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위기 지역방송, 어디서 활로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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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위기 지역방송, 어디서 활로 찾나
적자 수렁에 빠진 지역방송사...목포·여수MBC 제외한 지역MBC 지난해 적자 기록
1000억원 수익 거뒀던 결합판매제도 폐지 수순
G1 시사 프로그램 없애고 협찬 용이한 지역행사 개최
지역방송 예산 연간 40억원 수준...선정되더라도 1억원 남짓
"지원사업 선택과 집중 필요"..."지역방송 공공성 확대 방안 고민해야"
  • 이재형 기자
  • 승인 2021.06.18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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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14일 CJB '8 뉴스' 갈무리
2021년 5월 14일 CJB '8 뉴스' 갈무리

[PD저널=이재형 기자] 고사 위기에 처한 지역방송은 어디서 활로를 찾아야 할까. 경영악화 장기화에 재원 의존도가 높았던 결합판매제도까지 폐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지역 민영방송 10곳과 지역MBC 16곳의 2020년 사업보고서를 종합하면, 지난해 26개 방송사 중 18곳이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 

지역MBC는 목포MBC와 여수MBC를 제외한 14곳에서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이들 방송사는 2018·2019년에도 당기순손실을 봤는데, 3년간 손실액의 합은 1320억원에 달했다. CJB청주방송, UBC울산방송, JIBS제주방송, OBS 등 4곳에서 적게는 10여억원, 많게는 40억원까지 순손실을 봤다.

광고 재원이 10년째 쪼그라든 데다 코로나19로 부가 수익을 거뒀던 지역행사까지 줄줄이 취소된 결과다. 26개 지역방송의 광고수입은 2010년 4869억원에서 2020년 247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매출도 10년만에 1600억원(6207억원에서 4671억원) 가량 줄었다.

특히 지역MBC는 매출이 3720억원(2010년)에서 2197억원(2020년)으로 줄어 민방(2486억원→2474억원) 보다 타격이 컸다. MBC강원영동은 지난해 광고로 88억원을 벌었지만 커피사업 등 사업 수익은 26억원에 그쳤고 최근 3년간 적자를 봤다. MBC경남은 코로나19로 지난해 영화사업 수입이 전년 대비 40억원 줄면서 영업적자도 15억원 더 불어났다.

민방 중에선 OBS와 UBC가 적자 폭이 컸다. OBS는 지난해까지 누적된 미처리 결손금이 1380억원에 달해 자본금(1471억원)의 93%를 잠식했다. UBC는 2016~2020년 매해 적자를 봤고, 정규직 직원 수도 81명에서 71명으로 줄어다.  김영곤 언론노조 UBC지부장은 “지난해 직원 12명이 명예퇴직하고 임금피크제와 퇴직 전 안식년도 도입했지만 또 순손실이 19억원이나 발생해 허탈하다”고 밝혔다. 

광고 수익 감소는 지상파 3사도 마찬가지이지만, 부가수익을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0년과 2020년을 비교하면 MBC는 광고수익이 5891억원에서 2873억원으로 52% 줄은 반면 매출은 7429억원에서 6970억원으로 7% 줄은 데 그쳤다. SBS도 광고수입이 30%(2010년 5824억원→2020년 4101억원) 줄었지만 매출은 6821억원에서 8603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G1 '시사Q'
지난해 7월 방송된 G1 시사 다큐멘터리 '시사Q' '강원도 산하기관의 그늘'. G1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지역방송의 경영난은 프로그램 제작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긴축경영에 돌입한 G1은 유일한 시사프로그램인 <시사Q>를 폐지하고 협찬을 받아 지역민 스포츠 행사인 ‘고교동문 골프최강전’을 시작했다.

지자체나 기업 협찬을 받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협찬사의 개입과 압력은 제작 자율성 침해로 돌아오고 있다. 

포항MBC는 2019년 포스코 제철소를 비판하는 보도를 내보낸 데 이어 지난해 다큐멘터리 <그 쇳물 쓰지마라>를 방송한 뒤 수억원짜리 포스코 광고와 협찬이 끊겼다.포스코 제철소 일대 노동자와 주민들이 겪고 있는 산업재해·환경오염 실태를 다뤘다는 이유였다. <그 쇳물 쓰지마라>를 연출한 장성훈 포항MBC 기자는 “어느 방송사든 공정방송에 뜻을 둔 직원들이 있지만 윗선에서 매출을 의식하면 제작 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그동안 방송광고는 방송사와 광고주 사이에 판매를 대행하는 미디어렙이 있고, 거래 결과가 시청자 눈에 훤히 드러나 투명했지만 협찬은 직접 거래하다보니 홍보효과를 높이기 위한 일종의 '뒷거래'가 가능하다”며 “구조적으로 지역 방송사들이 갈수록 수익모델을 찾기 힘들어질 텐데, 협찬 규제만으로는 힘들고 지역의 알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지원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헌법소원이 제기된 결합판매제도 폐지에 대한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결합판매제도는 지상파 3사(KBS, MBC, SBS)와 지역·중소방송사를 묶어 광고를 판매하는 제도로 지역방송에 1000억원의 수익을 가져다줬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방송광고 결합판매 제도개선 연구반’을 구성해 지상파 방송광고 매출 하락으로 실효성이 떨어진 결합판매제도를 재검토하고 있다. 연구반은 위헌 판결로 미디어렙법 20조가 바로 효력을 상실할 경우 지역중소방송사에 긴급지원 형식으로 지원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는 합헌 결정이 나오더라도 단계적으로 결합판매제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일몰제(5년)를 적용하는 방안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와함께 지역방송 지원 확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지역방송에 투입되는 공적 재원은 방통위의 지역방송 예산 40억원과 지방자체단체가 지원하는 지원금 정도다. 지역방송사들은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 예산 심의 과정에서 번번이 삭감돼 4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방송 지원사업인 '지역·중소방송 콘텐츠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 제작지원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31억원에 그쳐 선정된 방송사에 돌아가는 지원금은 1억원 남짓이다. 지원금 증대 요구가 나오면서 올해부터 방통위와 지자체가 실시하는 지역방송 콘텐츠 지원 사업에 중복 지원이 허용됐다. 

장진원 지역MBC사장단협의회 전략지원단장은 "지역 방송사들이 직원들 월급 주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지원이 있어 그나마 사명감 있는 지역 PD들이 눈에 띄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돼야 한다"며 "하지만 지역민의 삶을 꾸준히 기록하는 정규 프로그램이 '늘 있던 것'으로 치부돼 지원 사업에서 밀리고 있는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 지역 자치 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일하는 지역방송의 정체성을 반영한 새로운 지원책이 요구된다"고 했다.  

박준석 KNN 편성제작국 CP는 "현재 정부 지원은 단발적 프로젝트를 여러 개 선정해 돕는 식인데, 이런 영세한 콘텐츠는 OTT, 유료방송 등 새로운 시장에선 인기가 없다"며 "차라리 대표 프로그램을 선정해 함께 키우고 다시 투자를 유치하는 전략이라면 도전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진영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역방송사가 지역사회를 주제로 심층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공적재원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며 “방송사도 공적재원을 받으려면 시청자위원회에 사회적 약자를 포함시키는 등 자구책을 통해 공공성을 높이고 지역주민보다 광고주들 눈치만 봤던 그동안의 관행은 시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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