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 떠오른 ‘아프간 난민 수용’...수용론에 힘 실은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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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미국 정부, 한국 포함 해외미군기지에 아프가니스탄 난민 임시수용 방안 검토"
"미국, 사전에 충분하게 협의해야" 지적... 정부엔 "전향적인 자세 필요"
한국일보 논설위원, 난민 수용 반대 여론 두고 "우리 안의 혐오 본능" 비판

19일(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주재 미국 대사관 밖에서 아프가니스탄 이주자들이 키르기스스탄 시민권 취득 또는 미국이나 캐나다로의 재정착을 요청하는 집회에 참여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뉴시스
19일(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주재 미국 대사관 밖에서 아프가니스탄 이주자들이 키르기스스탄 시민권 취득 또는 미국이나 캐나다로의 재정착을 요청하는 집회에 참여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뉴시스

[PD저널=박수선 기자] 미국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해외미군기지에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임시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아프간 난민 수용’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23일자 다수 조간은 정부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난민 수용에 전향적인 자세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1일 미국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 국방부가 한국, 일본, 코소보, 이탈리아에 있는 미군 기지에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 바레인, 독일에 있는 미군기지가 수용 인원을 초과하자 한국내 미군기지 등을 추가 수용지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WSJ 보도에 대해 “우리 정부와 논의한 바 없고,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우리 정부의 아프간 재건사업에 참여했던 400여명은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길 대표는 아프간 난민 수용에 일단 선을 그었지만, 이재명 경기지사,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 여야 정치인들은 SNS를 통해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 수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23일 조간신문은 사설을 통해 미국이 주한미군기지의 난민 수용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피란민을 주한미군기지에 수용할 경우 원칙적인 결정권은 미국에 있다. 그렇다고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하지 않으면 동맹 간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주한미군기지에 피란민을 수용하기 전에 한국 정부와 충분히 협의를 하는 것은 물론 한국 국민에게도 충분한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란민들이 주한미군기지에 머물게 될 경우 우리 정부의 도움이 필요할지 여부는 현재로선 알수 없다. 다만 인도적 차원에서 한국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마다해선 안 된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미군이 우리 영토의 기지에 난민을 데려오는 것은 정부가 난민을 수용하는 문제와 별개인 만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한미가 동맹으로서 국제 현안도 응당 분담해야 하나 난민 수용은 주권과 민감한 사안이다. 충분한 사전 논의와 정부 동의 없이 결정된다면 정치 사회적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8월 23일자 사설.
중앙일보 8월 23일자 사설.

정부를 향해선 난민 수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1950년 흥남철수 때 우리가 겪었던 비극이 되풀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젠 우리가 아프간 난민의 절규에 귀를 기울일 때”라며 “인종, 종교, 정치적 견해, 성별에 관계없이 난민에게 보호를 제공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규범이다. 우리 정부는 아프간 난민 문제에 인색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국제사회의 책무를 강조하면서 “미군 철수가 탈레반의 점령을 재촉했다는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미국이 주도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도 난민 지원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아프가니스탄에 군민 합동의 지역재건팀을 파견했던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한국 정부는 제반 상황과 조건을 면밀히 검토해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올 들어 아프간 국내에서 발생한 난민은 40만명이다. 이들 난민을 수용할 일차적 책임은 전쟁을 일으킨 미국 등 연합국에 있다”고 짚었다.

이어 “국제사회는 2015년 시리아 사태로 난민 위기를 맞은 바 있다. 국제사회는 적극적인 난민 수용으로 제2의 난민위기를 막아야 한다”며 “한국은 2001년 이후 아프간에 의료지원단과 공병지원단 등을 파견한 바 있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아프간 난민 수용에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희원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이날 ‘지평선’ 칼럼에서 아프간 난민 수용에 부정적인 여론을 두고 “폭력적인 이슬람 근본주의와 이를 피해 도망친 난민을 동일시하면서 난민을 범죄집단으로 몰거나, 난민을 돕자는 이들에게 비난을 퍼붓는 것은 ‘우리 안의 혐오 본능’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으면서 “아프간 사태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한미동맹과 자주국방만이 아니다. 낯설고 먼 나라의 비극에 우리나라는 얼만큼의 연대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느냐는 문제 또한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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