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 소울'이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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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흠뻑 빠지게 하는 영화 '자메이카의 소울:이나 데 야드'의 매력

영화 '자메이카의 소울:이나 데 야드'  스틸 컷.
영화 '자메이카의 소울:이나 데 야드' 스틸 컷.

[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 <신지혜의 영화음악> 진행]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주인공은 도서관에서 일각수의 꿈을 읽는 일을 하게 된다.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일, 그냥 하다보면 방법을 알게 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그에게 맡겨진 일. 그것이 일각수의 꿈을 읽는 일이었다. 

그의 세상에는 ‘노래’가 없다. 그런 그에게 도서관의 여자는 ‘노래’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세계의 끝을 맞이하게 될 즈음 그는 문지기와 ‘노래’에 대해 짧은 이야기를 나눈다. 오래 전 이 소설을 읽으면서 도서관에서 일각수의 꿈을 읽는 그의 세계는 색채가 다 빠져버린, 소리조차 없는 조용하고 차분한 세계다.

노래가 없는 세상을 우리는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노래를 너무나 좋아하고 자주 노래를 흥얼거리는 편이 아닐지라도 어쨌거나 우리의 일상 속에서 노래를 빼놓기는 어렵지 않은가. 어딘가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고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는 세상이 우리의 세상이지 않은가. 

중미의 작은 나라 자메이카. 그 곳에도 노래가 있고 멋지게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 <자메이카의 소울 : 이나 데 야드>는 깜짝 놀랄 만큼 매력적이다. 

자메이카를 레게의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는 나에게 이 영화는 ‘스카’와 ‘록스테디’를 알려 주고 켄 부스, 키더스 아이, 세드릭 마이턴, 주디 모와트 등 자메이카 뮤지션의 이름을 알려 주었다. 그들의 밴드, 그들의 앨범, 그들의 노래, 그들의 삶 그리고 그들이 노래에 담아낸 것들은 감동적이다(감동적이라고 쓰는 것은 진부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들은 말한다. 이 나라 사람들의 언어는 음악이라고. 뭘 그렇게까지, 하고 생각하지만 조금만 더 그들의 노래를 들어보고 가사를 생각해보고 노래들의 역사를 듣고 나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나아가 그들은 마치 노래로 빚어진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일생을 다해 노래를 불렀을 뮤지션들, 음악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입을 떼어 노래를 했을 그들, 공연장에서 거리에서 노래를 했을 사람들이 척척 풀어 놓는 음악 철학을 듣다 보면 마음이 한 뼘 넓어지는 것 같다. 

영화가 시작되면 귀에 익은 노래가 들린다. 어라, 영화 <대부>의 love theme 이잖아. 바로 그 멜로디에 가사를 붙인 곡  ‘speak softly love’ 이다 (주로 앤디 윌리엄스가 스코어에 가사를 붙여 많이 불렀는데 그 중 한 곡이다. 니노 로타의 스코어를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 자메이카의 노래는 레게 아니었어, 싶을 즈음 살짝 편곡된 리듬이 이 영화는 자메이카 뮤지션들의 이야기임을 상기시킨다. 목소리가 냇 킹 콜(을 비롯해 그 즈음을 주름잡던 그들)과 비슷하다. 따스하고도 정직한 목소리는 켄 부스의 것이다. 그렇게 친숙한 곡으로 시작된 영화는 자메이카의 본질로 이끌어 간다. 

영화 '자메이카의 소울:이나 데 야드' 스틸컷.
영화 '자메이카의 소울:이나 데 야드' 스틸컷.

자메이카 음악은 1960년대 전환점을 돌아 1970년대는 각성의 시대를 맞는다. 그들은 그 시절을 ‘영적인 시절’이라 부른다. 당시 쟁쟁했던 미국 밴드의 영향을 받아 레게가 탄생하고 자메이카의 음악은 그렇게 이어져 왔다. 

켄 부스는 건실하게 일생을 살아 온 사람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아내와의 관계에서도 평온함이 느껴지고 노래를 부를 때 입술을 살짝 긴장시키는 모습도 그렇고 그의 목소리가 그렇다. 키더스 아이는 호락호락한 젊은 시절을 보낸 것 같지 않다. 강단 있어 보이는 이목구비가 그렇고 자신의 내면의 흥과 리듬이 돌출될 때 튀어나가는 기질과 녹음실에서 자신을 눌러주는 모습이 그렇다. 

세드릭 마이턴은 그저 흥이 넘치는 젊은 뮤지션이었을 것 같다. 여전히 음악이 나오면 겅중겅중 뛰듯 리듬을 타고 하이 톤으로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주디 모와트는 또 어떤가. 화려한 색깔의 옷을 멋지게 걸쳐 입고 옷색깔과 맞춘 듯 밝은 색조의 화장을 하고 여유있는 몸짓과 음성으로 그 시절을 이야기하는 주이 모와트는 그야말로 디바이지 않은가.

또한 주디 모와트와 여성 보컬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 'black woman'은 마음이 떨리도록 멋지다. 자메이카 버전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라는 홍보문구는 많은 것을 말해 주지만 쿠바의 뮤지션과는 또 다르기에 영화를 보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고 알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그들처럼 이들도 평생 노래를 하고 다시 그 시절을 생각하며 무대에 선다. 그 무대는 파리의 르 트리아농 극장이다. 영화의 마지막, 그들이 함께 부르는, 극장을 가득 채우는 곡 'river of babylon'은 우리에게 익숙한 노래지만 그들의 목소리로 듣는 이 곡은 새삼 가사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한다. 

오프닝과 엔딩이 우리에게 익숙한 팝송이라고 실망하지 말기를. 언급했듯이 이 영화는 ‘자메이카의 소울’ 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들이 활동했던 킹스턴의 테라스, 이나 데 야드에 관한 이야기이므로 당신을 자메이카의 음악에 흠뻑 빠져들도록 만들어 줄테니.

아마도 영화를 보고 나면 나처럼 키더스 아이가 부르는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의 영어 버전인 'if you love me'를 검색해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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