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웅 녹취록 보도, 교차 검증 안 됐다"는 방문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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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인 이사 "윤석열 이름 쓴 이유 무엇이냐" 주장...MBC 경영지침에 '교차 검증' 문구 추가 요구
"경영지침, 보도지침 아니야" 반대한 다수 이사와 언쟁 오가

방송문화진흥회
방송문화진흥회

[PD저널=김승혁 기자]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2022년 MBC 경영지침’ 심의 과정에서 일부 이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언급된 MBC '김웅 녹취록' 보도를 문제 삼으며 '교차 검증' 문구를 넣자고 주장해 이사들간에 언쟁이 오갔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문진은 12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MBC 경영진에 전달할 '경영지침' 을 심의·의결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MBC 편성제작본부장 등을 지내다 사퇴한 뒤 11기에 이어 12기 방문진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도인 이사는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MBC 김웅 녹취록' 보도가 교차 검증이 안 됐다"고 주장했다. 

김도인 이사는 “6일자 김 의원 녹취록 관련 MBC 단독 보도는 ‘크로스 체크(교차 검증)’가 안 된 보도”라며 “사실 관계가 명확히 나오지도 않았는데 MBC만 ‘윤석열’ 이름을 쓴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MBC가 맞는지,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한 <노컷뉴스>가 맞는지는 확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6일 MBC <뉴스데스크>는 <김웅 “고발장, 검찰이 억지로 받는 것처럼 해야”>에서 김웅 의원이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씨에게 구체적인 고발장 접수 방법 등을 당부하며 “방문할 거면, 거기가 (대검) 공공수사부 쪽이니까, 거기에 전화 해놓겠다. 제가 대검을 찾아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온 게 되니까 전 쏙 빠져야 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는 경영지침 첫 번째 항목인 ‘공영성 강화를 통한 공적 책임의 구현’에 “교차 검증에 유의하여”라는 문장을 추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이사는 KBS 이사회의 선거 방송 준비 사례를 들며, 공정성 강화 차원에서 MBC도 보도본부장이 이사회에 직접 나와 내년 대선 방송의 방향성을 보고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다수 이사들은 MBC 경영진의 경영권,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MBC 기자 출신인 윤능호 이사는 “경영지침이란 게 대체적인 가이드라인의 성격을 띠는데, (김도인 이사는) 너무 깊게 생각하신 것 아닌가”라며 “MBC 경영지침이 점점 '보도지침'처럼 되고 있다. 내년 사장 신년사 등을 통해 나름대로 실무진이 생각하는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을 지키는 게 옳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석환 이사는 "방문진과 KBS 이사회는 법적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집행부에 대한 권한 침해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고, 임정환 이사도 “경영지침은 너무 세세해도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신서 감사 역시 “이사회가 요구하는 게 있으면 경영지침을 통해 방향성만 제시하면 되지 자세하게 적을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선 반대 입장”이라고 말했다.

방문진은 이사들간에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고, '교차검증' 문구 추가 없이 MBC 경영지침을 의결했다.  

공영방송 이사진의 자율성 침해 논란은 지난 6일 열린 KBS 이사회 회의에서도 불거진 바 있다. 

대선방송 공정성 확보 방안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일부 KBS 이사들이 “(<주진우 라이브>를 진행하는) 주진우 기자는 굉장히 논쟁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대선 국면에서 ‘주진우’라는 이름 석 자만으로 KBS의 라디오 대선 방송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 “왜 하필이면 안민석 의원 같은 함양 미달의 정치인을 고정 패널로 했는지, 라디오본부는 어떤 논의를 거쳐서 결정했는지 말해달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KBS 이사들의 언행은 12일 열린 KBS 국정감사에서 방송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KBS 부사장을 지낸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사회 권한 등을 보면 어느 곳에도 편성 등에 대해 이사회가 관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없다. 제작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려는 외부 시도를 막아주는 울타리가 되어야할 이사회가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며 양승동 KBS 사장에게 제작 자율성 침해 시도에 대해 묵인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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