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MBC 사장 "올림픽 정신 훼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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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MBC 사장 "올림픽 정신 훼손했다"
"제작진 몇명 징계로 그칠 수 있는 수준 아니야...규범 인식·검수 시스템 문제"
'부적절한 선수단 소개' 우크라이나·루마니아에 사과 서한 전달
  • 김승혁 기자
  • 승인 2021.07.26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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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상암 MBC 경영센터에서 박성제 MBC 대표이사가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MBC
26일 서울 상암 MBC 경영센터에서 박성제 MBC 대표이사가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MBC

[PD저널=김승혁 기자] 박성제 MBC 사장이 도쿄올림픽 중계방송 논란과 관련해 “전세계적인 코로나 재난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성제 사장은 26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개회식 중계방송에서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이 쓰인 경위와 후속 조치 계획 등을 직접 밝혔다.  

MBC는 지난 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 중계를 하면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하는 화면에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진을 넣고, 아이티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시위대 사진과 함께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란 자막을 삽입하는 등 비극적인 사건‧사고로 해당 국가를 소개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25일 축구대표팀과 루마니아의 예선 경기에선 루마니아 선수의 자책골이 나온 뒤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띄웠다. 

박 사장은 지난 주말 임원진 긴급회의를 열고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제 사장은 이날 침통한 표정으로 “지난 주말은 MBC 사장에 취임한 이후 가장 고통스럽고 참담한 시간이었다”면서 “급하게 1차 경위를 파악해보니 특정 몇 명 제작진을 징계하는 것에서 그칠 수 없는, 기본적인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MBC는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특별감사 등을 통해 이번 중계 사고의 원인을 파악한 뒤 징계 등의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다.  문제 영상을 담당했던 제작진 중에는 업무에서 배제된 직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난 2월 올림픽 등 중계 업무를 자회사로 이관한 조직개편이 이번 중계 사고의 원인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 사장은 “내부에서 (조직개편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조직개편이 문제 원인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올림픽 정신을 제대로 발현하지 못하고 규범적 인식이 미비했던 점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이걸 시스템에서 걸러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두 조직이 막판까지 굉장히 많은 일을 했고, 복잡한 소개 화면이 만들어진 과정에서 데스킹이 부실해진 면이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MBC가 지난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 중계 방송에서 우크라이나 소개 장면에 체르노빌 사진을 게재하는 등 부적절한 영상과 자막을 삽입해 비판을 받고 있다
MBC가 지난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 중계 방송에서 우크라이나 소개 장면에 체르노빌 사진을 게재하는 등 부적절한 영상과 자막을 삽입해 비판을 받고 있다

MBC의 무례한 중계방송은 BBC, CNN 등 외신을 통해 국제사회에도 알려졌다. 

박성제 사장은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등 결례를 범한 국가에는 사과 서한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오전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메일 등을 통해 사과 서한을 전달했다. 국내에서 철수한 아이티 대사관에는 추후 사과 서한을 전달할 방침”이라며 “해당 국가 국민들에게 사과 말씀드리며 외신에도 (기자회견이) 끝나는대로 사과문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쇄신을 약속한 박성제 사장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콘텐츠를 제작할 때 인류 보편적 가치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권과 성평등 인식을 중요시하는 제작 규범이 체화될 수 있도록 전사적인 의식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콘텐츠 경쟁력 강화, 적자해소를 위해 애써왔지만,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다하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반드시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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