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동 KBS 사장 해임제청안 예견된 부결, 흠집내기 의도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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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추천 이사 3명, 수신료 공론조사 하루 전날 ‘KBS 사장 해임제청안’ 제출
"졸속 표결 강행" 반발 야당 추천 이사 2명 퇴장...9명 가운데 8명 반대로 '부결'
"수신료 인상 논의 시기 맞춰 해임안 제출...KBS 흔들기"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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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박수선 손지인 이재형 기자] 수신료 공론조사 전날 KBS 야당 추천 이사 3명이 제출한 양승동 KBS 사장 해임 제청안이 이사회 표결을 거쳐 부결됐다. 다수를 점한 여당 추천 이사들의 동조 없이는 가결 가능성이 희박했던 만큼, 야당 추천 이사들의 해임 요구가 수신료 인상을 추진 중인 경영진 흠집내기용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KBS 이사회는 26일 비공개로 전환한 회의에서 서정욱‧서재석‧황우섭 이사가 제출한 양승동 사장의 해임 제청안을 상정하고 곧바로 표결까지 진행했다. 졸속적인 표결 강행에 항의한 서재석‧황우섭 이사가 중간에 퇴장하면서 이사 11명 가운데 9명만 표결에 참여했다. 표결 결과 1명을 제외한 8명이 해임 제청에 반대표를 던졌다. 

야당 추천 이사들의 양승동 사장 해임안 제청안은 지난 22일~23일 진행된 KBS 수신료 인상 공론조사를 하루 앞두고 제출됐다. 이들은 양 사장의 해임 제청 사유로 근로기준법 위반을 포함해 방송 독립성‧공정성 훼손, 경영 실패 책임 등을 들었다.  

지난 4월 15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KBS의 '적폐청산기구'인 진실과미래위원회(이하 진미위) 운영 규정 제정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양승동 사장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규정 제정 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미비점에 유죄를 선고했다”며 유감을 표명한 KBS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KBS <시사기획 창> '태양광복마전' 편 청와대 외압 논란과 채널A '검언유착' 관련 오보, 김모 라디오 아나운서의 편파 진행 논란 등도 해임 사유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소수 노조인 KBS노동조합과 KBS공영노동조합도 야권 이사들과 합세해 양승동 사장 해임 제청안 의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KBS 노동조합은 이날 이사회가 진행된 4시부터 KBS 본관 로비에서 양 사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조합원들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양승동 사장은 KBS 사장 자격이 없다"며 KBS 정상화를 위해 세운 진미위의 결정이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이사회에서 퇴장한 뒤 KBS노동조합 집회에 참석한 황우섭 이사는 “벌금 300만원을 받은 양승동 사장은 법원 판결이 유감스럽다고 했다. 해임과 정직·감봉을 받은 많은 직원들이 법정 투쟁 중에 있다”며 “(이사회가) 중대한 사건을 몇사람의 토론으로 강제 종결 시킨 것은 다수결의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서재석 이사는 “(해임제청안) 상정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반발을 생각해서 상정한 것 같다”면서 “반대 의견도 듣지 않고 제대로 논의조차 해보지 못하고 종결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 이사회에서 계속 항의할 것”이라고 했다. 

KBS노동조합이 26일 KBS 본관 1층 로비에서 양승동 사장 해임 제청안을 요구하면서 집회를 열었다. ⓒPD저널
KBS노동조합이 26일 KBS 본관 1층 로비에서 양승동 사장 해임 제청안을 요구하면서 집회를 열었다. ⓒPD저널

다수 이사들은 KBS 임직원이 수신료 인상 추진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장 해임 제청안은 ‘망신주기’ 의도로 짙다고 보고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22일, 23일 양일간 시민참여단 200여명의 의견을 수렴한 KBS는 오는 27일부터 3주간 수신료 인상에 대한 대국민‧전문가 여론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문건영 이사는 이사회에서 비공개 회의를 요구하면서 “수신료 인상 공론조사 시기에 (해임 제청안 제출 소식이) 언론에 노출됐다. 본격적인 수신료 인상 논의 시기에 맞춰 해임안을 제출한 것은 대외적 이미지 흔들어서 회사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달 이사는 통화에서 “수신료 인상을 논의하는 와중에 사장 해임안을 꺼냈다”면서 “사장 해임 사유는 그동안 이사회 간담회 등에서 소명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굳이 제청안까지 내면서 (야당 추천 이사들이) 몽니를 부리는 것은 무례하다”라고 말했다. 

유재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진미위에서 징계를 받았던 이들의 명예회복을 노리는 과정으로 보인다.  (양승동 사장 근로기준법 위반 1심 판결이) 사장 해임안까지 상정될 정도로 큰 흠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KBS공영노조와 야권 추천 이사들이 동시에 해임 요구를 하는 것을 보면 흠집내기 목적이 다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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