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 아쉬움 없는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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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배경으로 '나의 것' 찾아가는 여정 설득력 있게 그려낸 tvN '마인'

지난 27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마인' 포스터
지난 27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마인' 포스터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무언가를 ‘지키는 것’과 ‘소유하는 것’은 언뜻 비슷해 보여도 완전히 다르다. 지키는 행위는 ‘무엇’이라는 그 자체가 중요하지만, 소유하는 행위는 그 자체를 가져야만 끝이 난다. 지난 27일 막을 내린 tvN <마인>은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마인>은 재벌가의 이면을 다룬 만큼 흔하고 익숙한 소재라는 첫인상을 풍겼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서사가 가닿는 지점은 낯선 곳이었다. 재벌이라는 소재는 메시지를 던지는 무대였을 뿐 효원가의 동서지간인 두 여성의 선택과 행동을 끈질기게 추적하며 새로움을 불어넣었다.

무엇보다 두 여성은 그럴듯한 정상성에 반기를 들었고, 그들을 둘러싼 편견에 맞서고, 끝내 자신만의 선택에 머뭇거리지 않았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였다. 카덴차를 중심으로 반목, 배신, 질투, 저항, 복수, 야망, 믿음, 사랑 등을 담은 인간의 군상을 보여준 <마인>을 돌아본다. 

<마인>의 시작은 강렬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부터 이야기는 속도감 있게 전개됐다. 효원가의 본체인 카덴차에서 벌어진 서희수(이보영)의 남편 한지용의 죽음이었다. ‘카덴차 살인사건’에 이어 희수의 아들 하준의 친모가 가짜 튜터 강자경으로 위장해 나타나고, 젊은 메이드 김유연이 등장한다. 이들의 등장은 겉으로 보기에 평화로운 효원가에 혼란을 일으켰다.

‘한 지붕 아래 낳아준 엄마와 키워준 엄마’는 다소 작위적 설정이었지만, 두 여자가 딜레마에 빠졌다가 다시금 움직이는 기폭제가 되었다. 서희수는 하준을, 정서현(김서형)은 효원가를 지켜야 한다는 목표를 명확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카덴차 살인 사건을 기점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점 변화로 서사에 긴장감을 불어넣었고, 사건을 둘러싸고 얽히고설킨 효원가와 수족으로 일하는 메이드의 미심쩍은 말과 행동이 몰입도를 높였다.

카덴차 살인 사건은 극의 전반을 장악하지만, 단순히 ‘범인 찾기’로 귀결되지 않았다. <마인>은 카덴차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전과 벌어진 후 시시각각 변하는 인물 간 구도를 주목했기 때문이다. 서희수는 행복했던 6년의 결혼 생활이 거짓이었고, 남편 한지용의 끔찍한 실체를 알게 된다. 이후 아들 하준을 지키기 위해 이혼을 선언하는 등 지용과 대립각을 세운다. 지용의 죽음 이후에는 배우 시절에 선보인 기억 상실에 걸린 척 연기하며 분투하기도 한다.

정서현도 효원가를 지키기 위해 한지용과 끊임없이 신경전을 벌이고, 과감한 결단을 내리며 서희수를 돕는다. 또한 자손 번식, 경영권 승계, 신분 상승 등 효원가 곳곳에 지뢰처럼 터지는 사건과 수족인 메이드의 뒤틀린 욕망까지 분출되면서 서희수와 정서현의 선택을 위한 조건이 점점 더 복잡해진다. 

지난 27일 방송된 tvN '마인' 최종화 화면 갈무리.
지난 27일 방송된 tvN '마인' 최종화 화면 갈무리.

<마인>은 최종회까지 효원가 사람들, 메이드, 정신적 멘토인 엠마 수녀 등 모든 인물이 용의선상에 오를 정도로 긴장감을 높였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마인>은 진범을 단죄하기보다 자꾸만 되물었다. 카덴차 살인 사건을 파고들면 무엇이 남아있는지 말이다.

그 중심에는 서희수와 정서현의 선택이 있었다. 재벌가의 며느리인 둘은 남부러울 게 없고, 누구보다 서로를 신뢰하는 동서지간이다. 카덴차 살인 사건 이후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들은 견뎌내면서도 지켜야 할 무언가를 놓치지 않았다.

서희수는 새엄마라는 편견을 안고서 숱한 의심과 파국의 파고를 넘어섰다. 혈연이 아닌 ‘진짜 엄마’로서 자격을 묻고, 오롯이 하준을 위해 남편과 얽힌 잔혹한 진실을 덮기로 결심한다. 설사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잃더라도 말이다. 정서현도 권력의 암투 속에서 효원가를 지켜내며 회장 자리에 오른다. 또 남편에게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고백하고, 애써 외면해왔던 자신의 정체성을 과거에 묶어두지 않기로 한다. 드라마의 주제 의식은 서희수의 마지막 대사 “모든 것을 잃은 나조차도 사랑할 수 있는 나 자신, 그거에요. 마인”에서 드러난다. 

 <마인>의 제작진은 드라마 제목 그대로 ‘나의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재벌가의 사생활과 암투를 들추면서도 두 여성의 굵직한 서사를 놓치지 않고 풀어갔다는 점에서 아쉬움 없이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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