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OTT 타고 재전성기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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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OTT 타고 재전성기 맞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18일 공개
웨이브도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하반기 공개 예정
소재 고갈 등 막기 위해 작가·배우 발굴 필요
  •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1.06.18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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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넷플릭스
18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넷플릭스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시트콤이 콘텐츠 홍수 속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시트콤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하이킥’ 시리즈, <논스톱>, <순풍 산부인과> 등 제목만 들어도 알 법한 시트콤들은 시청률 20~30%대를 훌쩍 넘을 정도로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제작 환경의 변화, 소재의 고갈, 낮은 화제성으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그럼에도 방송사들은 간간이 시트콤을 선보였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방송사가 아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발판 삼아 시트콤이 제작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OTT가 주요 타깃과 취향을 반영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고, 양질의 작품을 유통하는 등 콘텐츠 수급에 목말라 있는 만큼 방송가에서 ‘찬밥 신세’였던 시트콤이 부활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는 18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공개된다. 대한대학교의 국제 기숙사에서 지내는 글로벌 청춘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쏟아지는 과제와 아르바이트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사건 사고들이 끊이지 않는 왁자지껄한 캠퍼스 라이프를 다룬 시트콤이다. 

국내에서 시트콤으로 한 획을 그었던 이들이 제작진으로 뭉쳤다. <남자 셋 여자 셋>, <논스톱> 시리즈의 권익준 PD가 크리에이터 겸 연출을, <거침없이 하이킥> <감자별 2013QR3>의 김정식 PD가 에피소드 연출을 맡는다. 작가진도 <순풍 산부인과>, <뉴 논스톱>의 서은정 작가와 ‘논스톱’ 시리즈와 <막돼먹은 영애씨> 등을 집필한 백지현 작가 등이 뭉쳤다. 무엇보다 넷플릭스가 텐트폴 드라마 위주로 힘을 싣다가 처음으로 시트콤 오리지널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권익준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청춘 시트콤이 사라진 지 꽤 됐다. 코로나19로 우울한 사회 분위기에 시트콤이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번 기회로 한국에서 시트콤이 다시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웨이브도 100% 사전제작으로 오리지널 시트콤을 제작 중이다. 올 하반기 공개 예정인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제목으로 유추할 수 있듯이 정치와 블랙코미디를 섞은 시트콤이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탑 매니지먼트>, <대세는 백합> 등을 연출했던 윤성호 PD와 송편 크리에이터, 김홍기‧최성진‧박누리 작가 등이 합류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이정은(김성령 분)이 남편인 정치평론가 김성남(백현진)의 납치 사건을 맞닥뜨리며 동분서주하는 일주일을 담는다. 

이 외에도 ‘먹방’을 주제로 한 코미디TV<맛있는 녀석들>을 모티브 삼은 페이크 시트콤을 기획 중이고, 일부 OTT도 관련 제작을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한 장면. ⓒMBC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한 장면. ⓒMBC

방송가 안팎에서도 시트콤에 대한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과거에 인기를 얻었던 ‘하이킥’ 시리즈,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 <순풍 산부인과> 등을 5~10분 내외로 편집한 ‘레전드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있다. 호흡이 긴 미니시리즈와 달리 개성 넘치는 캐릭터의 활약과 재치있는 에피소드로 시트콤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당장 방송사들이 시트콤을 정규 편성하긴 어려워 보인다. 빠듯한 제작 일정과 제작비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다만 OTT를 통해 시트콤의 반등을 노려볼 수 있다. 방송사보다 방송 회차나 제작 여건이 좀 더 유연한 OTT에서 제작하고, 웰메이드 시트콤의 경우 시즌제 가능성까지 고려할 수 있다.

OTT를 무대로 시트콤이 제작되는 흐름이 계속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트콤 제작의 토대가 좀 더 탄탄해져야 한다. 그간 방송 제작 환경의 변화로 인해 시트콤으로 활약했던 PD와 작가들이 떠나거나 배우들도 시트콤을 피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무엇보다 시트콤은 여러 명의 PD나 작가가 공동창작할 수밖에 없는 장르이다. 소재의 고갈을 막고, 촘촘한 에피소드 구성을 위해서는 제작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재능있는 작가와 연출자, 신인 배우의 발굴이 필요하다. 실제 오펜의 경우 드라마에 치우친 극본 공모에서 시트콤 부문을 신설하는 등 콘텐츠 발굴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시트콤의 인기가 시들할 수 있어도, ‘재미있는 시트콤’은 보고도 또 보고 싶은 매력이 있는 콘텐츠인 만큼 향후 OTT와 방송사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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