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슬의생' 제작사 대표 "자본 중심 시장 재편, 제작환경 갈수록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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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오경 민주당 의원·문체부 'OTT환경에서 영상콘텐츠 확장과 육성방안' 세미나
"IP 확보 필요성 커지고 있지만, 제작역량 양극화 심화"
"정부, 제작사 금융지원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해야"

24일 열린 'OTT 환경에서 영상콘텐츠의 확장과 육성 방향' 세미나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 유튜브 화면 캡처
24일 열린 'OTT 환경에서 영상콘텐츠의 확장과 육성 방향' 세미나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 유튜브 화면 캡처

[PD저널=김승혁 기자] 미디어 환경변화와 국내외 사업자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OTT 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정작 콘텐츠를 생산하는 제작사나 창작자들이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지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제작사 자생력 강화와 오리지널 콘텐츠 원천인 IP(지적재산권) 개발·확보를 위해 실효성 있는 육성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개최한 ‘OTT환경에서 영상콘텐츠의 확장과 육성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제작사·투자사 관계자들은 콘텐츠 시장의 양극화 심화를 우려했다. 

1위 사업자 넷플릭스는 올 한해 동안 5500억원을 국내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이어 국내 사업자 웨이브와 티빙도 조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OTT의 콘텐츠 투자는 이미 검증됐거나 경쟁력을 갖춘 대형제작사에 집중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콘텐츠 투자사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의 신강영 본부장은 “과거 지상파 중심이었던 콘텐츠 시장이 OTT가 주도하고 있는데, OTT와의 계약에서 콘텐츠 사업자들이 얼마나 힘을 발휘하고 있느냐를 봤을 때 개선된 게 없다”며 “글로벌 OTT나 중국 자본이 한국을 떠났을 때 과연 국내 콘텐츠가 자립할 수 있겠나. 과거에는 손실이 나도 투자를 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한국 콘텐츠의 밸류를 높였다는 자긍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조차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OTT 환경에서 국내 콘텐츠 기업들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수익 관점에서 투자하는 콘텐츠 펀드는 취약분야 위주다. 좀더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확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포스터.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포스터.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작사인 에그이즈커밍 고중석 대표는 “OTT의 성장 속에서 우려되는 것은 콘텐츠 진흥정책 방향이 대기업·자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대기업의 단점은 관리, 규율적 측면이 있다는 것인데, 이런 체계가 창작자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얼마나 보장하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고중석 대표는 “4년 동안 이우정 작가와 신원호 PD가 의기투합해 만든 <슬의생>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다음 작품을 투자해야 하는 입장에서 과연 우리(제작사)가 정당한 수익을 받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라며 ”주52시간제, 인건비 증가 등 갈수록 제작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기획 기간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나 금융지원, 연구 개발비 혜택 등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슬기로운 의사생활> IP를 우리 제작사와 CJ ENM이 공동소유하고 있다. 물론 IP를 전부 소유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에이스토리가 <지리산> IP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상장회사의 자본력, 제작 경험, 경쟁력 있는 감독· 배우를 모두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신생 제작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원천인 IP 확보 필요성을 커지고 있지만, 신생제작사나 중소제작사 현실에선 IP 개발이나 확보가 여의치 않다는 이야기다. 

스타트업 제작사 와이낫미디어의 이민석 대표도 “스타트업이다 보니 투자를 받아서 해당 자금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IP를 확보하고 있는데, 아직도 기성 제작사가 가지고 있는 역량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처럼 OTT 산업은 성장의 과실이 큰 시장이다 보니 아무래도 대기업 편중이 심화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공정한 룰에 입각한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준호 호서대 경영학부 교수는 "“드라마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면서 내수시장으로는 제작비를 충당할 수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 글로벌 OTT가 더 이상 국내 영상콘텐츠에 관심을 갖지 않거나 대체할 수 있는 부분들 찾았을 때 부작용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과거 방송사와 콘텐츠 제작사와의 관계처럼 글로벌 OTT에 소유권이 넘어가는 상황으로,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인력 수급과 양성, IP보호 차원에서는 제작사를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들이 활성화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OTT 시장을 영상 콘텐츠 IP 비즈니스 관점으로 분석한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2000년대 초반 수많은 IP가 영상으로 만들어지면서 슈퍼 IP가 탄생했다. 플랫폼의 성장을 K콘텐츠 성장의 한 요인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에서 스튜디오, 콘텐츠로 중심축이 이동하는 시점에서 공정거래 제도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최선영 교수는 “우리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법적인 매니저먼트 지원이 정책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활성화를 위해 플랫폼 사업자들은 공정거래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창작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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