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닮은 사람', 팽팽한 긴장감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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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닮은 사람', 팽팽한 긴장감의 근원  
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파국을 피하지 않은 두 주인공의 질주
  •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1.11.1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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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JTBC <너를 닮은 사람>은 팽팽한 힘을 지닌 드라마다. 과거와 현재가 맞서고, 정희주(고현정)와 구해원(신현빈)이 끈질기게 대립한다. 두 여자는 맞설수록 파국을 면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멈출 수 없다.

<너를 닮은 사람>은 정소현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을 <비밀>, <그냥 아는 사이>를 집필한 유보라 작가에 의해 재탄생한 작품이다. 드라마는 초반부터 강렬한 미스터리를 던지며 시작됐다. 정희주가 시신을 유기하고, 혼란에 빠진 모습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았다. 이후 현재 시점부터 이야기를 다시 풀어낸다. 맥락 없는 사건을 연속적으로 나열해 이야기를 펼치지 않는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과거의 ‘특정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숨은 욕망과 선택,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너를 닮은 사람>의 묘미를 엿볼 수 있다. 

<너를 닮은 사람>의 핵심은 인물이다. 정희주와 구해원의 대립에서 드라마의 긴장감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정희주는 결혼으로 계급 상승과 화가로서의 성공을 거머쥔 인물이다. 희주는 어릴 적부터 가난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 간호조무사로 일한 태림병원에서 남편 안현성(최원영)을 만나 연애하고, 결혼에 골인했다. 글과 미술에도 재능을 두각을 나타내면서 화가이자 에세이스트로 자리매김했다. 남 부러울 게 없는 부잣집 사모님이자 예술적 재능을 펼치는 작가이지만, 시댁에서는 천덕꾸러기다. 온 가족이 모인 식사 자리에서 시어머니 곁에 서서 오이소박이를 하나하나 찢어주고, 아들 호수에 대한 발언권은 일제히 무시당하기 일쑤다. 

정희주의 대척점에 선 구해원도 희주처럼 가난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미술 유학을 꿈꿨고, 늘 씩씩하고 당당하게 살았다. 그러나 과거 희주와의 짧은 만남, 자신이 좋아했던 서우재(김재영) 선배와의 만남이 얽히고설키면서 작가의 길 대신 계약직 미술 교사로 전전하고 만다. ‘미미’(미친 미술 교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날 선 모습으로 변한 해원.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쳐버린 과거에 묶인 해원은 미술을 향한 관심까지 흐려진다.

오히려 정희주와 재회하면서 해원은 긴 잠에서 깨어난 듯 움직인다. 그간 정희주는 과거의 모든 것들과 결별하며 앞으로 나아갔지만, 해원은 과거에 웅크리고 살아왔다. 그래서 구해원은 물러서지 않는다. ‘과거’라는 우물에 빠지기로 작정한 듯 희주-우재-해원을 둘러싼 과거와 비밀을 계속 들춘다.

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너를 닮은 사람> 속 인물은 모두 과거에 붙들려 있다. 아내와 엄마라는 수식어를 버리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던 희주를 향해 “나의 불행을 전시하고 싶었다. 내가 누구로 인해 무엇을 잃었는지”라고 읊조리며 밑도 끝도 없는 자기 파괴 본능을 보여주는 해원의 선택은 다른 듯 닮았다. 두 여자 사이에서 이기적인 선택을 감행한 서우재는 잃어버린 기억이 하나씩 떠오르면서 셋의 관계가 엉킨 실타래처럼 다시 얽히고 있다. 둘을 둘러싼 주변 인물도 하나같이 비밀을 안고 있다. 희주를 끔찍하게 아끼는 남편 현성, 희주를 속내를 꿰뚫고 있는 듯한 시누이 장혜진, 희주와 현성의 딸 리사까지 갈등의 씨앗이 여러 곳에서 싹을 틔우고 있다. 

드라마의 반환점을 돌아선 <너를 닮은 사람>은 치정, 복수, 살인 등 다소 자극적이고 익숙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두 인물의 감정선과 심리 변화에 주목하는 만큼 이야기가 꽤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야기는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과거와 현재를 쉴새 없이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희주와 해원, 과거와 현재의 대립에 더해 부와 가난, 화려함과 음습함, 행복과 불행을 극명하게 대조하면서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지만, 작품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로 시청률 2%대에 머물고 있는 건 아쉬운 결과다. 그럼에도 두 여자가 얽히고설킨 과거를 털어내기 위해 앞으로 어떤 선택을 감행할지가 드라마 후반부 관전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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