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성 잃은 관찰예능, 시청자 못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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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성 잃은 관찰예능, 시청자 못 잡는다
관찰예능 인기 이끈 '전참시'‧'미우새' 등 취지 퇴색...기시감 느끼는 시청자들
  •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2.01.26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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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해방타운' 방송 화면 갈무리.
JTBC '해방타운' 방송 화면 갈무리.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방송 초기 차별화를 내걸었던 관찰 예능이 갈수록 ‘모방 경쟁’으로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참신한 소재로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대표 장수 예능부터 신규 예능까지 아이템을 소모하는 데 그치고 있다. 밋밋할 수밖에 없는 관찰 예능의 한계를 깨기 위한 자구책이라기엔 유명 출연자에 의존하거나 출연자 친목 다지기로 변질되는 등 당초 프로그램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방영한 지 만 3년을 앞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은 매니저의 제보로 공개된 스타들의 일상을 담은 관찰 예능이다. 방송 초반만 하더라도 박성광 매니저, 이영자 매니저 등 스타 뒤에서 묵묵히 지원하는 매니저의 모습뿐 아니라 스타와 매니저 간 아웅다웅하는 재미를 선사하며 시청률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최근 <전지적 참견 시점>은 MBC<나 혼자 산다>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지난 23일 댄서 가비의 일상을 주로 담았을 뿐 프로그램의 또 다른 주인공인 매니저는 인터뷰에 잠깐 등장하거나 에피소드를 연결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배우 이다해가 출연한 방영분에서도 이다해의 집 공개 및 세븐과의 연애담이 방송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매니저는 맞장구치는 데 그치는 등 지나치게 스타 위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SBS <미운 우리 새끼>도 비슷한 소재를 반복해 우려먹고 있다. 지난해 SBS 연예대상을 차지하고, 시청률도 10%대 중반을 유지하는 등 ‘이름값’을 해내고 있지만, 프로그램 취지와는 비켜난 모양새다. 지난 23일 방송에서는 김종국, 김종민, 김준호, 김희철, 탁재훈, 오민석, 이상민, 임원희 등이 한자리에 모인 ‘미우새 단합대회’ 현장을 다뤘다. 연말을 맞이해 단합대회 에피소드를 내보낸 지 불과 3주 만이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단합대회 포맷을 4차례 반복하는 등 출연자 간 친목 다지기로 기운 모양새다. <미우새>는 연예인의 일상 관찰에 더해 어머니들이 패널로 나서 토크를 벌이는 게 차별화된 포인트였지만, 어머니 패널은 영상을 보거나 몇 마디를 얹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새해 단합대회로 꾸민 지난 23일 SBS '미운 우리 새끼' 방송 화면 갈무리.
새해 단합대회로 꾸민 지난 23일 SBS '미운 우리 새끼' 방송 화면 갈무리.

신규 예능으로 발돋움해 안착 중인 예능도 사정은 비슷하다. MBC<호적 메이트>는 다른 듯 닮은 남의 집 형제자매들의 모습을 앞세우고 있다. 현실적인 형제‧자매의 모습으로 공감을 유발하겠다는 목표로 내세웠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여타 관찰예능과 비교해 이렇다 할 특색이 없다. 여행 혹은 먹방을 찍는 모습으로 볼거리를 대체한다.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절실한 기혼 셀러브리티를 위한 관찰예능 JTBC<내가 나로 돌아가는 곳- 해방타운>도 방송 초반과 비교하면, 시청률이 1%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MT, 크리스마스 파티 등의 아이템으로 출연자를 모으고 장윤정‧도경완 부부의 출연으로 반등을 꾀했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종영한 SBS <워맨스가 필요해>도 여자와 여자가 만났을 때 시너지를 관찰하는 예능을 표방했으나, 기시감을 떨쳐버리기 어려운 구성이었다. 

방송계 주요 장르로 자리매김한 관찰 예능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찰 예능에서 분화한 부부‧가족‧육아 관찰예능은 누군가의 일상 그 자체를 보여줌으로써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대리만족을 충족시키지만, 앞서 언급한 관찰예능은 차별화된 아이템의 외연을 확장하지 못한 탓이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찰 예능의 정체기를 벗어나기 위해 제작진은 좀 더 자극적인 소재나 아이템을 구상하거나 화제성을 갖춘 출연자 섭외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시청자들은 관찰 예능마다 기대했던 ‘리얼함’보다 기시감이 드는 비슷한 설정을 접하면서 흥미가 떨어지고,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관찰 예능의 보루였던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퇴색하는 흐름에서 과연 언제쯤 딜레마를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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