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식 언론 길들이기'...TBS 32% 예산 삭감에 "방송 제작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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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내년도 TBS 예산안 123억원 삭감한 252억원 책정
오세훈 시장 재정자립 강조했지만...서울시의회 의장 "정치 행보 안 돼"
TBS 노조 "30% 삭감 비상식적...정치적 메시지"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022년 서울시 예산안에 대한 설명을 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022년 서울시 예산안에 대한 설명을 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장세인 기자] 서울시가 TBS 내년도 예산안을 32% 삭감한 것으로 두고 예산으로 언론을 길들이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2022년도 TBS 예산안을 올해 375억원에서 123억원을 삭감한 252억원으로 책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TBS의 재정자립도 강화를 삭감 배경으로 들었다. TBS가 서울시에서 독립법인으로 떨어져 나간 지 2주년을 맞아 광고 수익 증대 등을 통해 재정 독립성을 키워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예산안을 심의하는 서울시의회와 TBS에선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1일 제303회 정례회 개회사에서 서울시 예산안에 대 해 “새롭게 시정 방향을 설정하고 정책을 펼쳐나가는 것은 시장 고유의 권한이고 시민이 준 권리이지만, 오직 시민을 위한 순수한 정책 행보여야지 개인의 셈법에서 나온 정치 행보여서는 안 된다”면서 “기존 사업 중에서 문제가 되는 영역이 있다면 더 이상 세금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막아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목적이 정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세훈 시장은 시정연설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가장 시급한 ‘민생과 일상의 회복’, ‘사회안전망 강화’, ‘도약과 성장’이 3대 투자 중점이라고 밝혔다.

서울형 안심소득, 서울런 등 오세훈 시장의 공약사업의 예산이 확대된 반면 故 박원순 전 시장의 역점사업이었던 주민자치 관련 예산과 TBS 출연금은 대폭 삭감됐다. 

김인호 의장은 “무엇보다 정책은 일관성과 안전성, 연속성이 유지돼야 한다. 무턱대고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꾸는 등 새로운 지도자가 되면 무조건 뒤집을 수 있다는 발상은 직접민주주의를 향한 우리 모두의 노력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TBS 내부에서도 서울시가 책정한 예산으로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TBS PD협회는 1일 성명을 내고 "이대로라면 TBS에서 이뤄지는 모든 방송제작은 중단될 수 밖에 없다. TBS의 주 수입원인 95.1MHz TBS FM 채널은 법적으로 상업광고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타 방송사처럼 방송발전기금을 지원받을 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세훈 시장은 TBS가 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출연금마저 하루아침에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재원수단이 없는 공영방송의 목을 통째로 쥐겠다는 무서운 생각"이라며 "그럴듯한 논리로 서울시가 다시금 TBS를 장악하는 시도에 절대 눈감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민의 공영방송인 미디어재단 TBS를 향한 그 어떠한 재갈에도 현실을 기록하고, 목소리 내겠다"고 밝혔다. 

조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장은 “방송 제작이 가능한 수준의 예산이 아니다. 방송 송출, 인건비, 청사 유지비 등을 제외하면 제작비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라며 “3분의 1을 깎은 다음에 예산을 절감하고 재정 독립성을 키우라는 이야기는 비상식적이다. 다른 정치적인 메시지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에서도 프로그램(<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고 나름의 변화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TBS의 중장기적인 재정 독립 계획을 무시하고 하나의 프로그램을 문제 삼아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나머지 방송에 대해서도 또 다른 정치적 편향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언론의 자유를 주장하던 당에서 가장 쉬우면서 나쁜 방법인 예산으로 언론을 컨트롤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의회가 시 예산안 심의에 본격 들어간 가운데 TBS 예산 삭감안 등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많다. 시의회의 110석 중 99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1일 오세훈 시장을 향해 "시대를 퇴행하는 관치행정과 시민과 언론을 향한 권위주의 망령의 칼춤을 당장 멈출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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