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타고 세계로 뻗어가는 사극...장르 편중 우려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2, '연모' 넷플릭스 '콘텐츠 순위 10'에 오르며 인기몰이
퓨전·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 변주 가능한 사극
“한복 빼면 현대극 서사와 다를 바 없어”..."진입장벽 높은 정통사극 위축" 목소리

현재 방영 중인 사극 KBS2 '연모', MBC '옷소매 붉은 끝동', tvN '어사와 조이'의 포스터.
현재 방영 중인 사극 KBS2 '연모', MBC '옷소매 붉은 끝동', tvN '어사와 조이'의 포스터.

[PD저널=장세인 기자] 남장여자 세자의 궁중 로맨스, 뚜렷한 포부를 가진 궁녀와 그런 궁녀를 사랑한 왕, 워라밸을 중시하는 허당 공무원 암행어사까지. 

안방극장에 사극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사극은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장르지만, 최근 <연모>가 넷플릭스 '전 세계 콘텐츠 순위 10' 상위권에 오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정조 이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MBC <옷소매 붉은 끝동>은 시청률 9%를 넘기며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어사가 된 미식가 도령과 조선의 기별 부인(이혼녀)의 코믹 수사극 tvN <어사와 조이>도 꾸준히 3~5%대 시청률을 보인다.

KBS는 <연모> 후속작인 <꽃 피면 달 생각하고>, 정통사극 <태종 이방원>, 배우 이준과 장혁이 주연을 맡은 <붉은 단심> 등 촘촘한 사극 라인업을 짜놓은 상태다. tvN도 내년에 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린 소녀와 미스터리한 저주에 걸린 왕세자 이야기를 담은 <잠중록>을 방송할 계획이다. 

방송 중이거나 내년에 시청자와 만날 예정인 작품들은 <태종 이방원>을 제외하면 퓨전 코믹이나 로맨스 사극이 대부분이다. 동명 소설이 원작인 <옷소매 붉은 끝동>, 중국 웹소설을 드라마화한 <잠중록> 등 검증된 원작을 두고 있는 작품도 많다. 

최근 사극 제작이 활기를 띠고 국내외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극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장르의 폭이 넓어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임종수 세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요즘 나오는 트렌드한 퓨전 사극을 보면 한복만 벗으면 현대극의 서사와 별반 차이가 없다. 한국 드라마 대부분에 들어가는 신분상승 이야기나 로맨스를 사극에서도 볼수 있다”며 “한국 드라마 특유의 극성, 사극의 화려한 볼거리 등이 OTT를 통해 다른 나라 이용자들에게 널리 전파되면서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드라마는 멜로와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를 품고 있다는 게 강점으로, 우리만 보여줄 수 있는 차별화된 지점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OTT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라면서 “한편으로 다른 장르의 성과가 보이지 않아 이미 검증됐고 노하우도 쌓인 사극이 빛을 발하는 측면도 있다”라고 했다.   

역사왜곡 논란으로 2회만에 제작이 중단된 <조선구마사>를 반면교사 삼아 역사 고증을 통해 사실성을 높이고, 실존 인물을 가급적 피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김호영 MBC <옷소매 붉은 끝동> EP는 “최근 사극 역사왜곡 논란도 있었기 때문에 에피소드를 만들 때도 핍진성을 고려해 실제로 존재하는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만들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고 전했다.

사극은 '내수용'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글로벌 OTT를 타고 <대장금> 신드롬을 재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건준 KBS 드라마센터장은 “사극은 제작비 규모가 크기 때문에 3, 4년 전에는 제작하기 어려운 장르였다"며 "글로벌 OTT가 들어오고 한국 콘텐츠에 투자를 하면서 앞으로 사극 제작도 활발해질 수 있다. 해외 시청자들의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말했다.

오는 11일 방송을 시작하는 KBS '태종 이방원'.
오는 11일 방송을 시작하는 KBS '태종 이방원'.

하지만 한편에선 장르 편중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 이용자를 염두에 두고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정통사극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오는 10일 방송을 시작하는 <태종 이방원>은 KBS가 5년 만에 내놓은 대하사극이다.   

<녹두꽃>과 <정도전>을 집필한 정현민 작가는 “역사와 정서라는 진입장벽으로 해외 경쟁력이 비교적 낮은 정통사극이나 대하드라마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며 “정통사극이 경쟁력이 없다고 아예 만들지 않으면 사실로서의 역사를 쓰는 작가들도 점점 사라질 것이고 사극의 한 축이 약해진다. 정부 차원에서 책임 의식을 갖고 공영성을 가진 플랫폼들을 지원해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정통사극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