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쿠데타 장기화, 미얀마 교육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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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쿠데타 장기화, 미얀마 교육이 위험하다
미얀마 군부의 군사기지가 된 학교
교사 30만명 시민불복종운동 동참
“불확실하면서 점진적인 붕괴의 길"
  • 한 싸인 미얀마 해직기자
  • 승인 2021.05.27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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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맞선 미얀마 시민들의 불복종 시위가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폐쇄되면서 미얀마 기자들도 거리로 나왔습니다. 한 싸인(필명) 기자도 그중 한 명입니다. 미얀마의 봄이 올 때까지 한 싸인 기자가 전하는 미얀마 현지 소식을 전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 4월 27일 미얀마 양곤에서 반 쿠데타 시위대가 미얀마 군부가 주도한 개학에 반대하며 붉은색 페인트로 구호를 쓴 교복을 학교 밖에 걸고 있다.(양곤=AP)ⓒ뉴시스
지난 4월 27일 미얀마 양곤에서 반 쿠데타 시위대가 미얀마 군부가 주도한 개학에 반대하며 붉은색 페인트로 구호를 쓴 교복을 학교 밖에 걸고 있다.(양곤=AP)ⓒ뉴시스

[PD저널=한 싸인 미얀마 해직기자] 쿠데타 이후 미얀마의 대학과 학교는 미얀마 군부의 새로운 군사기지가 됐다. 3월 19일 UNICEF-미얀마(미얀마 유엔 아동 비상 기금)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미얀마 전국에 있는 대학교와 초중고교 60여개가 미얀마 군부의 새로운 기지가 됐고 앞으로도 더 많은 학교에 병력을 배치할 수 있다고 한다.

몽유아시 기술대학교 한 강사는 3월 27일 군부가 본인의 대학교에 군을 주둔시키고 몽유아시에 진행하고 있는 시민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공격했다고 했다. 또 다른 강사도 “미얀마 군부는 아직도 대학 컴퍼스에 군을 주둔시키고 있다”고 했다. 

대학생들 포함해 일반 시민 800여명이 사망한 것은 대학교와 초중고 학교에 주둔한 군경의 무자비한 강경 진압의 결과라는 증거임을 SNS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한 국가의 중요한 인재를 키우는 학교가 군부독재를 강화한 군이 주둔한 곳으로 변해 버린 미얀마의 현실이 너무나 절망적이다. 미얀마의 교육은 다시 회복하기 어렵고 ,회복을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해야할 것이며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이런 군부 독재 아래서는 희망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얀마 군부는 대학교와 초중고학교를 개강하고, 작년 코로나 19로 인해 1년간 중단됐던 교육 시스템을 다시 복귀시키려고 했다. 먼저 모든 대학교의 졸업반 학생들은 5월 5일에 다시 개강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군부 독재 밑에서 교육은 해 봤자 아무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대학교 강사들과 학생들은 군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군부가 제공하는 교육을 받고 싶지 않아서 파업을 하는 겁니다”라고 양곤대학교 고고학 졸업생인 씨뚜네잉찬아웅이 말했다. 양곤대학교 고고학 졸업생이 총 30명 정도 있고 이들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얀마의 퓨 고대 도시에 관심을 가져 고고학을 선택하게 된 그는 졸업 후 사라져 가는 문화유산들을 밝혀내고 관리‧보존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군부 쿠데타는 저처럼 수백만 명의 학생들의 미래를 빼앗아가고 있다”고 봤다. 이런 이유로 그와 같은 미얀마 청년들은 출석 거부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얀마 군부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미얀마의 교육 시스템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의 교육 시스템처럼 독립적이지 않고 전적으로 정부의 통제하에 있다.  

미얀마 군부의 미야와디 TV 화면 사진에 아웅산 수지(왼쪽) 미얀마 국가 고문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수도 네피도의 특별 법정에 출석해 윈민 대통령 등과 함께 자리에 앉아 있다. 수지 고문은 지난 2월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직접 법정에 출석해 재판을 받았다. (네피도=AP)ⓒ뉴시스
미얀마 군부의 미야와디 TV 화면 사진에 아웅산 수지(왼쪽) 미얀마 국가 고문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수도 네피도의 특별 법정에 출석해 윈민 대통령 등과 함께 자리에 앉아 있다. 수지 고문은 지난 2월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직접 법정에 출석해 재판을 받았다. (네피도=AP)ⓒ뉴시스

영국 옥스포드대를 졸업한 아웅산 수찌는 독립적이고 질이 좋은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 5년 동안 노력해 왔다. 1962년 군부 쿠데타 전 미얀마의 교육은 독립적이고 아시아에서 최고를 자부했었다. 그때 교육 수준으로 다시 회복시키겠다고 아웅산 수찌가 약속을 했고, 그의 재임 기간 동안 커리큘럼과 교수법을 변경하고 교육에 대한 지출을 늘렸다. 

2020년 교육부 개혁 보고서에 따르면 NLD정부가 재임을 시작한 2016년도에 교육 개혁을 위해 17억 달러를 지출했다고 한다. 실제 아웅산 수찌 재임 기간에 교육 수준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 예를 들면 2016년 양곤대학교는 세계에서 순위가 1만 3072위에 그쳤는데 2020년에는 7116위로 급격히 상승했다. 

5월 15일, 군부의 조민툰 대변인은 군부 쿠데타 이후 교육 정책과 커리큘럼을 변경하지 않고 아웅산 수찌 정부 정책 그대로 추진할 계획인데 교육계에서 왜 시민불복종운동(CDM)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2012년에서 2018년까지 전국교육개혁네트워크(NNER) 멤버이자 생각하는 교실 재단(Thinking Classroom Foundation)창립자인 떼잉륀 박사는 “정책은 변경되지 않았다. 하지만 학습 환경은 달라질 것이고 교육 시스템을 관리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는 극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웅산 수찌의 정책방향을 학생들을 포함한 교육진들이 신뢰하지만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의 관리는 신뢰가 가지 않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0년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미얀마 초중고학교에 종사하는 교사는 43만 2439명, 대학교 135개의 대학강사는 2만1932명이었다. 현재 군부 쿠데타에 맞서 시민불복종운동을 하고 있는 교사는 총 3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5월 6일에 열린 군사위원회 회의에서 정권을 강탈한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이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고 말했다. 시민불복종운동에 분노한 그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정권을 뺏은 후에 생긴 것이라고 인정하지 않고 수십만명의 교육진들을 군사용 무기로 탄압하고 있다. 미얀마 교사 연맹(Myanmar Teacher Federation)에서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5월 22일까지 교육진 15만명을 교육계에서 해고시켰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교육진들을 국가 행정 방해자라는 누명을 씌우고 형법 505(a)항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전략정책연구소-미얀마(Institute for Strategy and Policy – Myanmar)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5월 13일까지 교육진 150명을 상대로 형법 505(a)항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군부는 학생 495명을 체포했다. 

한편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한 공무원들이 업무에 복귀한다면 원래 본인들이 근무한 원래 위치에서 일할 수 있고 소송도 철회될 것이라고 국영매체에서 매일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해고당한 메이크틸라대학교 철학과 강사 우네뛔우는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하고 있는 군부와 함께 근무할 수 없고 우리는 어떻게든 끝까지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군부의 압력과 위협을 견딜 수 없어 시민불복종운동을 포기하고 원래 위치로 복귀한 공무원들도 있다. 이 중에 몽유아기술대학교 경영책임자 도민민에이도 있다. 그는 남편이 육군 장교이기 때문에 체포당할 수 있는 위험이 있어 이 운동을 포기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몽유아경제대학교에 종사하고 있는 교육진 169명 중 134명이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남은 교육진으로 대학을 개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135개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대학 강사 2만1932명 중에 현재 1만9500명이 해고당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강사만으로 개강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2월 9일 미얀마 양곤에서 교복 차림의 학교 교사들이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양곤=AP)ⓒ뉴시스
지난 2월 9일 미얀마 양곤에서 교복 차림의 학교 교사들이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양곤=AP)ⓒ뉴시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기본 교육을 하는 학교는 4만 7472개, 교사는 총 432,439명이 있다. 오는 6월 1일 기본교육을 하는 학교는 개학하겠다고 군부가 발표를 했지만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한 교사가 23만명이 넘기 때문에 개학은 어려운 실정이다. 미얀마 교사 연맹 대변인인 몽유아경제대학교 미얀마어과 교수 우쪼웨표는 13만명 이상의 교사가 해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군부의 학살로 시민들의 희생이 800여명을 넘어가면서 시민들이 무장하고 군경에 대한 보복을 하려는 점도 우려스럽다. 이로 인해 군사 기지가 표적이 되었고 군이 주둔한 대학교와 학교에서 매일 같이 폭격이 발생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교실이 안전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이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약 1200만명의 학생이 교육을 받지 못할 것이다. 작년에도 학생들은 코로나 19로 1년 동안 교육을 받지 못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 폐쇄로 인해 1학년에서 12학년까지 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평생 동안 받을 수 있는 수입이 3%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한 국가로 봤을 때 한 세기 동안 GDP의 1.5%를 잃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OECD는 밝혔다. 

한편 선출된 의원들로 구성된 민족통합정부(NUG)는 학생들이 교육에 대한 권리를 잃지 않도록 (중앙정부의 권력을) 분권화하고 그동안 단절된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리의 정책은 ‘누구도 뒤쳐지지 않는다’(No one left behind)입니다”라고 민족통합정부 교육부 차관 사인카인묘툰 박사는 말했다. 그는 군부가 체포하려고 수배 중인 인물 중 한명이며 양곤외국어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다. 

그렇지만 미얀마의 어린이와 젊은이 약 1200만명이 모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민족통합정부는 게릴라 운동을 전개하면서 행정을 보고 있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유니세프는 미얀마의 교육 시스템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를 발령했다. 

미얀마의 위기를 연구 관점에서 평가하고 있는 전략정책연구소-미얀마(ISP-Myanmar)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교육 위기로 인적 자원과 사회 내 재투자하는 교육 생태계가 파괴될 정도로 악화됐고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군부 쿠데타까지 발생하는 이중고가 동시에 찾아왔기 때문에 미얀마의 상황은 “불확실하면서 점진적인 붕괴의 길로 향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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