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조동연 사생활 보도’ 선방위원 9명 중 3명 기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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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조동연 사생활 보도’ 선방위원 9명 중 3명 기권 왜?
선방위, 사생활 상세 보도한 TV조선 ‘뉴스9’ ‘의결보류’ 결정
“알권리를 넘어선 지나친 사생활 캐기”...“의혹 부정해서 나온 ‘사실관계’ 확인 보도”
사실상 기권한 3명 “제재 여부 등 판단하기 어렵다”
  • 손지인 기자
  • 승인 2022.01.07 2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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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일 방송된 TV조선 '뉴스 9' 화면 갈무리.
지난해 12월 1일 방송된 TV조선 '뉴스 9' 화면 갈무리.

[PD저널=손지인 기자]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위)가 조동연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의 사생활 논란을 상세하게 보도한 TV조선 <뉴스 9>을 놓고 의견이 분분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 회의에서 제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알권리와 사생활 보호의 가치가 충돌하는 TV조선 보도에 대해 선방위원 9명 중 3명은 사실상 기권(의견보류) 의사를 밝히며 판단을 유보했다. 

선방위는 7일 회의를 열고 TV조선 <뉴스 9>(2021년 12월 1일, 2일, 3일 방송분)에 대해 방송심의 규정 ‘사생활 보호’, ‘인권침해’ 조항 위반 여부를 심의했다. TV조선 <뉴스 9>은 <‘영입 1호’ 사생활 논란…민주당 “법적대응”>(12월 1일), <“송구하다” 사실상 인정… 이 “국민 판단 보자”>(12월 2일) 등을 통해 조 전 위원장이 전 남편 사이에서 언제 자녀를 낳았는지, 두 사람이 언제 이혼했는지, 유전자 확인 검사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조 전 위원장의 전 남편이 공개했던 문서를 입수했다며 해당 자료의 주요 내용들을 자료화면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 과도한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된 해당 보도에 대해 선방위원들은 법정제재(2명), 행정지도 권고(2명), 문제없음(2명), 의견보류(3명)로 의견이 나뉘었다. 
 
심의 조항을 위반했다고 본 위원들은 검증의 범위를 벗어난, 인권 침해성 보도라고 비판했다.

박동순 부위원장은 “아이 입장에서는 정말 씻을 수 없이 아픈 인권 침해”라며 “조동연 전 위원장이 어떻게 이혼했는지는 당사자가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내용이다. 하지만 전 남편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만 보도했다. 사생활에 관련한 것까지 국민들이 다 알아야 하는지 의문이 있다”며 법정제재인 ‘경고’를 제시했다. 

박수택 위원은 “이것은 방송의 품격과 연관된 문제다. 아무리 선거 검증이라고 하더라도 미성년자 신원이 다 드러날 지경이다. 험한 표현으로 칼로 후벼파는 듯한 보도를 했다”며 “검증은 필요하지만, 개인의 사생활 및 인권 침해에 해당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런 정도까지 (보도)했어야 됐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보호 받아야 될 자녀 인권 등을 생각해서 ‘경고’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김언경 위원은 “개인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고 자녀의 인권을 부당하게 침해했다는 민원의 내용은 지극히 타당하다. 특히 개인의 서류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이 자녀가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굉장히 치명적”이라며 “법정제재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이 이슈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라는 말들도 워낙 많고, 인터넷 언론에서는 이보다 훨씬 심각한 수위의 보도들을 많이 하고 있다”며 행정지도인 ‘권고’를 제시했다.

대선을 앞두고 선거대책위원회 중책을 맡은 인사에 대한 정당한 검증 보도였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일곤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이 분은 (당시) 영입인재 1호에다가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라는 자리를 맡았다. 그러면 일단 공적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사생활 문제는 맞다. 다만 조 전 위원장에 대한 이런 의혹이 확산되자 민주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법적대응을 예고하니까 ‘사실이다’하고 들어간 것이다. 이것은 사실관계의 문제를 보도한 것 같다”며 ‘문제없음’을 내렸다. 

검사 출신인 구본진 위원은 "<조선일보>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 보도’ 특종이 나왔을 때 검찰에 있었는데, 이런 보도가 적절한지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 여기 나온 자료들이 다 객관적인 자료다. 상대가 부인해서 보도를 한 것인데 한국 언론의 현실에서 과연 제재를 할 수 있을까 싶다”라고 보도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위원 세 명은 검증 보도에서 가능한 사생활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 등으로 의견을 유보했다. 

MBC 보도국장을 지낸 정일윤 위원은 “지금 굉장히 고민스러운 안건이 이 건과 YTN ‘검건희 증언’ 건이다. 둘다 사생활 관련 내용이고 검증 차원에서 들이댈 수 있는 문제”라면서 “제가 기자라면 두 건 다 보도하고 싶겠지만, 보도책임자라면 굉장히 힘들 것 같다. 심의를 하는 입장에서는 어떤 잣대로 제재를 해야 하는지 갈등을 느낀다”며 의견을 보류했다. 

언론학자인 이나연 교수는 “우리나라 언론 문제를 갖고 있는 보도라서 상당히 (판단이) 어렵고, ‘채동욱 혼외자 보도’도 생각이 난다. 사실 언론의 현실을 생각하면 보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다. 더 러프하게 보도했다면 공격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선방위는 과반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TV조선 조동연 전 위원장 사생활 보도 안건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쥴리 의혹’과 관련해, 과거 김건희씨와 술자리에서 만났다고 주장하는 안해욱 전 초등태권도연맹 회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방송한 YTN <뉴스가 있는 저녁>(2021년 12월 8일, 9일 방송분)에 대해서는 “경력 위조, 주가조작 의혹 등은 검증 영역이지만 ‘쥴리 의혹’은 굳이 들춰내지 않아도 되는 사생활 영역이다”, “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사생활까지 들춰서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등의 의견이 이어지며 행정지도인 ‘의견제시’가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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