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주장 받아쓰는 최저임금 보도...“'불평등 심화' 본질 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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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한경연 자료 근거로 최저임금 동결에 힘 싣는 보도 태반
"기업 주장 검증 없어...노동자 이야기도 철저히 외면"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회의실에서 '국민 여러분! 최저임금 보도 괜찮으세요?' 토론회가 열렸다. ⓒPD저널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회의실에서 '국민 여러분! 최저임금 보도 괜찮으세요?' 토론회가 열렸다. ⓒPD저널

[PD저널=손지인 기자] <“최저임금 동결해도 위기” 자영업 호소 더 이상 외면말라>(한국경제), <“최저임금 9000원으로 되면 일자리 13만개 줄어들 것”>(동아일보), <채용감소 걱정하는 구직자 “내년 최저임금 동결해달라”>(매일경제) 

최저임금 인상 여부를 놓고 노사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언론의 최저임금 보도는 재계 편들기 일색이다. 기업 편향적 보도는 ‘불평등 심화’라는 본질적 문제를 은폐하고, 저임금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의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5월 12일부터 7월 4일까지 나온 최저임금 보도를 분석한 탁종렬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은 △기업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편향 보도 △검증과 기획 없는 보도 △기업 유불리에 따른 선택적 보도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부정하는 보도가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주최로 열린 최저임금 보도 점검 토론회에서 탁종렬 소장은 “최저임금 보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5월 12일부터 지난주까지 최저임금 보도의 공통점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제연구원 등 재계가 발표한 자료를 그대로 썼다는 것”이라면서 “최저임금은 노동자와 사용자간의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입장만 보도되면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탁종렬 소장은 “최저임금이 인상될 때 사용자는 노동자를 해고하기보다 가격 인상, 시간 조정, 이윤 축소, 수익구조 증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처하기도 하고, 최저임금과 같은 정책적 성격의 임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라는 학술적 주장은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며 “미국 시애틀 음식점 저임금노동자가 고용감소 없이 실질임금 향상을 경험했다는 연구 결과도 우리 언론은 전혀 소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 기간 동안 경제계 쪽의 주장을 검증한 보도는 <최저임금 16.4% 오른 2018년 ‘직원 둔 자영업자’ 되레 증가>(경향신문), <한경연, 최저임금 묶으려 ‘답정녀 설문’>(한겨레) 등 3건에 불과했다. 

탁 소장은 “대부분의 언론은 경제계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하고 소상공인의 어려운 형편을 이야기하지만, 최지임금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저임금 노동자자나 대기업과 플랫폼 자본의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쓰는 보도 태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노동문제에 대한 언론인의 관심과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준형 언론노조 전문위원은 “지금 하고 있는 (최저임금 관련) 보도들은 사실 쉬운 보도들이다. 최저임금 상승 효과가 특정 젠더, 계층, 저소득층 등의 임금을 상승시키는 재분배 효과가 핵심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있지 않다”면서 “언론노조뿐만 아니라 언론시민사회단체 전반이 요구하는 언론개혁 입법 등으로 쉬운 기사보다 총체적인 기사를 만드는 언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언론사들이 노동에 대한 이해도 및 관심도도 전반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동준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모니터 팀장은 “2019년 최저임금 보도 문제를 지적하는 보고서를 작성할 때에도 한국경제연구원의 '억지 통계' 문제를 지적한 바 있는데, 올해도 보도에서도 똑같이 지적됐다. (기자들이) 한국경제연구원 등의 결과가 합당한지 취재할 마음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단순히 사람이 죽지 않는 것을 넘어 구조적으로 노동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언론사가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개별 기자의 역량을 증진시켜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제도의 사회적 의미와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한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현 정부에서 두차례 최저임금 인상 이후 굳어진 임금‧소득 불평등 완화 효과와 고용, 자영업자‧소상공인 피해라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면서 “결국 최저임금은 노사간 임금소득의 성격만이 아니라 사회적 임금(social wage)를 갖고 있는 포괄성이 높은 제도의 성격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수준으로서의 임금 등으로 발전하기 위해 여러 논의들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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