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마을 차차차’, 말랑거리는 힐링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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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마을 차차차’, 말랑거리는 힐링 드라마
영화 '홍반장' 리메이크작 tvN 토일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바닷마을 공진 배경으로 따뜻한 변방의 메시지 전해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1.09.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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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갯마을 차차차'
tvN '갯마을 차차차'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이경희 작가의 <고맙습니다>에 등장하는 푸른도라는 가상의 섬은 이영신(공효진)이 딸 이봄(서신애)과 할아버지 이병국(신구)이 살아가는 곳으로 ‘변방’의 의미를 표상하는 공간이다. 치매인 할아버지와 병에 걸린 딸 그리고 싱글맘은 모두 중심에서 밀려난 인물들이고, 그들의 삶은 변방에 위치한 푸른도라는 섬과 어울린다.

드라마는 그 섬에 의료사고를 낸 후 절망하는 민기서(장혁)가 들어와 그 변방의 섬에서도 주민들에 편견에 의해 소외되는 이영신과 그 가족을 끌어안으며 자신도 치유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이 드라마에서 푸른도라는 섬은 그래서 그저 배경이 아니다. 그 위치 자체가 드라마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되는 것. 

<고맙습니다>의 푸른도처럼 변방은 그 중심 바깥의 삶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드라마의 로케이션이 되는 경우가 있다. 최근 종영한 SBS <라켓소년단>이 소년들의 배드민턴 도전과 성장을 담으며 굳이 땅끝마을 해남으로 내려간 것도 그런 이유다. 그 땅끝마을을 배경으로 하면서 드라마는 단지 배드민턴이라는 스포츠 소재의 차원을 넘어서, 인기종목과 비교되는 비인기종목 스포츠, 도시와 비교되는 시골의 삶까지 포개 놓을 수 있었다.

KBS <동백꽃 필 무렵>의 옹산이라는 마을 역시 마찬가지다. 그 변방의 공간은 동백(공효진)이라는 미혼모에 술집을 하는 인물의 처지를 고스란히 표상해낸다. 물론 <고맙습니다>도 <라켓소년단>도 또 <동백꽃 필 무렵>도 그 변방이라는 소외된 공간을 뒤집어 오히려 그 곳이 살만한 따뜻한 공간이라는 걸 그려낸다. 그리고 그 공간의 반전은 바로 선입견과 편견을 깬 후 비로소 보이는 인물의 진가라는 이야기와 겹쳐진다. 

새로 시작한 tvN 토일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도 그런 의미에서 이 변방의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의 계보를 잇는다. 도시에서 잘 나가는 치과의사 윤혜진(신민아)이 엄마의 기일에 찾아온 공진이라는 가상의 바닷마을이 배경이다. 바닷마을 특유의 짠내가 물씬 풍기는 그 곳에서 도시녀 윤혜진은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홍반장 홍두식(김선호)을 만나게 된다. 도시에서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된 윤혜진이 이 곳에서 치과를 개업하며 그 곳 사람들과 어우러지고 또 홍두식과 달달한 멜로를 이어가는 것이 드라마의 주된 내용이 될 터다. 

<갯마을 차차차>는 2004년 개봉했던 김주혁, 엄정화 주연의 영화 <홍반장>의 드라마 리메이크 작품이다. 하필이면 왜 지금 이 작품을 리메이크했는가가 궁금해지지만 도시에서 밀려나 작은 도시에 개업하게 된다는 설정에, 굳이 바닷마을 공진 같은 공간을 끼워 넣은 건 이 의문에 어느 정도 답을 준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어딘가 떠나보지 못했던 시청자들에게는 이 바닷마을에 담겨진 파란 바다와 푸른 하늘 그리고 하얀 구름만으로도 힐링이 될 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안구정화 공간에서 김선호나 신민아 같은 선한 인상의 인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tvN '갯마을 차차차'
tvN '갯마을 차차차'

하지만 이 작품 역시 공간은 배경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앞에 언급한 변방을 공간이자 메시지로 삼아온 드라마들처럼, 그 공간을 그대로 표상하는 홍반장이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그려낸다. 홍반장은 이 마을 어디에서나 만나게 되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일꾼이지만, 그 일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갑자기 통신이 끊겨 전화가 먹통이 되자 마을 어르신들을 일일이 찾아가 놀라지 말라며 그 소식을 전해주는 인물. 그에게 일은 단지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품앗이 같은 마음이 담겨있다.

그래서 드라마는 이 변방에서 살아가지만 도시인들보다 훨씬 건강하고 따뜻하게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홍반장이라는 인물을 통해 담는다. 도시녀 윤혜진이 홍반장에게 점점 빠져들고 그래서 사랑하게 되는 그 과정은 도시가 변방의 가치를 알아가는 과정으로도 그려질 예정이다. 실로 평이해 보일 수 있는 멜로드라마가 휴먼드라마로 메시지를 확장할 수 있게 된 건 공진이라는 바닷마을에 빚진 면이 크다. 그 변방의 공간이 가진 소외와 따뜻함을 그대로 표상해낸 인물이 주인공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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