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제보 믿고 "간장 재활용 업체" 보도한 연합뉴스TV 법정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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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제보 믿고 "간장 재활용 업체" 보도한 연합뉴스TV 법정제재
방심위 방송소위, 업체 관계자들 불기소 처분 나온 의결보류 안건 심의
"업체 타격 상당한 보도, 제보 내용 검증했어야" 지적
"엄중한 심의, 언론 보도 위축 우려" 소수 의견도
  • 손지인 기자
  • 승인 2021.09.28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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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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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손지인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가 허위로 드러난 제보를 믿고 한 장류 제조업체가 '반품 간장을 재활용했다'고 보도한 연합뉴스TV <뉴스 22>에 법정제재인 ‘주의’를 내렸다.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는 28일 회의를 열고 연합뉴스TV <뉴스 22>(2020년 1월 24일 방송분)에 대해 방송심의 규정 ‘객관성’, ‘명예훼손 금지’ 조항 위반 여부를 심의한 결과, ‘주의’를 의결했다. 제재 수위는 향후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연합뉴스TV는 지난해 1월 24일 <뉴스22>에서 <“유통기한 경과 제품 섞어”…믿고 찾은 간장의 배신> 제목으로 "대구 지역의 한 장류 제조업체가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섞어 재판매했다는 내부 고발이 제기됐다"며 반품된 간장을 재가공해 새 제품으로 유통하고, 구더기와 바퀴벌레가 나오는 된장을 유통시켰다는 내용을 제보 영상과 함께 방송했다. 

해당 보도는 지난해 방송사 진술 후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유로 의결이 보류됐다가 지난 3월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나온 뒤  안건으로 다시 올라왔다. 연합뉴스TV에 제보한 직원은 이후 제보 내용이 거짓이었다고 번복했고, 대구지검은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를 받은 해당 업체 관계자들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해당 업체가 제기한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보도 내용도 전부 삭제된 상태다. 

위원들은 사실 확인에 소홀한 보도였다고 지적했다.

정민영 위원은 “보도는 2020년 1월인데, 제보 영상은 2016년 영상이다. 그렇다면 이 제보 영상이 3년이 지나서 제보된 배경은 무엇인지, 제보를 한 사람들이 얼마나 신뢰할 만한지 등을 면밀히 따져봤어야 한다”면서 “고위공직자나 정부 기관에 대한 비판적인 의혹제기 성격이 아닌, 한 업체에 대한 보도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도했을 때 업체가 입을 타격은 상당한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충분히 점검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은 “업체의 반론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내용을 보면 ‘우리는 그럴 이유가 없는 회사다’ 등 굉장히 추상적인 업체의 반론만 있다. 적어도 제기된 의혹이 어느 정도 신뢰할만한지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취재했어야 한다”고 ‘주의’ 의견을 밝혔다. 

황성욱 위원은 “지금 상황에서는 허위 보도였다는 것이 명확해진 것 같다. 연합뉴스TV 쪽에서 본안으로 다투고자 했다면 할 수 있었을 텐데도 안한 건 가처분에 의한 방송 삭제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판결 결과를 연합뉴스TV도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광복 방송소위 위원장은 “제보자를 의심하더라도 일단 취재하는 게 기자의 본분이다. 하지만 취재하면서도 제보자가 주는 자료는 끝까지 의심하고 확인해야 한다”면서 “또 (보도를) 삭제하면서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법원의 조치를 받아들였다. ‘우리가 잘못한 게 맞는 거 같다’고 받아들인 것으로 보는 게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광복 위원장은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왜 사후조치를 하지 않았는가’다. ‘우리가 이렇게 하려고 했는데 어떤 오류가 있었다’ 라든가 솔직하게 말하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구렁이 담 넘어가듯 아무 말 없이 물러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취재에 미진한 부분이 있지만, 법의 잣대로만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상휘 위원은 “법의 영역과 언론의 영역은 구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합뉴스TV 보도는 법적으로 봤을 때 잘못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언론의 공익성과 공공성 측면에서 보면 당연히 보도하는 게 맞지 않나”면서 “취재에 미진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자칫 심의에서 엄중하게 다룬다면 향후 사회·정의적 차원의 양심적 고발자들이 상당히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법정제재는 과하다는 의견을 냈다. 

윤성옥 위원은 기자가 사실 확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짚으면서도, 본안 소송으로 넘어가지 않고 가처분 결정만 난 현재 상황이 의결보류를 내렸던 4기 방심위 상황에서 바뀐 게 없다는 이유로 ‘의결보류’ 의견을 밝혔다. 

한편 지난 8월 <뉴스타파>가 위장취재를 위해 차린 체리농장의 상품을 소개하며 허위의 사례자, 농장주인, 전문가를 출연시킨 SBS Biz <생생경제 정보톡톡>(8월 12일 방송분)에는 방송심의 규정 ‘객관성’ 위반 여부를 심의한 결과, ‘의견진술’이 결정됐다. 방송소위에서는 ‘돈을 받고 출연자를 출연시키는 암암리의 이야기들이 <뉴스타파> 보도로 일부분 확인됐다’, ‘실제로 협찬 금액 660만원을 받고 난 이후 방송이 이뤄졌다’ 등의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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