냥해 마녀사냥식 보도를 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A씨가 실종 당일 손정민씨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고, A씨의 아버지가 신발을 버렸다는 등의 행적은 경찰의 수사 태도와 맞물려 '음모론'을 키웠다. 

<'한강 실종 대학생' 아버지의 두 가지 의문…신발은 왜 버렸나?>(MBN, 5월 3일) <"신발 보여달라고 하자 0.5초 만에···" 한강서 사망한 의대생 아버지 제기한 의문들>(서울경제, 5월 3일), <손정민 父 "조문 안 온다" 하자 새벽에 장례식장 찾은 친구...유족 조문 거절>(부산일보 5월 4일) 등 언론도 친구 A씨를 향한 의심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데일리안>은 지난 10일 'A씨의 신상털기 논란'을 보도하면서 A씨로 추정되는 인물의 영상을 모자이크 처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내보내기도 했다. 521개의 댓글 중에는 "문제의 본질은 의혹을 밝히는 것이지 특정 개인의 신상털이가 아니다", "무죄추정의 원칙도 모르나", "선정적 여론몰이로 마녀재판을 하는 것" 등 보도에 비판적인 글도 보였다.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장은 “A씨는 피의자 신분도 아닌 상태로, 언론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면서 “아버지 입장에서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지만 언론은 꼼꼼하게 검증해야 한다. 경찰·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성숙하고 차분하게 보도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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