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패소 판결, 망중립성 해석에서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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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패소 판결, 망중립성 해석에서 갈렸다
[유건식의 OTT 세상⑥] 세기의 판결, 넷플릭스-SKB 판결문 보니
  • 유건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
  • 승인 2021.06.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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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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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유건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 넷플릭스 본사와 한국법인(이하 ‘넷플릭스’)이 2020년 4월 SK브로드밴드(이하 ‘SKB’)를 상대로 낸 SKB의 인터넷 트래픽과 관련한 ‘협상의무 부존재 확인’과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 1심에서 지난 25일 패소했다. 이 소송은 한국에서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의 망 사용료에 대한 갈등에 대한 준거가 될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에 대한 최초의 판결이기 때문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된 판결이었다.

넷플릭스는 SKB에게 “국내 및 국제망을 통한 (넷플릭스 콘텐츠의) 전송, 이러한 망의 운영, 증설 또는 이용에 대하여 협상하거나 그 대가를 지급할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판결은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하나는 넷플릭스의 ‘협상의무 부존재’다. 넷플릭스는 방송통신위원회가 SKB와 협상하라는 재정결정을 했기 때문에 이에 불복하는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SKB와 협상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넷플릭스는 SKB와 협상의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달라는 것이다.

법원은 이 소송이 궁극적으로 ‘대가 지급채무’의 여부이고, 대가 지급 채무의 부존재 확인판결만으로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정결정으로 인한 협상의무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협상의무 부존재’ 확인은 넷플릭스의 불안을 해소시킴에 있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 볼 수 없어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아 부적법하다”고 판단하고 각하한다고 판결했다. ‘협상의무 부존재’ 부분은 재판을 더 이상 진행할 필요가 없어 소송을 종결시킨다는 의미이다.

다른 하나는 ‘채무 부존재’이다. 넷플릭스는 △ SKB가 전세계적인 연결성을 제공하지 않고, △인터넷 세계에서의 전송은 무상이 원칙이고 △ 넷플릭스가 전송에 관한 이득을 얻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SKB가 망 이용과 관련된 대가를 청구할 법률상·계약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SKB는 ‘접속’과 ‘전송’은 분리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고, 넷플릭스가 ‘접속’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SKB의 네트워크 자원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SKB의 망을 이용하고 있는 것에 관한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넷플릭스는 SKB로부터 인터넷망에 대한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고 있고,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망 중립성이나 ‘전송의 유상성’은 관련이 없으므로 ‘연결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인정되므로 (대가 범위가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채무 부존재’ 부분은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즉, 넷플릭스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아서 받아들이지 않고 SKB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원은 SKB가 국제선 망을 증설하고, 넷플릭스는 합의하에 연결한 이상 인터넷접속역무를 수령한 것으로 봤다. 전 세계적인 연결성이 보장된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고, SKB의 국제선 망에는 넷플릭스의 트래픽만을 소통하기 때문에 독점적 지위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역무를 제공하고 있다. SKB는 2017년 15억 원, 2020년 272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원은 SKB가 상당한 기간 동안 별다른 이용대가를 요구하지 않은 것이 무상으로 넷플릭스에게 대가의 지급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의사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넷플릭스가 미국에서 컴캐스트, AT&T, Verizon, TWC에게 ‘착신망 이용대가’를 직불하고 있는 점도 주된 참고사항이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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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송(2020가합533643)의 판결문을 읽으면서 몇 가지 사실에 관심이 갔다. 첫째, 망 중립성에 대한 해석이다. 망 중립성은 2003년 미국 콜롬비아 로스쿨의 팀 우(Tim Wu) 교수가 주장한 것으로 트래픽을 유발하는 모든 주체가 동일하게 처리되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는 비록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더라도 추가적인 비용을 낼 수 없고, 이에 소요되는 망 확장은 SKB 같은 ISP가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망 중립성의 전제 조건은 ISP가 CP를 차별하면 안 되지만 과도한 트래픽을 차지하는 CP에 대한 합리적인 차별은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선례가 크게 작용했고,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부분 고려하지 않았을까 한다. 필자도 2019년 출간한 <넷플릭소노믹스>에서도 넷플릭스가 국내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이 망 이용료를 내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둘째, 넷플릭스가 한국에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는 2016년 처음 한국에 론칭했을 때는 미국 시애틀에 있는 데이터 센터(SIX)에서 직접 연결하다가 트래픽이 증가하자 2018년 4월 도쿄(BBIX)로 캐시서버를 변경했다. 넷플릭스는 미국-일본 구간 해저케이블 설치비용을 대고, SKB는 일본-한국 구간의 비용을 분담했다. 이후 트래픽이 증가하자 BBIX를 이용하지 않고 넷플릭스의 도쿄 OCA와 직접 연결하기도 하고, 넷플릭스 홍콩 OCA와 직접 연동하고 있다. LGU+와 KT 올레TV는 SKB와 달리 넷플릭스가 요구하는 ODA를 국내에 두고 있다.

셋째, 넷플릭스가 해외 진출할 때, 시장 점유율이 작은 사업자부터 공략하는 ‘약한고리 깨기’ 전략이 생각났다. 판결문에는 소송 당사자가 주고 받은 메일의 주요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메일 내용을 보면 넷플릭스와 SKB가 치킨 게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SKB는 망 이용대가에 대해 협의하자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넷플릭스는 망 증설비용을 피하기 위해 넷플릭스 캐시서버(OCA)를 설치해 주겠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메일을 통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LGU+나 KT 올레TV처럼 SKB도 항복할 것이라고 판단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넷째, SKB 내의 넷플릭스 트래픽이다. SKB이 공개한 넷플릭스의 트래픽은 2018년 5월 35Gbps, 2019년 1월 99Gbps, 2020년 1월 205Gbps, 2020년 4월 523Gbps로 급증했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동 기간 동안 넷플릭스 월간 순 이용자도 각각 34만 명, 128만 명, 425만 명, 618만 명으로 이용자가 가파르게 늘었다. 

다섯째, 국제사법의 준거법이다. 이번 소송은 미국 회사가 대한민국 회사를 상대로 대한민국 영토 밖에 설치된 SKB의 국제선 망의 이용과 관련된 소송이다.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결정해야 했는데,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대한민국 법으로 준거법이 정해졌다.

아직 최종 판결이 나지는 않았지만 ‘골리앗’ 넷플릭스는 망중립성 소송에서 ‘다윗’ SKB에게 참패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결정은 넷플릭스와 각국 ISP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 판결을 받아들이면 앞으로 전 세계에서 막대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진행될 항소심에 전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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