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전팔기' 반려식물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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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전팔기' 반려식물 키우기
[뽕짝이 내게로 온날 49]
  • 김사은 전북원음방송 PD
  • 승인 2021.05.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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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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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사은 전북원음방송 PD] 나는 천성이 게으르고 주변을 살피지 못해 무언가를 잘 가꾸지 못한다 그렇다고 선뜻 개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생각은 없다. 생명을 들이는 것은 더욱 각별한 책임감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여고 시절, 학급마다 새와 금붕어를 키우는 과제가 주어졌다. 새장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나 금붕어가 어항을 헤엄치는 모습은 여고생들에게 좋은 환경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우리 반 새들이 죽어 나간다는 것이다. 월요일에 등교해서 보면 깃털만 남긴 채 새 한 쌍이 사라지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먹잇감이 있는 것을 아는 쥐 같은 설치류의 공격이 아니었나 싶다.

어떤 반은 금붕어가 피해를 입는다는데 우리 반에서는 새들이 희생되곤 했다. 빈 새장을 채워 넣는 것은 반장인 나의 몫이었고, 나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버스를 타고 남원에서 전주까지 나가서 한옥마을 근처 새집에서 새를 한 쌍 사서 다시 학교까지 나르곤 했다. 

작은 새를 우리 반 새장에 넣어줄 때, 그때가 유일하게 체온을 나누는 순간이다. 손에 다가오는 따뜻하고 여린 깃털, 가만가만 숨 쉬는 생명의 교감은 정말 가슴 뭉클한 것이었다. 밥은 잘 먹는지, 물은 부족하지 않은지, 당번을 정해서 관리를 해도, 최후 책임자는 반장의 몫이어서 작은 새의 생명은 나에게 달려있는 듯했다. 정성을 들여도 그렇게 몇 차례 습격을 당하고 새들이 없어지곤 하니, 이렇게 생명을 계속 들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크게 상심했다.

진달래가 곱게 피던 날 내 곁에 날아오더니
작은 날개 가만히 접어서 내 마음에 꿈을 주었죠
이젠 서로 정이 들어서 떨어져 살 수 없을 때
외로움을 가슴에 안은 채 우린 서로 남이 된 거죠
신록이 푸르던 날도 어느덧 다 지나가고
내 모습은 이렇게 내 모습은 이렇게
야위어만 가고 있어요
내 마음은 이렇게 내 마음은 이렇게
병이 들어가고 있어요
아픈 마음 달래가면서 난 누굴 기다리나요
하염없이 눈물이 자꾸만 잎새 되어 떨어지는데
(박길라 노래 / <나무와 새> 가사 일부)

결혼을 하고 아들이 태어나면서 친정어머니가 집안 살림과 양육을 도와주셨을 때, 그나마 우리 집 베란다는 화초로 풍성했다. 하지만 작은 베란다가 엄마의 화초로 뒤덮였을 때, 나는 적잖이 속이 상했었다. 엄마의 화초는 우리의 낭만을 허락하지 않았고 종류를 가리지 않고 마치 무성한 밀림처럼 베란다를 잠식했다. 

조금 더 큰 집으로 이사해서는 화분이 많아도 여유로웠다. 아이들이 성장해서 더 이상 할머니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아 졌을 때, 친정엄마는 화분과 함께 남원 집으로 가셨다. 우리들이 화분을 잘 키우리라는 확신이 없으셨을 거고 나 또한 미련도 없었다. 그나마 베란다에 남아있는 아이들은 태초부터 생명력이 질기거나 사랑에 연연하지 않는 강인한 녀석들이기에 주인의 무심함으로부터 무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각종 행사나 수상으로 축하 난이나 화분이 들어올 때마다 우리 가족들은 생존확률이 낮은 생명을 미리 안타까워하며 빠른 조의(弔意)를 표하기도 했다. 

물론 그사이, 자의로 공수해 온 식물도 더러 없진 않았다. 꽃가게 주인으로부터 요령도 듣고 유념도 해보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다지 정을 오래 주지 않고 죽어버리기 일쑤였다. 어떤 건 말라 죽고 어느 경우 물이 많아 죽었다고 했다. 요즘 말로 ‘똥손’인 것이 부끄럽다. 화초를 잘 가꾸어 해마다 꽃이 피었다거나 열매가 맺었다고 소식 전해주는 ‘금 손’이 부럽기만 하다. 

올해는 이 아이들과 좀 더 친해지고 싶었는데 작은 기회가 찾아왔다. 올 초, 파 값이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할 때 친정엄마가 텃밭에서 기른 파를 한 아름 안겨주시며 화분에 심어놓고 오래 먹으라고 하셨다. 파 값도 비쌌지만 올해부터는 무언가 마음자세가 달라진 것 같았다.  텃밭의 흙이 털려 나가지 않도록 두어 군데 화분에 심어두었더니, 신기하게도 신선함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었다. “아! 나도 뭔가 할 수 있겠군.” 약간의 자신감이 상승하는 순간이었다.

한동안 파를 사지 않고 베란다에서 파를 공수해서 잘 먹었다. 그런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파가 무르기 시작하는 것 같더니 시커먼 것들이 파 주변에 퍼져있었다. 아마도 곰팡이인 듯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예년에 비해 오래 살아있었음에 감사하며 남은 파를 정리했다. 

사무실에서도 언제부터인가 푸르고 작은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3층 방송사에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다 보면 2층 계단 끝에 작은 화분 두어 개가 옹기종기 모여서 빼꼼히 얼굴을 내어 놓고 있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형광색 화초는, 광합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바랜 듯했는데 그 점이 그 화초의 특성이라고 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아마도 ‘형광 덴드롱’이라고 불리는 ‘필로덴드론 레몬라임’이 아닌가 싶다. 거무튀튀한 복도 한편에 푸른 화초가 있어서 반가웠는데, 문제는 늘 바랜 것 같은 색깔이 마음에 걸렸다. 오가는 사람이 나처럼, ‘바랜 것 아니냐.’ ‘원래 색깔이 그러하냐.’ ‘물을 안 줘서 영양실조 걸린 것이냐’ 한마디씩 물어보았던 모양이다.

2층 신문사 경리 담당자는 ‘바랜 듯’한 화초를 사무실 안으로 들이고 새로 두 개의 화분을 들여왔다. 다행히 작은 표지판이 있어서 그 화초가 ‘페페’ 임을 알 수 있었다. 이름도 이쁘고 푸른 이파리가 야무지게 매달려 있어서 보기에도 좋았다. ‘페페’도 종류가 매우 많은데, 인터넷을 통해 사진으로 보기에 페르시안 페레나 폴라 페레에 가까운 것 같다. 어쨌든 ‘페페’라는 아이가 출근할 때마다 올망졸망 모여서 반겨주는 덕에, 2층에서 3층까지 계단을 올라가는 즐거움이 생겼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하루가 다르게 어찌나 쑥쑥 잘 크는지, 금세 산발이 되었다. ‘페페’는 나에게 화초에 대한 관심과 욕구를 촉발시켰다. 

꽃은 참 예쁘다
풀꽃도 예쁘다
이 꽃 저 꽃 저 꽃 이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꽃은 참 예쁘다
풀꽃도 예쁘다
이 꽃 저 꽃 저 꽃 이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굴렁쇠아이들 노래 /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가사 일부)

어느 날 퇴근길에 26번 도로를 지나다가 익산과 전주의 중간만큼 위치한 식물원을 발견하고 무조건 찾아갔다. “화초를 잘 가꾸고 싶은데 우리 집에만 오면 화초가 죽어 나간다”고 하소연했더니 주인이 “그러다 보면 잘 키운다”고 해서 마음에 잠깐 용기가 생겼다.

키우기 쉽다는 워터 코인을 추천받아 두 개를 샀고 푸른빛 싱고니움도 골랐다. 꽃이 보고 싶다니까 운간초를 추천해주었다. 작은 꽃송이가 예뻤다. 기르기 쉬운 행운목도 빠뜨릴 수 없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1만 9천원이란다. 지나는 말로 “혹시 천 원짜리는 없나요?” 실없이 물었더니 선뜻 마가렛을 주셨다. 그 작은 화분에서 무려 아홉 송이나 피어있었다.

새 식구들을 데리고 베란다에 도열시킨 후, 생애 두 번째 베란다 작업이 시작되었다. 꽃집에서 판매하는 화분은 지금 딱 보기 좋은 상태여서 일일이 뿌리째 들어내어 각자 적당한 집을 찾아주었다. 워터 코인은 수경재배도 가능하다고 하여 오래전 만들어둔 도자기에 옮겨 담았고, 싱고니움과 운간초, 마가렛은 좀 더 큰 화분을 찾아 분갈이를 했다. 화분 속 흙과 뿌리가 혼연일체가 되어 뿌리는 힘차게 뻗었으며 흙은 기꺼이 몸을 내주어 어찌나 단단하게 서로를 감싸고 있는지, 그것만 봐도 뭉클하다. 

우리는 바람 부는 벌판에서도 외롭지 않은
우리는 마주 잡은 손끝 하나로 너무 충분한
우리는 우리는 기나긴 겨울밤에도 춤지 않는
우리는 타오르는 가슴 하나로 너무 충분한
우리는 우리는 연인 수없이 많은 날들을
우리는 다 함께 지냈다 생명처럼 소중한 빛을
함께 지녔다 오 오 바로 이 순간 우리는 하나다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송창식 노래 <우리는> 가사 일부)


자칫 흙이 조금이라도 떨어질세라 소중히 옮기고 물을 듬뿍 준 후 식물 영양제도 주었다. 두 달 전 들였던 '이사벨라 페페'는 살짝 이파리를 잘라서 정리를 했고, 자스민도 분갈이 후 각각 영양제를 주었다. 그러고 보니 수년간 묵묵하게 베란다 한편을 지키며 살아준 '아레카야자'랑 '산세베리아 '군자란 '고무나무에게도 대견한 마음이 들어 “그래, 잘 살아줘서 고맙다”라고 쓰담쓰담해주고 부상으로 영양제를 주었다. 

길 가다가 버려진 화분이나 흙더미에 눈길을 주면 큰아들은 내 마음을 미리 읽고 “엄마, 아무 흙이나 화분을 집으로 퍼 나르다 보면 자칫 개미나 벌레 같은 해충이 들어올 수도 있어요. 화원이나 전문용품점에서 잘 관리된 것으로 사야 해요”라고 말한다.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으면, “엄마처럼 이제 막 화초 가꾸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전문가들이 흔히 해주는 조언”이라고 설명한다.

“화초를 키우는 것은 정성을 다하는 것”이라며, 그냥 물만 주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교감이 오가는 것이라고 덧붙이며 그래도 화초에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좋은 현상이라고 결론지었다. 

애정은 작은 관심으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나는 이제 막 화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보이지만, 정성은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다. 아이들도 내 마음을 아는지 수명이 연장되고 자손도 번식(?)하고 있다. 운간초에 꽃몽오리가 수없이 맺히고 마가렛도 아홉 송이에서 두 송이쯤 더 꽃을 피울 것 같다. 마냥 신기하고 기특하다.

오래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 베란다를 숲으로 일구어낼 자신은 없으나 훗날, 노혼한 황혼녘에 두런두런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아, 그러고 보니 친정어머니가 베란다에서 키웠던 수많은 화초들은 어쩌면 어머니의 정서를 공유한 비밀의 숲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비밀의 정원을 매몰차게 짓밟아버린 나의 야만적인 행위란! 그때 나의 태도를 깊이 반성하며, 늦었지만 사죄하는 마음으로 어머니의 작은 정원이 되어드려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요즘 들어 신나게 고개를 치켜드는 쟈스민처럼, 아주 조금 내 마음도 자란 것 같다.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새들은 걱정 없이
아름다운 태양 속으로 음표가 되어 나네
향기 나는 연필로 쓴 일기처럼
숨겨두었던 마음 기댈 수 있는 어깨가 있어 비가 와도 젖지 않아 
어제의 일들은 잊어 누구나 조금씩은 틀려 완벽한 사람은 없어
실수투성이고 외로운 나를 봐 
난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
그대를 만나고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랄랄랄랄랄
(이상은 원곡, 아이유 노래 / <비밀의 화원> 가사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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