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봤던 '스우파' 언니들, 스포트라이트 비추니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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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무대 뒤 백댄서 조명
완성된 실력에 댄서 간 연대 보여준 출연진에 시청자들 열광  
'스트릿 걸스 파이터'까지 관심 이어질까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유튜브 영상 화면 갈무리.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유튜브 영상 화면 갈무리.

[PD저널=손지인 기자] 가수 뒤에 가려졌던 댄서들이 각종 광고와 지하철 응원 광고판에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가 인기를 얻으면서부터다. 댄서 직캠이 아티스트 직캠의 조회 수보다 높게 나오기까지 한다. 시청자들은 왜 <스우파>에 열광하는 것일까. 

지난 8월 첫방송을 선보인 <스우파>는 백댄서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코카앤버터’, ‘YGX’, ‘라치카’, ‘훅’, ‘웨이비’ 등 여성 댄서들로만 구성된 크루별로 댄스 배틀을 벌여 대한민국 최고의 스트릿 댄스 크루를 찾는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시작 전, <스우파> 출연진이 알려졌을 때까지만 해도 ‘박재범 백댄서’, ‘EXO 카이 백댄서’ 등 누군가의 백댄서가 출연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첫방송 이후 댄서들의 오랫동안 갈고 닦은 춤 실력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닐슨코리아 기준, 0.8%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연일 오르면서 지난 12일에 방송된 7회 시청률은 2.5%를 기록했다.

<스우파>의 인기는 온라인에서 더욱 뜨겁다. 13일 오전 기준,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3위에는 지난 12일 방송됐던 크루 ‘홀리뱅’의 대중 평가 영상이 올랐다. <스우파>에 출연한 크루 ‘원트’의 리더인 효진초이가 <스우파>를 본방 사수하는 내용의 브이로그 영상조차 인기 급상승 동영상 15위에 올랐다. 

지난달 Mnet <엠카운트다운> 무대에 백댄서로 올랐던 댄서들의 직캠 영상 조회수도 연일 상승 중이다. 13일 오후 기준, 유튜브에 올라온 크루 ‘프라우드먼’ 리더 모니카의 직캠 영상은 조회수 200만회를 넘으며 아티스트 직캠 영상보다 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다른 무대에서 백댄서로 선 크루 ‘원트’의 엠마 직캠 영상은 유튜브에 게시된 지 3주 만에 조회수 426만회를 기록했다. 

<스우파>에 출연한 댄서들의 무대 영상 댓글에는 “이제 댄서들이 무대를 만들어가는 아티스트로 보인다”, “그저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로만 보였는데 <스우파>가 하나의 직업군으로 각인 시켜준 것 같아 너무 보기 좋다”, “나의 인생 직캠이 댄서 직캠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등 댄서들의 팬이 된 시청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스우파>를 보고 춤을 배우고 싶어졌다거나 배우기 시작했다는 글도 심심찮게 보인다.

<스우파> 연출을 맡은 최정남 PD의 “K팝이 글로벌 인기를 얻는 상황에서 K팝 안무를 만든 사람들이 조명이 안 된다는 게 안타까웠고, 그래서 더 여자 댄서분들을 유심히 보게 됐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K팝 아티스트뿐 아니라 댄서 분들도 팬덤이 생기길 바란다”라는 기대가 현실이 된 셈이다. 

지난 6일 유튜브 'Mnet TV'에 올라온 '스트릿 우먼 파이터' 영상 화면 갈무리.
지난 6일 유튜브 'Mnet TV'에 올라온 '스트릿 우먼 파이터' 영상 화면 갈무리.

이전에도 <댄싱9>, <힛 더 스테이지> 등 댄서들을 전면에 내세운 댄스 경연 프로그램은 종종 있었다. <스우파>의 인기가 유난히 뜨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완성된 실력’을 갖춘 ‘언니들의 싸움'이라는 점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공훈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의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아이돌이나 유명 연예인들이 참가해 경연을 벌이는 포맷이었다. 하지만 <스우파>는 프로페셔널한 댄서들이 크루를 이뤄 경쟁을 펼치는 형식으로, 기존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전제 조건인 ‘아마추어리즘’이 거의 없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며 “‘전문가 집단의 대결’이라는 면모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예전에는 예능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면서 신선함을 선보였다면, 요즘은 새로운 얼굴들이 너무 많다보니 새로운 신 자체를 소개한다”며 “<스우파>도 멋진 언니들이 모여 있는 스트릿 댄스신 자체에 카메라를 들이대며 <쇼미더머니>가 언더 힙합을 발굴한 것과 같은 조명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댄스만을 평가했던 기존 댄스 프로그램과 달리, 여성 댄서들이 보여주는 춤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 사람 자체에 대한 매력도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고 있는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그동안 주로 남성 MC나 출연자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등 여성들이 주체적인 위치에 서지 못하거나 아예 출연하지 못했다. 여성들이 주체로 서는 프로그램들을 보고 싶어 했던 시청자들이 많아졌고, 과거 여성 간의 갈등을 부각했던 프로그램들과 달리 강한 우애를 보여주는 모습도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엠넷은 <스우파>의 인기에 힘입어 스핀오프 프로그램 <스트릿 걸스 파이터>도 선보일 예정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10대 소녀 댄스 크루를 선발하는 <스트릿 걸스 파이터>가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교석 평론가는 “<스우파>는 오랫동안 스트릿 댄스신에 몸담으며 커리어를 쌓아온 ‘멋있는 언니들'이 나와서 성공한 측면이 있다. 단순히 댄서들이 보여주는 춤에 대한 매력만으로 뜬 게 아니라 서사를 바탕으로 한 프로다. 실제로 ‘프라우드먼’의 립제이는 해외에서 댄스로 유명했던 사람”이라며 “하지만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10대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핀오프 프로그램은 외적인 면만 보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공훈 평론가는 “<스트릿 걸스 파이터>는 <스우파>의 주요 인기 요인인 ‘전문성’이 아무래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기존 서바이벌이나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형인 참가자의 성장 이야기가 반복될 우려가 있다. 이 점을 어떻게 보강하느냐가 <스트릿 걸스 파이터>의 과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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