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으로 고용시장 악화? 공포심 부추기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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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시행 전후 보도 보니, "과도한 규제" 아전인수격 해석 난무
민주언론시민연합 “보완할 내용 먼저 짚고, 왜곡된 내용 바로잡아야”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를 전하며 기업입장 대변한 신문기사 제목(2021/11/18)©민주언론시민연합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를 전하며 기업입장 대변한 신문기사 제목(2021/11/18)©민주언론시민연합

[PD저널=장세인 기자] 지난 1월 1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을 두고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으며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21년 11월 17일부터 지난 1월 25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 2개 경제일간지, 7개 방송사의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보도를 살펴본 결과,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일부 언론이 채용시장 악화 우려를 키우며 법안의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3일 민언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경제>의 기업 대변 보도가 두드러졌는데, <한국경제>는 기자가 쓴 취재수첩 <채용문화까지 바꾸는 중대재해법>(2021년 12월 1일)을 통해 “자칫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을 뽑았다가 재해로 이어질 경우 CEO가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 기업들이 채용문턱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12월 7일에는 지면 1면과 3면을 할애해 <“건강검진 재검만 나와도 채용 안한다”>, <“심혈관계 질환 의심 땐 안뽑아”...채용 문턱 더 높이는 중대재해법>, <기저질환 직원은 야간근무서 배제...재직자 관리도 ‘비상’>, <“법 시행 후 헌재·대법 판단 대상될 것” 현직판사도 문제 있다는 중대재해법> 등의 기사를 실으며 “중대재해법이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채용시장 문턱을 더 높이는 쪽으로 작용”하고 “형사처벌 등 과도한 규제 탓에 기업들이 공포 느낀다”고 보도했다.

고용노동부는 같은 날 반박자료를 내며 “질병의 원인이 업무로 인한 것인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종사자에 대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다했다면 중대재해법에 따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바로잡았다. 

하지만 MBC <뉴스데스크>의 팩트체크 코너 <[알고보니] 중대재해법 때문에 몸 아프면 안 뽑는다?>(12월 8일)만 왜곡 보도를 바로잡았을 뿐, 채널A의 <“60 넘으면 다칠까봐 안 써” 인력시장 불똥>(1월 24일) 등 여전히 경영계 우려만 부각하는 보도가 이어졌다.

일부 언론은 고용노동부가 지난 11월 17일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를 보도하면서도 경영계 입장만 받아썼다.

<조선일보>는 <“안전 담당하는 임원 있어도 중대재해 땐 대표도 처벌”>(11월 17일), <동아일보>는 <“중대재해처벌법 정비하고 스마트 안전기술 확대해야”>(11월 19일), <매일경제>는 <안전담당 임원 권한없으면 CEO가 중대재해법 책임>(11월 17일) 기사를 통해 과잉 입법이라는 입장에 무게를 실었다.

민언련은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전체 산업재해 80%가량이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지만 그마저도 적용이 유예돼 법 실효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짚으면서 “(해당 보도는) 노동계의 우려에 대해선 한마디도 없다. 중대재해법 제정 취지와 달리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워진 점을 외면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경영계 입장만 받아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에 따르면 플랫폼노동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현장실습생 등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종사자가 5인 이상이어도 상시근로자가 5인 미만이라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민언련은 “중대재해법 시행을 코앞에 앞두고도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로 인한 노동자 실종과 죽음, 포항제철소 용역업체 노동자 사망사고 등 노동자 희생 사고는 연이어 일어났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앞날을 걱정하는 건 기업만이 아니다. 노동자 안전을 보장하고 생명을 지키기 위한 중대재해법 취지를 외면한 채 기업 입장을 충실히 전하는 언론 보도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노동자 희생이 잇따르는 현실에서 기업 걱정보다 중대재해법 취지와 보완할 내용을 먼저 짚고, 왜곡된 내용을 바로잡아주는 게 언론의 제대로 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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