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짧아지는 극사실주의 웹예능, 소구력 더 커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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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박스’, ‘너덜트’ 등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콘텐츠 유튜브서 화제
점점 짧아지는 영상에 “자극성만 남을 우려 있어” 지적도

유튜브 채널 '숏박스' 화면 갈무리.
유튜브 채널 '숏박스' 영상 화면 갈무리.

[PD저널=손지인 기자]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 웹예능이 이용자들의 공감대를 얻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실감 나는 내용과 3분 내외의 숏폼 형식이 소구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KBS 공채 개그맨 출신인 김원훈·조진세 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숏박스>는 11년차 커플의 데이트를 실감 나게 묘사한 콘텐츠로 온라인에서 화제몰이를 했다. 장기 연애 커플이 식사를 하며 무미건조한 대화를 나누는 해당 영상은 16일 기준 조회 수 506만 회를 넘어설 만큼 반응이 뜨겁다. 댓글에는 “10년 사귄 남자친구가 있는데 공감되는 포인트가 너무 많다”, “현실 그대로를 재현한 것 같아서 몰입해서 봤다” 등의 반응이 연잇는 중이다. 

운영자가 영상 제작 일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너덜트>도 아내의 부탁으로 중고거래를 하러 나온 남편들의 모습, 여자친구의 옷을 골라주는 남자친구 등을 묘사하며 ‘내 모습을 보는 줄 알았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픽고>도 ‘인간미 없는 사람 특징’, ‘낯가리는 사람 특징’ 등 사람들의 성격 유형별 일상 모습을 연기한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현실고증’ 콘텐츠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자극적인 연출을 자제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사실감 있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위 채널들의 영상 댓글에서도 “요즘 선정적이고 짜고 치는 영상들이 너무 많아 짜증났는데 단비 같은 채널이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다” 등 과한 연출이 들어간 콘텐츠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반응을 쉽게 볼 수 있다.

류웅재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최근 SNS나 유튜브 이용자들 사이에서 지나친 연출, 과장된 이미지에 대한 비판과 거부감이 나타나고 있다. (자극적인 콘텐츠에 대한 반대급부로) 평범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사실주의적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는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누렸던 소소한 일상들을 그리워하는 열망도 이러한 콘텐츠들의 인기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고증' 콘텐츠가 대세 웹예능으로 자리잡은 지 꽤 됐지만, 최근에는 콘텐츠 길이가 더욱 짧아지고 있다.  

중년 남성들의 산악회 이야기를 담은 <피식대학>, 중소기업 신입사원의 직장 생활 적응기를 그린 <좋좋소> 등 사실감  넘치는 내용으로 호응을 얻는 콘텐츠들은 15분 내외 였다. <숏박스>, <너덜트>는 대부분 3분 안팎이고, 유튜브 ‘쇼츠’를 활용해 하이퍼리얼리즘 뮤지컬을 선보이는 <1분 뮤지컬>은 채널 이름처럼 모든 영상이 1분을 넘지 않는다. 

유튜브 채널 '너덜트' 영상 화면 갈무리.
유튜브 채널 '너덜트' 영상 화면 갈무리.

일상을 재치있게 묘사한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담는 데 '숏품' 형식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헌식 평론가는 “최근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의 인기는 짧은 콘텐츠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짧고 압축적으로 내용을 전달했기에 더 공감을 얻고 파급력이 있었던 것이지, 만약 이를 한두 시간 보여줬다면 과연 소구력이 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만약 내용이 길어지면 하이퍼리얼리즘을 다루기 어렵다. 또 다른 극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며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의 정수와 짧은 콘텐츠 형식이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미드폼이나 롱폼의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는 리얼함을 담긴 하더라도 사람들이 진입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며 “결국 유튜브 환경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빠르게 받을 수 있는 ‘숏폼’으로 콘텐츠들이 집중되고, 이러한 콘텐츠들이 성공을 거두면서 짧은 길이의 영상이 유행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2016년에 출시된 ‘틱톡’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뒤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 1분 내외의 콘텐츠들은 이미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다. ‘숏폼’ 콘텐츠의 유행은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긴 영상을 보기 힘든 시대상이 투영된 결과지만, 숏폼 일변도의 흐름은 다시 자극적인 콘텐츠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숏폼 콘텐츠 자체가 눈길이 머무는 10초 내외에 장사를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정적인 시선 끌기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유튜브 속 ‘현실고증’ 콘텐츠들도 점점 짧아지다보면 자극적인 쪽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연출을 해야 하는 것이고, 이를 소비자들이 깨닫게 되는 순간 염증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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