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다양한 청년 정치인 존재...청년 정치 저변 넓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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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양한 청년 정치인 존재...청년 정치 저변 넓어져야"
녹색당 후보의 제주도지사 도전기 담은 영화 '청춘선거' 주인공 고은영씨
  • 이재형 기자
  • 승인 2021.06.2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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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
고은영 씨가 지난 17일 잠실 월드타워에서 포스터를 배경으로 서있다. ⓒPD저널

[PD저널=이재형 기자] 2018년 지방선거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제주 제2공항 개발 계획을 막기 위해 소수정당 후보로 출마한 32세 청년이 있었다. 0.8%라는 미미한 지지율에서 시작해 3,5%의 득표율을 기록, 후보 5명 중 제1야당을 제치고 3위까지 끌어 올리는 파란을 일으켰다. 2018년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녹색당 후보였던 고은영 씨의 이야기다.

지난 17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청춘선거>(감독 민환기)는 고은영 씨와 제주 녹색당의 지방선거 도전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감독의 개입을 극도로 줄인 다이렉트 시네마 기법을 통해 고은영 씨와 제주녹색당 당원들의 '계란으로 바위치기' 싸움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줬다. 경쟁 후보 유세현장에 들어가 명함을 돌려야할 정도로 영화 속 녹색당 당원들은 처절했다.  17일 열린 GV(관객과의 대화) 행사에서 민환기 감독은 "지는 싸움을 하는 사람들은 가감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어쩌면 표 이상의 잠재력을 영상에서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젊은 분들이 지지하고 장년층은 안 그럴줄 알았는데 나이든 분들이 점차 지지를 보이더라. 거기서 예상 외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영화가 개봉한 2021년 6월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선되고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기자회견으로 타투 합법화 여론을 환기하는 등 정치계 ‘청년 정치인’의 움직임이 한창 활발한 시점이다. 그동안 미디어가 그려온 국회 의원들의 모습에 익숙한 시민들 입장에선 영화가 담은 우리 사회 다수 마이너 정치인들의 척박한 환경은 낯설기만 하다. 이날 기자를 만난 고은영 씨는 "이 땅의 다음 세대 청년 정치인들이 참고할 '공적 기록'을 남기기 위해 출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총선 이후 번아웃이 와서 당을 탈당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지난해 5월 중순부터 다시 제주도로 내려가 1년여 기간동안 완벽한 공백기를 갖고 있다. 제주 지역의 정치 신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는데 당에서 직함을 맡고 있으면 내 공으로 치환되는 한계가 있어 탈당했다. 내가 지역에서 기반을 하나하나 닦으며 청년활동하고 기반을 닦은 사람이 아닌데 녹색당의 얼굴이 되기에는 부족한 사람이라고도 생각했다. 앞으로도 출마할 계획은 없다. 다만 후원회원으로서 제주도의 환경, 여성, 노동 의제를 제기하는 활동은 계속 하고 있다."

-영화를 보니 고은영 후보와 제주녹색당이 과거 선거에서 무명의 시련을 많이 겪은 것 같다.

"너무나 많은 헤프닝이 있었다. 처음 유권자들은 나를 포함해 이주민 출신 당원들을 보고 “완전 어린 것 같은데”, ‘뭐를 들쳐 먹으려고”라고 독설하는 등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런데 선거활동을 하다 보니 “내가 어떤 해답을 제시하진 않지만 제2공항 개발의 문제를 꾸준히 질문하는 것만으로도 유권자들이 문제의식을 갖는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것만 명확하게 밝혀도 그걸 들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동했다. 점차 자신감이 붙었다. 이 모든 과정이 기성의 문법은 아니었고 우리는 기성의 문법을 벗어나 도전하려고 했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을 필두로 정치권에 도전하는 청년이 늘면서 '청년 돌풍'이란 말도 생겼다.

"‘바람’ 하면 제주도인데, 청년 돌풍도 제주도가 여의도보다 빨랐다.(웃음) 이준석 대표가 기왕 청년 정치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니 잘 해줬으면 좋겠다. 다만 예나 지금이나 지역 도처에서 많은 청년 정치인들이 땀 흘리고 있는데, 여론에 알려진 건 중앙의 몇몇 정치인만 뿐이다. 세상에 다양한 청년이 있듯, 다양한 청년 정치인들이 존재하는데, 극소수가 곧 청년 정치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앞으로 청년 정치의 저변이 더 넓어져야 한다." 

-대중의 인식 안에서 청년 정치인들은 여전히 기성 정치인보다 미숙한 존재다.

"2018년 녹색당은 원내 진입은 못했지만 소수정당으로는 이례적으로 일부 지역에서 지지율이 15%넘어 기탁금 돌려받을 정도로 선거를 잘 치렀다. 그 때 당대표가 만 27세 여성이었고 혼자 총괄했다. 청년들이 정치 경험이 없고 무모해도 협력해 치열하게 부딪히면 해낼 수는 있더라. 나도 다른 당원보다 잘나서 출마한 것이 아니다. <청춘선거>에서도 나오지만 평범한 청년들이 모여 동료가 되고, 치고받고 싸우고 그럼에도 함께 나아가니까 유권자들이 알아주더라. 청년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청년 정치 플레이어들이 지속 가능한 정치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회와 응원을 바란다."

'청춘선거' 스틸컷. ⓒ필앤플랜
'청춘선거' 스틸컷. ⓒ필앤플랜

-하지만 '청년 정치'가 무엇인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정치인들은 현 시대 청년들이 안고 있는 불평등의 상처를 해결하기 보다는 젠더, 학벌, 지역 등 청년들 사이의 차이를 자극하고 갈등을 조장해 자기 지지층을 불러 모으는 정치를 해왔다. 이런 폐단을 답습하는 정치인이라면 젊다는 이유로 청년 정치인이라 생각되진 않는다. 겉으로는 청년의 옷을 입고 있지만 당이나 국회에서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인기에 영합하는 ‘트로피 정치인’을 구분해야 한다. 차세대 정치는 기성 정치인들이 답습해온 이런 메시지, 문법과는 차별화된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쇄신을 위한 질문은 품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신념을 당과 정치권 전반의 지지로 이끌어나갈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2018년 제주녹색당은 신념은 있었지만 비전을 만들지 못했다. 제주도민들의 마음은 '내가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였지만 당시 우리는 '제2공항을 하지 않아도 우리가 더 잘 살 수 있다'는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당 안에 전문가가 없다보니 대안이나 정책들을 마련하지 못했던 거다. 이준석 대표도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대변인 토론 배틀 등 쇄신하려는 메시지는 많이 던지지만 실제 대중의 지지를 받아 내부의 압력을 뚫을 것인지, 오히려 사수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 지금 정치권이 해소하지 못한 청년 세대 문제는?

"모든 시대에는 청년들의 아픔이 있었다. 산업화 세대는 너무 못 먹고 가난했고 민주화 세대는 동지들이 독재정권에 죽어나갔다. 지금 시대를 관통하는 문제는 ‘공정’이다. 하지만 기득권층은 앞선 세대의 아픔보다 작다는 이유로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고 오히려 청년들을 갈라 치고 불공평에 대한 내재된 불만을 이용했다. 젠더이슈도 어쩌면 그렇다. 정작 차이를 만드는 기득권층은 보이지 않고 주변의 고만고만한 청년들끼리 너는 이게 낫고 나는 이게 못하다며 사소한 차이로 싸운다. 

지금 청년들은 마치 비버같다. 비버는 나뭇가지를 ‘영끌’해 댐처럼 둥지를 만드는 동물이다. 자기 둥지를 만들다 옆의 비버가 나뭇가지를 훔쳐 가면 미친 듯이 화를 낸다. 하지만 강이 범람하면 결국 모두가 무기력하게 떠내려간다. 정치가 비버들의 싸움을 중재하고 범람 걱정 없는 고지대로 이끌어야 하는데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그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비버들은 많이 배우고 의식은 높아진 반면 사회와 정치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일부 기성 정치인들이 청년 세대와 소통하겠다며 롤(LOL)을 하거나 틱톡 등 콘텐츠로 접근하기도 하지만 반응은 좋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싫어하는 방식의 돈 쓰기다. 이건 전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정말 시민으로서 부탁드리고 싶은데... 정당이든 기업이든 실제 콘텐츠와 메시지, 메신저가 모두 결이 맞아야 찰떡처럼 쫙 붙고 어울리는 마케팅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청년과 중년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수도권 인구는 온 종일 힘들게 일하고 지옥철 타고 가는 길에 유튜브나 SNS를 켠다. 부동산 가격 폭등하고, 수도권 공화국 유지하기 위해 GTX니 신도시니 몇 년째 시끄럽다.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어도 먹고 살 길이 없는 이 구조 안에서 내 삶은 이렇게 팍팍하다. 퇴근 후 사람들하고 부대끼는 것도 짜증나는데 정치인들까지 그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울화가 치밀지 않을까?"

-최근 JTBC <썰전 라이브>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출연해 이준석 대표(당시 후보)를 향해 "2030이 별 반성없이 하는 말을 시스템으로 가져왔기 때문에 걱정스럽다"고 했는데, 유튜브 댓글에 "전형적인 꼰대 마인드"라는 혹평이 빗발쳤다. 
 

"제가 현역 정치인이었다면 '청년들이 알아서 할 테니, 지금 정치 이렇게 만든 사람들은 다 조용하라'고 했을 것 같다나도 녹색당에서 리더였는데 비슷한 시선을 내부에서 계속 받아 왔다. 과거 ‘운동권’, ‘민주화’ 세대 출신들은 타인을 불신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믿음을 잃어버린 그 시대의 상처가 안타까우면서도, 다음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진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청년들은 사변을 많이 겪지 않았기 때문에, 적대 정치보다 대화, 소통을 하는 협치 정치가 어울리고, 사고에 있어서 훨씬 유연하다. 팬데믹과 기후위기, 수많은 사회 갈등 속에서, 다양한 결사 방식과 소통 방식이 체화된 청년들의 화법, 문법이 무엇보다 필요해질 거다. 기성 방식으로 ‘정치질’ 잘 한다고 자랑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경력 없는 신인이 맨땅에 헤딩한 <청춘선거>를 통해 우리 사회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무모해도 괜찮아. 너의 팀이 있다면.' 시사회 때마다 강조하지만, <청춘선거>는 고은영이 아니라 제주녹색당이라는 팀의 영화다. 정치인의 진짜 배경은 사람이지만 능력주의 사회에서 그럴 듯한 배경이 없는 사람, 특히나 청년에게는 사람 마저 부족하다. 같이 비전을 실현할 정치인을 육성하고, 공천하고, 후원해줄 수 있는 ‘그 정당’을 가꾸어가는 게 전국 곳곳의 민주 사회를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걸 보여주고자 했다.

시사회에 녹색당을 포함한 군소정당의 청년 정치인들을 초청했는데 영화를 보고 그렇게 울더라. 침체기에 있는 수많은 진보 정당 청년 당원들은 힘내시고, 유권자들이 보시기에 2022년 지방선거가 신명나고 젊은 한 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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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잠실 월드타워에서 '청춘선거' 개봉 행사 후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녹색당 당원들.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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