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넷플릭스 첫 오리지널 '릴리해머'가 쏘아올린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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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OTT 세상 10] 2012년 노르웨이 드라마 '릴리해머', 넷플릭스 첫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
OTT 콘텐츠 정책 전형이 된 오리지널 제작...10년 만에 '상전벽해'

넷플릭스 2022 라인업
넷플릭스 2022 한국 콘텐츠 라인업.

[PD저널=유건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 지난 2월 6일은 넷플릭스의 첫 오리지널 <릴리해머>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지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불과 10년 만에 TV 드라마 시장은 전통의 방송사에서 OTT 플랫폼으로 힘의 역학 관계가 이동하고 있는데, 그 단초가 바로 <릴리해머>다.

<릴리해머>는 2012년 1월 25일부터 3월 14일까지 노르웨이 NRK1에서 처음 방영된 범죄 코미디 드라마다. 내용은 뉴욕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 프랭크 태글리아노가 마피아에 대한 불리한 증언을 한 이후 노르웨이 릴리해머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첫 방송 시청률이 노르웨이 인구의 20%인 100만 명이 시청할 정도로 기록적인 시청률을 보였다.

넷플릭스는 <릴리해머> 주인공이자 작가·연출·총괄 프로듀서인 스티븐 반 잔트와 시즌1 판권과 시즌2를 제작하는 계약을 하고 2월 6일부터 미국, 캐나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8편을 동시에 공개했다. 넷플릭스의 공동 CEO인 테드 사란도스도 이 일화를 넷플릭스 뉴스룸에 소개했다.

<릴리해머>는 이후 넷플릭스 콘텐츠 정책의 전형이 되었다. 로컬의 스토리를 로컬에서 제작하고, 시즌을 한 번에 공개하며 다양한 언어로 글로벌에서 서비스하는 정책이다. 작품이 좋으면 시즌 2개 정도를 한 번에 계약한다.

<릴리해머> 이후의 첫 번째 변화는 로컬 스토리의  글로벌 시장 유통이다. 넷플릭스가 로컬에서 만든 주요 작품은 멕시코의 <검은 욕망>과 <누가 사라를 죽였을까>, 스페인 <종이의 집>, 덴마크 <더 체스트넛 맨> ·<레인>, 독일의 <다크>·<바바리안>, 프랑스의 <뤼팽>, 인도 <신성한 게임>, 한국의 <킹덤> <오징어 게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이 있다. 

특히 한국에서 만든 작품의 성과가 좋다. <오징어 게임>, <지옥>에 이어 <지금 우리 학교는>이 넷플릭스 TV쇼 중에서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0년 전 넷플릭스가 첫 오리지널 콘텐츠로 선보인 '릴리해머'
10년 전 넷플릭스가 첫 오리지널 콘텐츠로 선보인 '릴리해머'

글로벌 OTT들은 넷플릭스의 성공을 벤치마킹해 한국에서 다양한 TV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유튜브의 <탑 매니지먼트>(2018년 10월), 애플TV+의 <Dr. 브레인>(2021년 11월), 디즈니+ <너와 나의 경찰수업>(2022년 1월) 등이다. 국내 OTT도 이러한 정책을 따라하고 있으며 , 티빙의 <술꾼 도시 여자들>(2021년 10월)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 변화는 미디어 기업의 OTT 서비스 집중 전략이다. 넷플릭스 가입자는 2011년 말 2160만 명에서 2021년 말 2억 2184만 명으로 10년만에 거의 2억 명이 증가했다. 이에 디즈니+, HBO 맥스, 파라마운트+, 피콕 등 전통 미디어 기업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넷플릭스에 공급하던 콘텐츠를 중단하고 직접 OTT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 번째 변화는 콘텐츠 제작 방식이다. 미국의 네트워트는 신규 드라마를 제작할 때 파일럿을 만들고, 반응이 좋으면 시즌으로 들어가는 것이 관행이다. OTT 오리지널의 경우 파일럿을 제작하지 않고 바로 시즌 전체를 만들어 한 번에 공개하거나 일주일에 하나씩 공개하는 형태로 변화했다.

네 번째는 글로벌 동시 유통이다. 올드 미디어는 해당 국가의 수직 계열 회사에서만 방송하고, 순차적으로 해외 판매와 국내 판매하는 순서를 거쳤다. 이제 글로벌 OTT가 전 세계에 서비스하면서 이러한 정책이 바뀌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194개 국가에서 동시에 1등을 할 수 있는 것은 1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 국내 OTT도 글로벌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자막이나 더빙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각종 시상식의 풍경을 바꾸어 놓았다. 미국 에미상이나 아카데미상에서 전통적인 미디어의 기업보다 OTT 업체의 경쟁력이 더 높아졌다. 제73회 프라임타임에미상(2021년 9월 19일)의 경우 넷플릭스는 10개 부문에서 수상해 전통의 강호 HBO(6개)보다 더 많았다. 애플TV+는 4개, HBO 맥스는 3개의 상을 가져갔다. 

오는 3월 27일에 열리는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에 넷플릭스의 <파워 오브 도그>가 12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아마존 프라임의 <리카르도 가족으로 산다는 것>, 넷플릭스 <파워 오브 도그>와 <틱, 틱… 붐!>, HBO 맥스 <킹 리차드>, 애플TV+ <맥베스의 비극> 모두 OTT 오리지널이다.

<릴리해머>가 바꾼 이러한 변화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올해에도 국내에서 글로벌 OTT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국내 OTT의 생존을 위한 적절한 대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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