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트로트 아우르는 세대불문 ‘덕질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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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트로트 아우르는 세대불문 ‘덕질 콘텐츠’
'앨범·굿즈 개봉기' '팬 사인회 후기' 등 유튜브 속 ‘덕질 브이로그’ 인기
연예인들이 팬들 일상을 관찰하는 콘텐츠까지 등장
KBS ‘주접이 풍년’ 20일 첫방송...“기성세대도 공감하는 ‘덕질’,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아"
  • 손지인 기자
  • 승인 2022.01.13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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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9일 유튜브 채널 '안구정화TV'에 올라온 방탄소년단의 매거진 화보 리뷰 영상 화면 갈무리.
지난해 12월 29일 유튜브 채널 '안구정화TV'에 올라온 방탄소년단의 매거진 화보 리뷰 영상 화면 갈무리.

[PD저널=손지인 기자] 스타 말고 팬들의 ‘덕질’을 조명하는 콘텐츠가 유튜브에 이어 지상파로 확산되고 있다. 아이돌 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덕질'이 트로트 열풍을 타고 중장년층으로 확대된 영향이 크다. 

현재 유튜브에서는 아이돌 가수의 팬들을 중심으로 한 ‘덕질 브이로그’가 인기다. 대표적인 유튜브 채널은 방탄소년단의 팬이 운영하는 <안구정화TV>다. 방탄소년단 멤버의 생일 이벤트가 열리는 카페에 방문하고, 멤버들이 자주 가는 음식점을 따라 가보는 등 팬심이 가득 묻은 일상을 공개한다.

유튜브에 ‘덕질 브이로그’를 검색하면 새로 나온 앨범·굿즈 개봉기나 좋아하는 연예인이 자주 가는 장소들을 도장 찍기 하듯 둘러보는 ‘덕후 투어’ 등을 담은 영상들이 줄줄이 나온다. 좋아하는 대상은 다르지만 각자의 덕질하는 모습을 당당히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이러한 ‘덕질 브이로그’ 댓글에는 “이 영상을 보고 덕질을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 기쁘다”, “영상 보면서 배송된 굿즈를 함께 개봉해보겠다”, “팬 사인회 영상을 올려주신 덕분에 대리만족하고 간다” 등 동질감을 느끼며 함께 덕질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예인이 자신을 덕질하는 팬의 일상을 화면을 통해 관찰하는 콘텐츠도 있다.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V>는 연예인이 팬의 일상을 화면을 통해 직접 들여다보는 ‘내 팬의 일상을 지켜봤다’ 코너를 지난해 9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수 에릭남, 윤하, 청하, 노을 등이 출연했는데, 이들은 본인 사진으로 가득 찬 배경화면의 노트북을 키고, 본인의 노래를 들으며 운전을 하는 팬의 일상을 관찰하며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인다.  

지난 7일 유튜브 채널 'KBS Entertain'에 공개된 KBS2TV '팬심 자랑대회 주접이 풍년' 티저 영상 화면 갈무리.
지난 7일 유튜브 채널 'KBS Entertain'에 공개된 KBS2TV '팬심 자랑대회 주접이 풍년' 티저 영상 화면 갈무리.

유튜브를 넘어 지상파도 팬들의 '덕질'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다. 

나이, 성별 상관없이 팬들의 '덕질'을 조명하는 토크 프로그램 KBS <팬심 자랑대회 주접이 풍년>(이하 <주접이 풍년>)이 오는 20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주접이 풍년>은 송가인, 임영웅, 장민호, 방탄소년단 등의 팬들이 출연할 예정이다. 지난 7일 공개된 티저 영상에서는 다함께 분홍색 옷을 입고 깃발을 흔들며 가수 송가인을 응원하는 중장년층 팬들의 모습이 담겼다. 

<주접이 풍년>에는 '덕질'이 세대불문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 잡은 시대적 흐름이 투영됐다. 

TV조선이 주도한 트로트 열풍은 그동안 10대나 20대만 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덕질'의 연령대를 전 연령층으로 확대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손지원 <주접이 풍년> CP는 “10대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덕질'이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 등으로 40대 이상도 즐기게 된 상황이다. 이처럼 세대 불문한 '덕질'을 충분히 대중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시점이 됐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어머니, 아버지 세대는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싶어 하시는 등 10대들과 팬 문화를 소비하는 방법이 다르다. 지상파에서는 본 적이 없는 이들의 '덕질 생활'까지 보여주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손지원 CP는 “이제 '덕질'은 연예인과 팬의 관계를 넘어선 새로운 놀이이자 취미”라며 “단순히 팬덤이나 덕질의 재미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삶의 활력을 얻고,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등 다양한 사연까지 토크 형식 등으로 풀어나갈 예정이다. 팬들의 일상 속 이야기까지 소개함으로써 특정 팬덤에 소속된 사람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연령층으로 확대된 '덕질 문화'는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덕질'이 10대, 20대만 하는 소수의 특이한 행동으로 받아들여 사회적 인식이 안 좋았다. 하지만 이제는 중년층을 넘어 노년층까지도 열성적인 팬 문화에 공감하며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시청률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 <주접이 풍년>과 같은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하재근 평론가는 “'덕질'이 삶의 질을 고양시키는 하나의 취미 활동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팬들도 더욱 당당해진 모습이다. 이러한 '덕질' 콘텐츠를 인터넷에 올려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과 공감을 나누는 등 ('덕질 문화'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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