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항의 이후 '시사특공대' 진행자 교체…SBS "공정성 훼손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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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항의 이후 '시사특공대' 진행자 교체…SBS "공정성 훼손 때문"   
이재익 PD '이 카드 저 카드 막고' 노랫말에 "이런 사람 대통령 뽑으면 안 된다" 논평
민주당 "이재명 후보로 인식할 수 있는 내용...선거법 저촉" SBS에 항의
SBS 노조, 공정방송협의회 소집 요구...PD연합회 "정치권 항의에 굴복한 ‘과잉 조치’" 비판
SBS "하차 결정, 민주당 항의 때문 아니야...공정성·객관성 원칙 훼손 판단"
  • 박수선 기자
  • 승인 2022.02.07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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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방송 내용과 관련해 민주당의 항의가 들어온 이후 진행자가 교체된 '시사특공대'.
지난 4일 방송 내용과 관련해 민주당의 항의가 들어온 이후 진행자가 교체된 '시사특공대'.

[PD저널=박수선 기자] SBS가 <시사특공대> 방송 내용에 대해 민주당으로부터 항의가 들어온 이후 진행자 교체 결정을 내려 과잉 조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SBS는 “이재명 후보 측 항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진행자 하차 결정은 공정성과 객관성이 훼손됐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방송 말미에 "지금까지 감사했다"고 청취자들에게 작별인사를 전한 이재익 PD는 자신의 블로그에 민주당의 항의 때문에 인사 조치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재익 PD는 지난 4일 방송에서 DJ 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 노래를 튼 뒤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 가사를 언급하면서 대선 후보와 관련한 논평을 내놨다. 
 
이 PD는 “의미심장한 가사”라면서 “이런 사람 대통령으로 뽑으면 안 된다”라는 견해를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중에 누구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 방송에서 누구라고 하면 안 된다. 그러면 이 방송 없어진다”고 후보의 실명을 언급하진 않았다. 
  
민주당 측은 7일 “이 후보로 인식할 수 있는 내용으로 선거법에 저촉되는 발언”이라는 해석을 내놓으며 SBS에 항의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재명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지목하면서 낙선운동을 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재익 PD는 지난 6일 자신의 블로그에 “의도했던 방향은 ‘내로남불’”이었다며 “특정 후보 이름을 언급하거나 힌트를 준 것도 아니고, 내로남불은 제가 평소 방송에서 자주 분개했던 악습이고 네 후보 모두 소리 높여 비판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노래를 틀고 선곡의 의미를 자유롭게 해석하라고 청취자들에게 맡기는 방식도 수없이 했던 방식”이라고 적었다. 

이 PD는 “말과 선곡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미리 살피고 조심하지 못했다”고 사과하면서 “진행자 자리에서도 물러나는 걸로 회사의 조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재익 PD 하차 결정에 <시사특공대> 게시판에는 "하차를 철회하라" ‘잭디’(이재익 DJ의 애칭)를 돌려달라"는 항의성 글이 쇄도하고 있다. 이재익 PD 후임으로는 박연미 경제전문기자가 발탁돼 7일부터 진행을 맡았다. 

프로그램 하차 조치를 받은 이재익 PD가 지난 4일 '시사특공대'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프로그램 하차 조치를 받은 이재익 PD가 지난 4일 '시사특공대'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SBS노조는 노사 대표가 참여하는 공정방송협의회를 개최해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다의적 표현이 날카롭고 따끔하게 느껴졌으면 부끄러워하고 반성부터 하는 게 정상이다. 언론사에 항의부터 하는 후진적 모습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민주당을 규탄했다. 아울러 “정치권의 항의가 있자마자 진행자 교체를 한 사측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얼토당토않은 정치권 항의, 부당한 압력을 맨 앞에서 막아서는 게 책임자와 사측 본연의 역할이자 공정방송을 지키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PD연합회도 성명을 내어 “민주당 관계자의 항의 전화는 방송 독립을 침해한 부당한 압력일 뿐 아니라, 어리석은 자해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뒤 “SBS가 정치권의 항의에 굴복해 ‘진행자 하차’라는 극단적 조치를 내린 것은 ‘과잉 조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하차 철회를 요구했다.

SBS는 라디오센터 명의로 낸 입장에서 "방송 내용에 대해 이재명 후보 캠프측의 항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런 항의는 종종 있는 일이고 이 때문에 이재익 PD가 하차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SBS는 시사프로그램에서 모든 이슈를 다룸에 있어 최우선적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정해두고 있다"며 "이재익 PD의 하차는 이 원칙이 훼손되었다고 판단해 결정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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