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 방향타 잘못 잡은 'SNL 코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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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 방향타 잘못 잡은 'SNL 코리아' 인턴기자
'공감성 수치' 유발하는 '인턴기자' 화제 만발
사회초년생 미숙함 부각한 약자 풍자 개그
"'슬의생' 인턴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로 그려"
  • 장세인 기자
  • 승인 2021.09.24 16:38
  •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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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 코리아 방송화면.
<SNL 코리아> 방송화면.

[PD저널=장세인 기자]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위켄드 업데이트'에 등장한 ‘인턴기자'가 호스트를 압도할 정도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크루 주현영이 연기하는 '인턴기자'는 사회초년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공감성 수치(羞恥)'가 느껴진다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20대 여성의 미숙함이 부각된다는 점에서 불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4년 만에 부활한 <SNL 코리아>는 1회 이병헌, 2회 하지원을 호스트로 섭외해 방송 전부터 관심이 쏠렸다. 뚜껑을 열고 보니 화제가 된 인물은 따로 있었다.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에 3분 남짓 출연하는 '인턴기자 주현영' 캐릭터는 유튜브 하이라이트 영상 조회수 450만회를 넘기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코너에서 주현영 인턴기자는 “젊은 패기로 신속 정확한 뉴스를 전달한다”며 당차게 등장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앵커의 질문을 받고 당황하는 사회초년생을 대변한다. 

앵커가 한층 더 깊게 들어가는 질문을 던지자 “좋은 질문? 지적? 아무튼 감사합니다”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의 표시를 하는 대목에선 “면접 보러 갔을 때 항상 이런 애들 있다”, “현역 대학생은 공감성 수치로 마냥 웃을 수가 없다”, “한 세대를 표현하는 영상이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주현영 인턴기자가 앵커의 질문에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안 하고 싶다”며 울면서 뛰쳐나가는 장면이 코너 속 코너의 결말이다.  

누구나 겪었을 법한 상황을 실감하게 묘사한 게 흥행 포인트이지만, 마냥 웃을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사회초년생의 어리숙함을 조롱거리로 삼았다는 것이다. 

약자를 풍자 대상으로 올렸다가 실패한 개그는 이미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한 주를 달군 이슈를 풍자 소재로 삼은 '위켄드 업데이트'는 애초 취지와 달리 20대 여성 인턴기자를 희화화했다는 반응이 나오는 상황이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번 현상은 개그프로그램에서 여성을 우스운 여성과 예쁜 여성으로 양분해서 소구해 온 맥락 속에 존재하는 것”이라며 “어떤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눈물이나 감성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여성에게 씌워진 고정관념이 반복적으로 쌓여 비판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주현영 인턴기자를 바라보면서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그동안 여성이 남성보다 쉽게 조롱과 비하의 표적이 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최이숙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현영 인턴기자의) 울먹거림 등과 같은 행동은 사회초년생의 맥락과 젠더적인 맥락, 그 두 가지가 중첩되면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라며 “남성 사회초년생이 나왔다면 당황하는 모습에서 끝났을 텐데 과도하게 희화화된 공감 코드를 사용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 불편하게 느껴졌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SNL코리아'의 주현영 배우가 연기하는 '인턴기자' ⓒ쿠팡플레이
'SNL코리아'의 주현영 배우가 연기하는 '인턴기자' ⓒ쿠팡플레이

의도치 않은 논란이더라도 제작진이 시청자 반응을 수렴해 풍자 개그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순택 사무처장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사회초년생이나 인턴의 어리숙한 모습이 많이 등장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로 다뤄진다. 비교 대상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는 뜻"이라며 "표현 방식을 두고 의도치 않게 논란이 발생했고 문제의식이 나왔다면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은경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는 “정치 풍자에 대한 시청자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개그 소재보다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주현영 인턴기자가) 앵커의 질문에 정곡을 찌르는 답변을 한다거나 앵커도 못하는 소신발언을 하는 등 인턴기자를 통해 대리만족과 판타지를 느낄 수 있다면 어떨까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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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코미디 2021-09-30 11:51:24
이래서 개콘이 없어졌지...

2021-09-28 21:57:43
멍멍멍~~~~

니가고생이많다 2021-09-28 20:09:52
애쓴다. 개그를 다큐로 받아들여.

대나다나 2021-09-26 19:48:51
전에쓴 기사도 보니 수준이 참.... 대단하십니다

dbeehheh 2021-09-26 14:05:06
맛이 갔구나..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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