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 언론 겁박 일지 ‘빼곡’…“누가 집권해도 민주주의 후퇴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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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양당 언론 겁박 일지 ‘빼곡’…“누가 집권해도 민주주의 후퇴 걱정"
지난 한달 간 민주당·국민의힘 언론사 항의방문·고발 등 16건
언론현업단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 열어 "부당한 압력 중단" 촉구
  • 장세인 기자
  • 승인 2022.02.08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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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6개 언론현업단체들이 8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PD저널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6개 언론현업단체들이 8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PD저널

[PD저널=장세인 기자] 한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 구도가 여전히 초박빙 양상을 보이면서 거대 양당의 보도 대응도 거칠어지고 있다. 

자당에 불리한 보도를 한 방송사를 항의방문해 실력행사에 나서는가 하면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한 고발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기자협회 등 언론현업단체들이 지난 1월 10일부터 2월 7일까지 대선후보 캠프의 언론사 압박 사례를 취합해봤더니 모두 16건에 달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겁박으로 볼 만한 정치권의 과잉 대응이 있었던 셈이다. 

국민의힘은 YTN과 MBC를 상대로 집중적인 압박을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월 13일 ‘돌발영상’의 편향성을 주장하며 YTN을 항의방문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엔 변상욱 <뉴스가 있는 저녁> 앵커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김건희 녹취록’을 최초로 공개한 <스트레이트>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낸 국민의힘은 신청 이튿날 MBC를 방문해 사장 면담까지 강행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윤석열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서울의 소리> 기자와 통화한 내용 보도에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검건희 녹취록’을 공개한 <스트레이트>, <서울의 소리> <열린공감TV> 소속 언론인과 관계자들이 허위사실공표와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을 당했다.
    
황상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언론전략기획단장은 기자협회와 JTBC 주최로 8일 열릴 예정이었던 4자 TV토론의 불참 이유를 “좌편향 때문”이라고 발언했다가 거센 항의를 받고 결국 사과했다. 지난 7일 JTBC <뉴스룸>의 오대영 앵커는 황상무 단장을 겨냥해 “대선전이 뜨거웠던 지난 석 달간, 이재명 후보와 관련해 70여 건의 '검증 보도'를 이어갔다. 윤석열 후보에 대한 검증 기사 등도 공교롭게, 70여 건 있었다”며 “도대체 무엇이 좌편향되었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대장동 특혜 의혹’ 보도 등에 강경 모드다.  

지난 1월 11일 대장동 재판 관련 기사 제목을 문제 삼아 수십개의 언론사를  중앙선거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난달 29일엔 '정영학 녹취록' 보도를 보류했다며 YTN을 항의방문했다. 

민주당은 <시사특공대> 진행자가 DJ 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의 ‘나에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 대목을 언급하면서 “이런 이런 사람 대통령으로 뽑으면 안 된다“라는 견해를 밝힌 게 선거법에 저촉된다며 SBS에 항의를 표했다. 

민주당의 항의를 받은 뒤 <시사특공대> 이재익 PD는 회사로부터 하차 조치를 받았다. SBS는 진행자 교체 이유에 대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훼손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6개 언론현업단체들이 공개한 대선후보 캠프의 언론사 압박 일지.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6개 언론현업단체들이 공개한 대선후보 캠프의 언론사 압박 일지.

거대 양당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언론인들도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8일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현업단체들은 국회 정문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거대 양당의 언론 겁박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사상최대 비호감 대선으로 불리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미래를 책임질 비전과 역량은 찾아볼 수 없고 대선후보와 캠프는 무분별한 네거티브를 마구 쏟아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전문성을 가진 언론인들의 정확한 검증과 취재보도가 중요한데, 그 역할을 했더니 정치적 유불리로 표를 계산해 언론인들에 대한 겁박과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면서 “자신을 비판하는 모든 언론을 가짜뉴스라고 공격했던 트럼프 따라하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신호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국민의힘에서 YTN에 ‘특정 후보에 대한 검증보도 비중이 더 높다, 앵커를 하차시켜라, 왜 PD들을 많이 투입하느냐’며 항의방문을 했는데 항의방문할 사항이 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끝나고 나가면서 ‘이러다 정들겠다. 나중에 소주한잔 하자’고 갔다. 민주당도 보도 나가지 않은 사항에 대해 왜 보도하지 않았냐며 항의하러 와서는 끝나고 의전이 부실하다며 갔다. 얼마나 부끄러운지 스스로도 잘 알 것”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선거방송심의위원회라는 시스템을 거쳐라. 다시는 항의 방문 형식으로 언론을 길들이려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대선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고 취재 보도하는 것은 민주국가라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언론의 책무이자, 시민 기본권 보장을 위한 필수적 기능이다. 대선 캠프와 정치세력이 언론을 부당하게 겁박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는 알 권리와 말할 권리를 제한해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불순한 표 계산에 다름 아니”라며 “지난 한 달의 사태는 어떤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향후 5년 동안 언론장악과 민주주의 후퇴를 걱정해야 할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양당의 언론 대응과 관련해 “과거에 비해 TV토론이 즐어들어 선거 정보의 원천인 언론 보도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도 하나하나가 유불리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당 후보의 당선이기 때문에, 어느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말이 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행위가 정당했느냐’는 스스로 평가하고, 사회적으로도 평가받아야 한다. 잊지 않기 위해서는 기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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