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만난 방송가에 몰려드는 새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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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실감형‧몰입형 콘텐츠’ 등 관심 증폭...정부도 지원 확대

티빙이 오는 11일 공개하는 AI 기술을 통해 구현한 '유재하 편'
티빙이 오는 11일 공개하는 AI 기술을 통해 구현한 '유재하 편'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메타버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대체불가토큰(NFT), 게임엔진, 딥페이크…. 방송가에 신기술이 화두다. MBC 등 다수의 방송사들이 콘텐츠를 활용해 디지털 자산인 NFT를 발행하고, 메터버스 등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콘텐츠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방송된 TV조선<부캐전성시대>에서는 ‘버추얼 아바타’라는 특수효과를 활용해 오디션을 진행했다. 작년 MBC<더 마스크드 탤런트>에서도 95명의 판정단이 가상세계에서 가면과 의상을 코스튬한 참가자들처럼 자신의 아바타를 꾸며 투표에 참여한 바 있다. ‘메타버스 빅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급변하는 기술환경 속에서 방송가에서는 가상과 현실을 잇는 시도를 곳곳에서 벌이고 있다. 

MBC는 가상현실(VR)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를 매년 제작 중이다. 시즌2까지 제작했고, 현재 시즌3를 준비 중이다. <너를 만났다>에서는 VR 기술로 구현해낸 가상세계에서 세상을 떠난 가족을 재회하는 모습을 그렸다. 엄마와 하늘나라로 간 딸의 재회 장면은 3083만회(2022년 2월 기준)를 기록했고, 다둥이 부부 고 성지혜 씨와 김정수 씨의 만남도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최미혜 작가는 <방송작가> 인터뷰에서 “대화를 AI로 하는 건 불가능한데 오디오 딥러닝을 통해 구현된 목소리는 기계음이다 보니 문장이 길어지면 그만큼 정확도가 떨어지는 등 한계가 많았다”라고 밝혔다.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정서적 측면을 놓치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부부의 스킨십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춤추는 씬을 만들어 스킨십을 표현했다”라고 덧붙였다. 

KBS는 지난해 11월 우주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키스 더 유니버스>에서는 증강현실 기술과 비디오 월을 활용했다.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원시 지구부터 화성 대지까지 시공을 초월하는 체험을 제공하는 ‘실감형 다큐멘터리쇼’를 표방했다. 프로그램의 프리젠터가 구현된 비디오 월의 그래픽에 맞춰 연기를 선보였다.

이밖에 KBS는 지난 2018년부터 과거 사건을 재현해야 하는 역사‧과학 다큐멘터리에서 실사와 같은 그래픽을 구현하는 ‘게임 엔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게임엔진은 실시간 그래픽 구현으로 빠르게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KBS 스페셜– 가야>, <다큐인사이트 –기초과학이 세상을 바꾼다>, <시민의 탄생> 등에서 실시간 엔진으로 만든 환경을 합성해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KBS '키스 더 유니버스' 방송화면.
KBS '키스 더 유니버스' 방송화면.

티빙 오리지널 <얼라이브>는 지난달 28일부터 세상을 떠난 뮤지션 임윤택과 유재하를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해 확장현실(XR) 무대에서 재현하는 음악 예능을 선보이고 있다. 울랄라세션의 고 임윤택이 8년 만에 멤버들과 무대에 서는 모습을 공개했다.

오는 11일 ‘유재하’ 편에서는 그의 옛 목소리를 복원해 신곡을 선보인다. 음성 및 페이스 복원과 딥페이크 기법 등 약 1년에 걸친 AI 복원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앞서 티빙은 지난해 <가상세계지만 스타가 되고 싶어>를 통해 6명의 스타가 가상세계에서 전혀 새로운 얼굴의 가상 인물로 분해 다른 플레이어의 정체를 맞춰가는 ‘메타버스 추리 서바이벌’을 선보인 바 있다. 페이스 에디팅을 통해 다른 얼굴을 하고 출연진의 정체를 밝히는 방식을 취했다. 

신기술과 콘텐츠의 접목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자칫 ‘시청자 소외’로 이어질 수 있다. 방송사와 비교해 제작여건이 자유로운 OTT에서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통해 몰입형 스토리를 실험하고 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시청자의 적극적인 스토리 개입을 유도해 게임과 같은 효과를 노린다.

넷플릭스는 드라마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2018)에서 주인공이 중요한 선택을 내리는 순간마다 시청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베어 그릴스의 오지 탐험을 담은 <당신과 자연의 대결>(2019)에서도 베어 그릴스가 처한 난관에서 택할 해결책을 시청자가 정한다. 그 선택에 따라 베어 그릴스는 순조롭게 오지를 탐험할 수도, 조난자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방송사와 OTT가 전방위적으로 신기술을 접목하는 배경은 채널이 아닌 콘텐츠별 경쟁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달 발표한 <2022 콘텐츠 전망보고서>에서 “사용자에게 특정 채널-브랜드가 요인이 되어 개별 콘텐츠를 선택하는 과정보다는 개별 콘텐츠가 개별 이용자의 니즈 또는 취향에 부합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방송사 및 브랜드를 고취하는 전략보다 콘텐츠별 세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VR 저널리즘’, ‘실감형‧몰입형 방송콘텐츠’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정부도 OTT 활성화 연장선으로 인공지능‧가상현실 등 신기술 융합형 콘텐츠 제작 지원을 올해 18억 원(지난해 4억 원)까지 대폭 늘린 만큼 방송계의 콘텐츠 실험이 어느 영역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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