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학회 대선보도 점검 세미나, "여론조사 보도가 여론 형성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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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국언론학회 등이 주최한 ‘제20대 대선보도 점검’ 세미나 열려
“정책 검증 보도 실종...후보 사생활 등에 쏠린 대중 시선 사로잡기 위한 노력 병행 필요” 

8일 오후 유튜브로 생중계된 한국언론진흥재단·한국언론학회·제주언론학회 공동 주최 '제20대 대선보도 점검' 세미나 화면 갈무리.
8일 오후 유튜브로 생중계된 한국언론진흥재단·한국언론학회·제주언론학회 공동 주최 '제20대 대선보도 점검' 세미나 화면 갈무리.

[PD저널=손지인 기자] 하루에도 몇 개씩 쏟아지는 대선 여론조사 보도가 이번 대선 보도의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됐다. 

8일 한국언론진흥재단‧한국언론학회‧제주언론학회는 ‘제20대 대선보도 점검’ 세미나를 열고 대선 보도의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모색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20대 대통령선거 보도의 특징으로 △전략적 프레임에 입각한 선거 과정 묘사 △성별, 나이 등 사회 갈등에 높은 뉴스 가치 부여 △ 유명인 SNS 받아쓰기 등을 지적했다. 그 중에서도 김춘식 교수는 ‘여론조사에 의존한 경마 저널리즘’을 강조하며 “여론형성 과정을 왜곡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후보별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내임에도 후보별 수치를 순서대로 나열하거나 지지율 추세를 전하면서 조사별 조사기관, 조사의뢰자, 조사일시, 조사방식 등을 미표기한 사례가 다수다. 또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것에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음에도 관심을 안 갖는다”며 “여론조사 뉴스는 유권자의 인식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유권자가 갖고 있는 정치적 성향 등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언론사 입장에서는 뽑아먹을 데로 뽑아 먹을 수 있는 여론조사만큼 가성비 좋은 게 없다. 정치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현재 여론조사는 여론 형성을 위해 만들어내는 게 많다. 이는 심각하게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왜곡한다. 여론조사를 띄워서 취재 출발점으로 삼고, 정치인의 행동을 바꿔 ‘7자 공약’ 등 단기적인 반응을 보이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교수는 여론조사 개선 방향으로 “여론조사 공표 기준을 높이는 방식과 대안적인 지표를 개발하는 방식"을 제안하면서 "유권자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요구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정치를 움직일 수 있는 텀이 긴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책 검증 보도가 부재하다는 지적은 공통적으로 나왔다.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선거 과정에서 언론은 늘 후보에만 집중하고 시민들은 주변화 시킨다. 정책 보도를 할 때조차도 유권자의 요구로부터 정책 의제를 도출하기보다는 후보들이 유세하고 활동하면서 쏟아내는 파편화된 공약들을 단순 전달하기만 한다. 유권자의 눈높이에서 의미가 해석되고 정책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보도를 찾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박영흠 교수는 “KBS와 <한겨레> 등은 유권자들로부터 출발해서 정책을 검증하는 기획보고를 내놨지만 포털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며 “언론의 주요 소비층이 한국 사회의 주요 의제에 관심 갖게 하기 위한 고민을 함께 해야 더 좋은 대선 보도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희 교수는 “저도 유튜브에서 정책을 비교하는 코너를 만들어서 해보니까 PD가 ‘그 이야기를 시작하니 2백 명이 빠졌다’고 하더라"며 “심층적인 기사 등은 현재 포털 환경에서 발견 가능성이 떨어진다. 결국 좀 더 질 높은 보도들을 대중적으로 만들기 위한 실험을 지원하는 등 발견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8일 오후 유튜브로 생중계된 한국언론진흥재단·한국언론학회·제주언론학회 공동 주최 '제20대 대선보도 점검' 세미나 화면 갈무리.
8일 오후 유튜브로 생중계된 한국언론진흥재단·한국언론학회·제주언론학회 공동 주최 '제20대 대선보도 점검' 세미나 화면 갈무리.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심판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모습을 보이는 보도를 지적하며  “이번 대선 보도에서도 대표적으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지속적으로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여러 칼럼들을 내고 있다”며 “여러 선거 보도의 문제를 개선한다고 하더라도 언론 스스로의 본질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신뢰를 찾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서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작년 11월 5일부터 지난 1월 17일까지 <강원일보>, <경남신문>, <경인일보> 등 10개 지역일간지 보도를 분석한 결과 “대선 후보들의 지역에 대한 공약 등을 일부 언급하는 것은 있었지만 세부적인 정책 내용, 정책 타당성 논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민의힘 당내 갈등, 후보자 리스크 등을 좀 더 비중있게 다루고 있었다”며 “중앙언론 중심으로 논의됐던 여러 가지 대선 보도 경향이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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