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마을 차차차', 빛바랜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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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로맨스' 선사한 tvN '갯마을 차차차'
전형적인 남녀 주인공 한계...종영 여운 느낄 새도 없이 김선호 의혹 불거져 아쉬워

지난 17일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tvN '갯마을 차차차'
지난 17일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tvN '갯마을 차차차'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어차피 해피엔딩인 로맨스 드라마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tvN<갯마을 차차차>가 지난 17일 최고 시청률 12.7%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입소문을 탔고, 2배 가까이 시청률이 오른 수치다. 해외 반응도 좋다.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갯마을 차차차>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의 넷플릭스 ‘오늘의 TOP10’에서 1위(18일 기준)를 기록했다. 

<갯마을 차차차>는 지난 2004년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보다 호흡이 긴 드라마인 만큼 윤혜진과 홍두식의 연애뿐 아니라 바닷가 마을 공진에 사는 사람들과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의 큰 줄기는 익숙한 전개다. 돈과 성공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자인 치과의사 윤혜진과 만능 백수이자 마을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설 정도로 오지랖 넓은 홍두식이 공진에서 우연히 만나서 벌어지는 로맨스다. 

가치관이 상반된 이들은 사사건건 충돌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서로에게 끌린다. 우여곡절 끝에 연애를 시작해도 순탄치 않다. 시골 마을에서의 연애이니, 마을 사람들에게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된다.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어렵고, 자칫 연애 전선에 차질이 생기면 마을 사람들 입방아부터 오르기 일쑤다. 겉보기엔 새로울 게 없는 로맨스이지만, 응원군인지, 방해꾼인지 모를 마을 사람들과 둘의 관계가 얽히는 지점이 볼거리였다. 

드라마의 핵심이 ‘인물 관계’인 만큼 <갯마을 차차차>의 공간인 공진은 자연스레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공진은 두식과 혜진이 연애를 시작하는 공간이면서, 마을 사람과 관계를 맺는 공간이다. 소박한 동네의 풍경, 골목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 마을 사람들이 평상에 앉아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모습은 힐링을 선사했다. 실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물리적 제약이 많아진 가운데 포항의 탁 트인 바다와 다채로운 자연경관은 대리 만족을 안겨줬다. 비슷한 분위기의 KBS<동백꽃 필 무렵>의 무대인 포항 구룡포가 큰 인기를 끈 이유도 ‘스치는 배경’이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tvN '갯마을 차차차'
tvN '갯마을 차차차'

공진에서 마을 사람들의 찰떡같은 연기도 볼거리였다. 드라마의 이야기 줄기는 ‘식혜커플’을 주축으로 흘러가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만큼이나 공진에서 마을 사람들의 일상은 소소한 재미를 선사했다. 마을의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 김감리, 히트곡 하나를 내놓은 채 사라진 비운의 가수 오춘재와 딸 오주리의 이야기, 최은철과 표미선의 러브라인, 이혼한 장영국과 여화정 부부가 오해를 풀고, 재결합하는 과정 등 공진에서 살아가는 인물이 처한 사연을 놓치지 않으면서 극의 풍성함을 더했다. 

‘힐링’과 ‘로맨스’ 두 마리 토끼를 잡더라도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서사에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배치했다. 극의 중반까지만 해도 ‘오지라퍼’인 두식의 과거는 미스터리한 채로 남아있었다. 혜진이 공진에서 치과 병원을 개업한 이유는 명확하게 나타났지만, 두식이 공진에 돌아온 이유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도 소문만 무성할 정도로 드러나지 않았다. 수수께끼는 후반부에 가서야 풀렸다. 탄탄대로를 걷던 두식이 직장에서 겪은 사건과 동료를 잃은 깊은 슬픔과 좌절은 공진을 택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환기했고, 막바지까지 해당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면서 몰입도를 높였다.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룬 드라마 홍수 속에서 <갯마을 차차차>는 ‘힐링 로맨스 드라마’로 빈틈을 파고들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흥행했다. 돌이켜보면 아쉬운 지점도 보인다. 두식과 혜진의 성격 차이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면서도 남녀의 역할은 전형적인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이다. 혜진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구해주는 에피소드들은 두식의 ‘오지라퍼’ 태도라고만 여기기엔 혜진을 ‘보호받는 존재’로만 규정하는 진부한 설정이었다. 

최근 <갯마을 차차차>의 여운을 곱씹기도 전에 배우 김선호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졌다. 시청자들이 여운을 느끼며 <갯마을 차차차>를 천천히 떠나보낼 기회를 빼앗겼다는 게 가장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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