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피해자 인권 안중에 없는 JTBC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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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폭행으로 의식 잃은 피해자 모습 여과 없이 공개한 JTBC
언론인권센터 “피해자 인격권과 시청자 정신적 피해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보도”

지난 3일 방송된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지난 3일 방송된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PD저널=손지인 기자] 지난 8월 남자친구와 다투다 폭행을 당해 사망한 피해자의 당시 피해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한 JTBC 보도에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한 무책임한 보도"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3일 JTBC <뉴스룸>은 남자친구와 다투다 폭행을 당한 뒤 숨진 피해자의 당시 피해 상황을 CCTV를 통해 자세하게 보도했다. 남자친구 A씨가 폭행으로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끌고 다니는 모습은 물론, 폭행 장면이나 혈흔도 모자이크 처리 없이 공개됐다. 해당 보도에서 기자는 ‘엘리베이터로 끌려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피해자의 목은 앞뒤로 꺾였다‘는 등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해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해당 보도 이후 <피흘리며 끌려다녔다..故황예진씨 CCTV 영상보니>(조선일보, 11월 4일), <목 꺾인 채 이리저리 끌려다녀…故 황예진씨의 ‘그날’>(동아일보, 11월 4일), <"목 꺾인 채 이리저리 끌려다녀"…故 황예진씨 CCTV 속 그날>(한국경제, 11월 4일), <‘목이 꺾인 채 이리저리’...故 황예진씨 데이트폭력 CCTV 공개돼>(세계일보, 11월 4일) 등 다른 매체도 JTBC 보도 내용을 받아쓰며 피해자의 인격권을 고려하지 않은 보도를 이어갔다. 

언론인권센터는 5일 논평을 통해 “폭력적인 장면을 여과 없이 보도한 것은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사건 CCTV 영상은 이미 타 방송사에서 공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인 영상을 추가로 공개할 필요성이 있었는지, 피해자의 피해 상황을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해 구체적으로 묘사할 필요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인권센터는 “사건 당일 현장의 CCTV를 공개한 것은 기자협회의 인권보도준칙 인격권 조항을 위배한 것일 뿐만 아니라, 방송심의위원회 심의 규정을 위반한 사안”이라며 “설령 CCTV가 유가족의 요청으로 공개되었다고 해도 언론은 피해자의 인격권과 폭력적인 장면을 시청해야 하는 시청자들의 정신적 피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1년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든 인권보도준칙에는 ‘사망자와 유가족의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등 개인의 인격권을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 규정 제37조는 ‘방송은 시청자에게 지나친 충격이나 불안감,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로 ‘범죄 또는 각종 사건·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발생장면의 지나치게 상세한 묘사’를 포함하고 있다.

언론인권센터는 “가해자의 폭력성, 범죄 장면, 피해 현장만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는 CCTV 보도 외에 데이트 폭력에 대한 깊이 있는 보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당 사건을 흥미로운 이야기 소재로 보도했을 뿐 사건의 문제점과 진단,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과 제도 개선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언론은 가장 기본이 되는 준칙과 규정을 지키는 것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유발할 수 있는 수많은 피해에 대해 스스로 끊임없이 고민하고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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