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취향저격 성공한 '애니 먹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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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뷰 넘기는 ‘애니메이션 먹방’ 인기 왜?
“이변 없는 최상의 먹방 선사”..."새로운 유튜브 ‘놀이문화’"

지난 22일에 올라온 유튜브 채널 '애니먹animuk' 영상 화면 갈무리.
지난 22일에 올라온 유튜브 채널 '애니먹animuk' 영상 화면 갈무리.

[PD저널=손지인 기자] 사람인지 동물인지 알 수 없는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해 눈앞에 놓인 음식들을 단 몇 입 만에 후루룩 먹어치운다. 컵에 가득 찬 음료수도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두 세 모금 만에 전부 마셔버린다. 이 모든 것을 먹는 데 약 1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먹방 유튜버들에게 제기되는 영상 조작 의혹은 일체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애니메이션 먹방’이기 때문이다. 

최근 유튜브에서 ‘애니메이션 먹방’(이하 ‘애니 먹방’)이 조회수 1000만 회를 넘길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애니 먹방’은 영상 속 인물도, 음식도 모두 그림으로 그려진 ‘가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먹방에 못지않은 조회수와 구독자 수를 가진 ‘애니 먹방’ 채널들이 많다. 

‘애니먹’은 동그란 얼굴형의 캐릭터가 생생한 소리와 함께 1~2분가량의 빠른 먹방을 선보이는 유튜브 채널이다. ‘애니먹’은 첫 영상을 올린지 약 1년 만에 구독자 수 42만 명을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한 해 동안 선보인 먹방 영상들을 모은 편집 영상은 자체 최고 조회수인 1187만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구독자 39만 명의 ‘진영예술가’는 먹방 캐릭터인 ‘슬라임 핑뀨’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스톱모션 형식으로 선보이는 채널이다. ‘진영예술가’는 매운 음식을 먹으면 눈물을 흘리고, 맛있으면 행복한 표정을 짓는 ‘슬라임 핑뀨’가 인기 비결 중 하나다. 9개월 전에 올라온 ‘슬라임 핑뀨’의 편의점 먹방 영상은 조회수 2600만회를 넘길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음식이 아닌 것들을 먹는 특이한 ‘애니 먹방’도 있다. 유튜브 채널 ‘푸니’(구독자 16만 명)는 상상을 현실로 구현해내는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살린 태양계 행성 먹방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구, 금성, 수성 등 그림으로 그려진 행성들을 한 입 베어 물면 크림과 초콜릿이 흘러나오는데, 댓글에는 “현실에서는 먹을 수 없는 먹방이다”, “애니에서만 즐길 수 있는 콘셉트다” 등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다.

유튜브 채널 '푸니 Fooni'에 올라온 '태양계 행성 애니먹방' 영상 화면 갈무리.
유튜브 채널 '푸니 Fooni'에 올라온 '태양계 행성 애니먹방' 영상 화면 갈무리.

‘애니 먹방’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사람은 영상을 찍을 때마다 컨디션이 항상 같을 수 없다. 하지만 가상의 캐릭터는 음식을 먹는 소리를 비롯해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최상의 먹방을 기복 없이 선보일 수 있다 보니 주목받는 것”이라며 “기본적인 모델링을 잘 구성해두고, 여기에 좋은 기획력을 이어간다면 애니 먹방의 인기를 어느 정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Z세대가 선호할 만한 짧은 영상 길이도 ‘애니 먹방’의 인기 비결이다. ‘애니 먹방’은 대부분 1분 내외로, 길어도 10분을 넘지 않는다. ‘애니먹’ 채널은 짧은 영상의 인기를 의식한 듯 ‘애니먹 쇼츠’라는 유튜브 채널을 따로 만들어 기존 계정에 올렸던 먹방의 일부분을 편집해 더욱 짧아진 영상들을 올리고 있다. 

김치호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영상 대부분이 2분 정도로 짧은 편이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우주 먹방 등을 선보이며 MZ세대의 재미 코드와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먹방처럼 대리 만족을 시켜주는 점도 있지만, 먹방 유튜버들이 흔히 겪는 ‘먹뱉(먹고 뱉는 행위)’, ‘과소비’ 등의 논란에서 자유로운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치호 교수는 "가상의 캐릭터이다보니 논란에 대한 철저한 컨트롤이 가능하고, 하나의 소스를 다양한 형태로 변형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도 가능할 것”이라며 “MZ세대의 놀이문화와 소셜 미디어가 잘 접목되면 당분간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유튜브 트렌드 2021> 저자인 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 대표는 “무대 영상에 사람들의 댓글을 삽입하는 ‘댓글 모음’ 영상처럼 유튜브에는 여러 소스들을 결합해 새로운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놀이문화가 형성되어 있다.'애니 먹방’도 유튜브 놀이문화 중 하나로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새롭게 탄생한 콘텐츠는 사람들의 주목효과는 물론, 나도 만들어볼까 하는 참여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결국 ‘애니 먹방’처럼 여러 소스가 결합된 영상 콘텐츠는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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