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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19 10:00
  • 수정 2021.08.24 14:54

서대문공동체라디오 주역들 "재난도 극복하는 공동체, 주민과 만들어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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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9월 개국 앞둔 서대문공동체라디오 장수정 대표, 황호완·이창민 PD
"주파수의 무게감, 지역에 선한 영향력으로 전파하고 싶어"

지난 2019년 서대문 공동체라디오가 진행한 '미니FM' 현장 모습 ⓒ서대문 공동체라디오
지난 2019년 서대문 공동체라디오가 진행한 '미니FM' 현장 모습 ⓒ서대문 공동체라디오

[PD저널=김승혁 기자] “사실 서울에서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어려운 일이죠. 공동체성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라디오를 통해 서대문구 지역민과 공동체성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장수정 대표가 이끄는 서대문공동체라디오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난달 신규 허가한 공동체라디오 20개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에 소재한 곳이다. 공동체라디오는 소규모 지역(시‧군‧구)를 대상으로 하는 소출력(10W 이하) 라디오방송으로, 대표적인 지역밀착형 미디어다.    
  
지난 13일 찾은 서대문공동체라디오 사무실에선 개국 준비 회의가 한창이었다. 장수정 대표와 황호완 PD, 이창민 PD를 주축으로 한 서대문공동체라디오는 2013년 서울시 마을미디어 ‘가재울라듸오’로 시작해 8년 동안 지역에서 공동체미디어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마을미디어는 ‘사랑방’ 느낌이 강하다면 주파수를 허가받아 운영하는 공동체라디오는 작은 라디오방송사의 위상을 갖는다. “마을미디어는 공동체라디오로 가는 단계”라고 생각한 서대문공동체라디오 운영진은 지난해 사단법인 전환을 마치고 언제 뜰지 모를 공모를 준비했다고 한다. 옆동네에서 마포FM공동체라디오가 2004년부터 방송을 하고 있는 등의 악조건(?) 속에서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배경에는 서대문구 주민들의 응원도 한몫했다. 
     
황호완 PD는 “신청서를 내면서 지역민들의 응원 메시지와 지지 서명을 받아 방통위에 제출했는데,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700명가량이 정성스럽게 응원 메시지를 전달해주셨다”며 “공동체라디오가 왜 우리 동네에 필요한지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허가사업자인 공동체라디오는 ‘매일 6시간 이상 방송’, ‘매월 전체 방송시간의 20% 이상 청취자 참여프로그램 편성’ 등 방송법령에 따라 편성의 의무도 부여받는다. 서대문공동체라디오는 지역 소식을 생방송으로 전하는 <서대문은 지금!>(가칭), 책과 도서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서대문도서관 탐구생활> 등의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장 대표는 “서대문구는 도서관이 다 연계되어 있고 도서관별로 모임도 많다. <서대문도서관 탐구생활>는 도서관 사람들과 사서들의 고민 등을 들어보는 콘텐츠”라고 소개하면서 “서대문구는 어르신과 청년층이 많은 게 지역적 특징인데, 독거노인을 포함해 1인 가구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송을 하고 싶다”고 했다. 

서대문공동체라디오 개국 예정일은 2022년 9월 13일. 주파수 대역 91.3㎒에 의미를 부여해 정했다고 한다. 1년 뒤에 문을 열려면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하다.

황 PD는 “계획대로라면 개국 이후 150명 이상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공동체라디오는 출연료나 임금을 지급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활동가들이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DJ를 맡는 구조라서 활동가 모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공동체라디오를 신규 허가하면서 기대를 건 ‘재난방송’에 대한 고민도 깊다. 
장 대표는 “‘재난이 일어났다’에서 그치면 공동체라디오의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라며 “재난 전과 이후까지 일상적으로 재난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1년 동안 다른 공동체라디오 신규 사업자들과 함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대문공동체라디오의 목표는 무엇일까. 

이창민 PD는 “좀처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는 분들이 서대문공동체라디오를 찾았으면 좋겠다”며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은 마치 주민이 아닌 것처럼 취급한다. 자신의 의견을 어디 가서 터놓을 기회가 없는 지역민들이 찾는 곳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 PD는 “우리끼리 방송하는 곳이 아닌 지역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방송을 하고 싶다. 지역을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을 나누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다음은 서대문공동체라디오 장수정 대표, 황호완 PD, 이창민 PD와의 일문일답.

장수정 대표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PD저널
장수정 대표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PD저널

-마을미디어로 8년 동안 활동을 해오다 이번에 공동체라디오 신규 허가를 받았다. 신청한 배경이 궁금하다.

장수정 대표(이하 장): “활동가 모두 공동체라디오와 관련한 활동을 오랫동안 이어오다 보니 공동체라디오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 마을미디어의 지향점이 공동체라디오라고 생각했다. 마을미디어 경험이 쌓이고 안정화가 되면 공동체라디오로 전환해야겠다고 판단하고 단계를 밟아가던 때에 마침 공모가 나온 것이다. 지난해 비영리 법인으로 전환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공동체라디오 선정을 위한 준비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나.

황호완 PD(이하 황): “우선 지역민들의 응원 메시지와 지지 서명을 받아 방통위에 제출했다.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700명가량이 정성스럽게 응원 메시지를 전달해주셨다. 어느 한 지역민은 ‘서대문공동체라디오’로 9행시를 지어주기도 했다.(웃음) 공동체라디오가 왜 우리 동네에 필요한지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공모를 준비하면서 주변에서 서울엔 확보할 수 있는 주파수가 많이 없고, 사업의 지역균형적인 측면에서 서울은 후순위일 것이라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관악FM, 마포FM과는 다른 장점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지역민의  목소리를 담는 데 집중했다.”

-서대문공동체라디오만의 특색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창민 PD(이하 이): “다른 공동체미디어에 비해 미디어 플랫폼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을 꾸준히 시도해온 편이다. ‘가재울라듸오’ 당시 페이스북 라이브 기능으로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해온 데 이어, 유튜브 라이브 기능을 통해 주민총회와 같은 동네 행사까지 생중계하고 있다. 올해 서대문구에서 14개 동별 주민총회가 열렸는데, 그중 여섯 곳의 주민총회를 우리가 생중계했다.”

-준비하고 있는 있는 콘텐츠를 소개해 준다면. 

황 : “<서대문은 지금>(가칭)은 말 그대로 서대문구의 소식을 전달하는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이다. 주민자치회나 구의회 소식, 지역 민원, 코로나 확진자 수까지 생방송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서대문구의 소식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송이 됐으면 한다. 방송을 통해 담당 구의원하고 전화를 연결한다던가, 지역 전문가 등을 자리에 초대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장 : “<서대문 도서관 탐구생활>(가칭)을 예전부터 하고 싶었다. 실제 서대문구지역 도서관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수요도 있었다. 서대문구는 도서관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돼있어 도서관별로 책읽기 모임 등 커뮤니티가 활발한 편이다. 이런 소식도 전하면서 도서관 관계자들의 고민이나 일상을 담는 콘텐츠도 구상 중이다. 또 서대문구는 다른 지역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르신과 청년 인구가 많은 지역적 특색을 가지고 있다. 독거노인 등 1인 가구를 적극적으로 끌어오는 방송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공동체라디오 사업자로 선정되면 어떤 점들이 달라지는지 궁금하다. 

장 : “그만큼 공신력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지자체 지원을 더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 지원 비율이 늘어나면 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주의도 해야한다. 방송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고정적인 (후원)회원이 되면 지역민의 참여 폭도 넓어지고 재정도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 : “마을미디어는 서울시 조례 외엔 법적 지위나 강제가 없어 방송 제작을 미뤄도 그만이었다. 공동체라디오는 편성 의무 등으로 책임감이 무겁지만, 그만큼 영향력도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대문구 주민들은 모두 서대문공동체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건가.  

이 : "현재 서대문구청 측에 가청 범위를 추가로 신청해놓은 곳이 홍제동, 홍은동, 천연동, 충현동이다. 예정대로 구청과 원만한 협의가 이뤄진다면, 기존 송신하던 곳까지 합해서 서대문구 전역의 70~80%를 커버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라디오가 조금 더 잘 들릴 수 곳이 있다면 사무실도 옮길 계획이다."
  

황호완 PD(왼쪽)와 이창민 PD(오른쪽)이 서대문 공동체라디오 운영계획에 대해 회의하고 있다. ⓒPD저널
황호완 PD(왼쪽)와 이창민 PD(오른쪽)이 서대문 공동체라디오 운영계획에 대해 회의하고 있다. ⓒPD저널

- 방통위는 공동체라디오를 새롭게 허가하면서 지역소외 현상과 재난 극복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걸었다. 재난 극복 등에 공동체라디오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황 : “지난 고성 산불 때 인명 피해가 의외로 적었던 이유는 지역 공동체성이 살아있기 때문이라는 재난 전문가의 말을 들은 적 있다. 하지만 지역 공동체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서울은 재난 상황에서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당시 일본 공동체라디오는 지역민에게 피난처와 식수 공급 정보에 대한 내용을 계속 알려줬다고 한다. 이런 소식을 전달할 수 있는 건 공동체라디오뿐이고, 이것이 공동체라디오의 궁극적인 역할이다. 다만 재난방송을 어떻게 체계화할지에 대한 고민은 더 필요하다.”

장 : “아직은 재난방송이 지역적으로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최근 재난의 형태와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재난 관련 이야기를 서대문구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고민은 진행 중이다. 단순히 ‘어디서 어떤 재난이 일어났다’는 식의 전달은 공동체라디오로서의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난을 어떻게 조금 더 일상적인 관점에서 대비하고 극복해낼 것인지 등을 다른 공동체라디오 사업자들과 논의하고 있다. 우선 현재로서는 <서대문은 지금>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재난 관련 프로그램을 다루자고 계획한 상황이다. 올바른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대문공동체라디오의 목표가 궁금하다. 지역민에게 어떤 존재로 남고 싶나.

황 : “우리끼리 방송하는 곳이 아닌 지역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방송을 하고 싶다. 지역을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

이 : “좀처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는 분들이 서대문공동체라디오에 왔으면 한다. 청소년은 단지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나 어리다고 마치 주민이 아닌 것처럼 취급당한다. 자신의 의견을 어디 가서 터놓을 기회가 많이 없는 지역민들이 우리 방송을 통해 영향력을 가졌으면 한다.”

장 : “서울에서 공동체를 이야기한다는 게 사실 어려운 일이다. 공동체성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공동체라디오를 통해 서대문구 지역민과 공동체성을 함께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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