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장세인 기자] 방한 중인 넷플릭스 딘 가필드 정책총괄 부사장이 <오징어게임>에 등장한 ‘깐부’라는 대사를 써가며 한국 창작자들에게 친밀감을 내보였지만, 망 사용료에 대해선 지불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 2일부터 정부와 국회 관계자들과의 면담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가필드 부사장은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방한 목적과 망 사용료 논란, 한국 창작자들과의 상생 방안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오징어게임>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장한 가필드 부사장은 “넷플릭스 미국 전체 회원보다 많은 전 세계 1억 4,200만 이상의 가구가 <오징어 게임>을 시청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다”며 “한국 창작 생태계를 구성하고 계신 우리의 '깐부'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넷플릭스는 여러분이 알고 계신 넷플릭스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한국 창작자들을 높이 평가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SK브로드밴드와 소송을 진행 중인 망 이용대가 문제였다.
가필드 부사장은 “한국에서 네트워크, 망 논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넷플릭스는 자체 개발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인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를 통해 원활한 콘텐츠 전송과 통신사 망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필드 부사장은 “무려 1조 원을 투자한 자체 CDN인 오픈 커넥트는 넷플릭스 구독자가 위치한 가장 근거리까지 넷플릭스 콘텐츠를 저장할 수 있다”며 “넷플릭스가 10년 전 처음 개발한 오픈 커넥트를 도입하면 ISP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최소 95%에서 최대 10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망 사용료 지급을 거부하는 이유와 이용대가를 내고 있는 국내외 사업자들과의 역차별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지만, 답변은 '되돌이표'를 그렸다.
가필드 부사장은 국내 OTT 사업자들과의 역차별 논란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콘텐츠 사업자들이 망 사용료를 낼 법적인 의무는 없다. 다만 그들이 ISP와 협상을 바탕으로 일정 비용을 지불하는 것처럼 넷플릭스도 협상을 통해 한국의 ISP와 관계를 맺기 바란다”며 답했다.
사실상 넷플릭스가 ISP에 OCA 사용을 강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ISP는 당연히 OCA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서도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ISP에 망 사용료를 납부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가필드 부사장은 “한국의 ISP를 전 세계에 있는 다른 ISP와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고, 해외에도 망 사용료를 납부하지 않는다는 구체적인 근거가 있냐고 묻는 질문에는 “사실이 아니라면 이 자리에서 사실이라고 말할 수 없지 않겠냐”고 대답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흥행을 기록한 <오징어게임>의 수익 배분 문제와 관련해서는 “콘텐츠 제작에 함께한 많은 분들과 수익을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볼 때마다 지불하는 시스템이 아닌 구독 시스템이다. 사업을 원활하게 운영하면서 파트너들과도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망 사용료 관련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요금 인상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판결이나 네트워크와의 비용 지불을 구독료와 별개로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한국에 진출한 지 5년 이상 됐는데, 한 번도 인상 된 적이 없다.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가필드 부사장은 이번 방한 목적에 대해 “네트워크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겸손한 마음으로 방문했다”며 “이번 방문은 한 명이 승자가 되는 오징어게임이 아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듣고 배우고, 한국의 문화에 맞게 어떻게 넷플릭스를 운영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자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