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노리는 동물학대 보도,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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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인식 커지면서 부쩍 늘어난 동물학대 보도...원치 않아도 학대 영상에 무방비 노출
동물 보호 의식 제고 위해 필요하지만, 지나친 학대 장면 묘사는 제재 대상
"생명 경시 보도 경계해야...'학대 장면' 고지하거나 숨김 처리 필요”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후보 동물복지정책 비교 공개 기자회견에서 동물학대를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후보 동물복지정책 비교 공개 기자회견에서 동물학대를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장세인 기자] 지난 17일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말 학대가 있었다는 의혹이 나온 이후 일주일 동안 여론은 동물학대 촬영에 대한 분노로 들끓었다. 온라인에 퍼진 낙마 촬영 당시의 영상이 문제의식을 키웠지만, 경각심을 높인다면서 동물학대 장면을 선정적으로 묘사한 보도는 필요성에 의문을 낳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포털 사이트에서 동물 학대를 다루는 보도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헤럴드경제>는 학대받은 동물의 근황을 전한 <[영상] ‘강아지 요요’로 불리던 말티즈 근황... 새 가족 찾았다>(1월 20일)에서 “강아지의 목줄을 들어 올려 공중에서 빙빙 돌리던 남성과 학대당하던 반려견의 근황이 전해졌다”며 학대 영상을 다시 첨부했다. <조선일보>의 <말티즈를 ‘빙빙’... 강아지 요요라 불리던 다롱이, 새 가족 찾았다>(1월 20일) 등 다수 보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18일 SBS <[영상] 강아지들 매달고 질주한 트럭... 살려고 ‘발버둥’>, 연합뉴스 <트럭에 묶여 질질질... 강아지 학대 신고에 경찰 수사>는 강아지 두마리를 차량 뒤편에 매달고 달리는 트럭의 모습을 영상 뉴스로 전했다. 

동물보호법은 '잔인하게 동물을 죽이는 행위 등을 촬영한 사진 또는 영상물을 전시·전달·상영하거나 인터넷에 게재하는 행위'를 금지하면서 동물 보호 의식을 고양시키는 목적의 보도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보도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충격과 혐오감을 지나치게 자아낸다면 규제의 대상이 된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이하 신문윤리위)는 선정적인 동물학대의 경우 신문윤리실천요강 '선정보도 금지' 조항을 적용해 제재하고 있다. 

지난달 신문윤리위는 <세계일보>가 지난 11월 19일 보도한 <토치로 고양이 얼굴에 불…“동물학대 처벌 강화해야”>기사가 "길고양이가 학대당한 모습을 눈으로 보는 듯 묘사했다"며 ‘주의’ 처분을 내렸다.  

같은 달 코가 절단된 인도 아기 코끼리의 사연을 상세히 전하며 모자이크 처리 없이 사진을 게재한 <뉴시스>의 <印아기 코끼리, 밀렵꾼 덫에 걸려 코 절단... “멸종 위기 우려”>(11월 16일), <중앙일보>의 <밀렵꾼 설치한 덫에... 멸종 위기종 새끼 코끼리, 코 절반 잃어>(11월 16일), <서울신문>의 <“코를 잘라내야 했어요”... 멸종위기종 아기코끼리 밀렵에 공분>(11월 16일) 기사에 대해선 각각 ‘경고’를 줬다.

신문윤리위는 “이런 사진을 대중 매체에서 여과 없이 사용한 것은 사회에 미치는 부작용과 특히 청소년과 어린이들 정서를 해치는 악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위 보도는 신문윤리강령 제2조(언론의 책임), 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보도준칙-선정보도 금지), 제13조(청소년과 어린이 보호-유해환경으로부터의 보호)를 위반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강아지 학대 사건 관련 언론 보도.
강아지 학대 사건 관련 언론 보도.

한국영상기자협회가 2020년에 마련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도 충격과 혐오감을 주는 영상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은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 보면 사고나 사건 중에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주거나 문제가 있는 장면은 여과 없이 보도하지 않도록 권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격적인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도하는 매체가 많다”고 지적했다.

나준영 협회장은 “외부기관에서 심의해 제재를 가할 뿐, 내부에서는 별다른 불이익도 없이 시청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제목장사, 그림장사를 이어가는 것"이라며 “언론사에서도 자체 윤리강령을 지키기 위한 내부 결단이 필요하다. 조회 수 장사를 멈추고 자체 스크리닝을 하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 학대를 다루면서 생명을 경시하는 보도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지 동물권행동 카라 실장은 "(은평 강아지 학대 사건에서) ‘강아지 요요’, ‘쥐불놀이’라는 비교나 은유를 언론이 직접 붙여 생명의 귀중함을 가볍게 만든다. 길고양이 보호에 대해 찬반구도로 보도하는 등 혐오나 갈등을 부추겨 동물을 학대의 대상으로 만들거나 모방범죄의 위험을 일으키기도 한다. 학대에는 찬반이 없다”고 말했다.

이용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유튜브와 포털 사이트에서 동물 학대 영상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 반려견보호 인터넷 카페에는 “유튜브 알고리즘 때문에 강아지 학대 영상을 보고 말았다”. “심장이 벌렁벌렁 뛰고 너무 놀라고 속상해서 울었다”, “소름끼치고 무서워서 못 보겠다” 등의 반응이 올라오기도 했다.

김현지 실장은 “학대의 현장성과 사태의 심각성 등을 알리는 목적의 보도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일반 대중들의 경우 너무 상세하고 잔인한 장면에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있어 잔혹한 장면이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먼저 나오거나 블러 처리를 하고 글로 설명하는 등의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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