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피로감 호소하는 MZ세대 '블로그 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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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기식 SNS 게시물 벗어나 일상 기록용으로 활용
“SNS 반발 심리로 피로감 덜한 공간 찾으려는 움직임 이어질 것”

지난해 6월 네이버TV 채널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20대 대학생 은지의 하루' 화면 갈무리.
지난해 6월 네이버TV 채널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20대 대학생 은지의 하루' 화면 갈무리.

[PD저널=손지인 기자] 지는 해인 줄만 알았던 블로그가 MZ세대 사이에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개방형 SNS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이 연결성이 느슨한 블로그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부터 블로그를 시작했다는 20대 A씨는 “그 날 그 날 드는 생각들을 기록하려고 시작했다"며 "평소 인스타그램은 보여주기식의 게시물이 많아 피로하게 느껴지고는 했다. 또 인스타그램은 연락처 연동이 돼서 주변 사람들한테 내 게시물이 노출되기 쉽다”고 블로그 개설 이유를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블로그는 그런 기능이 없다보니 주위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느낀 그대로를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어 좋다. 계속 (블로그를) 운영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실제 MZ세대 블로거는 늘고 있다. 지난해 말 네이버가 공개한 ‘2021 블로그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새롭게 생성된 블로그는 약 200만 개로, 전체 블로그 수가 3000만개를 넘어섰다. 새롭게 생성된 블로그 콘텐츠 수는 전년 대비 약 50% 이상 증가한 3억 개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전체 네이버 블로거의 약 70%가 MZ세대라는 것이다. 특히 10대와 20대 사용자는 전체의 44%에 달했다. 

지난해 말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최근 일주일 내 SNS를 이용한 전국 만 15~25세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Z세대의 주요 소셜 미디어 플랫폼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중 31.2%가 일주일에 1회 이상 네이버 블로그 게시글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피드 게시 비율(24.4%)보다 높은 수치였다. 

광고성 포스팅보다 기록용으로 블로그를 활용하는 20대 이용자들도 적지 않다. 

몇 년 전부터 블로그를 운영 중인 20대 B씨는 “읽은 책들에 대한 감상평을 솔직하게 쓰고 싶어서, 또 이를 하나씩 쌓아가고 싶어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됐다”며 “블로그는 내가 느낀 감정들을 남들이 어떻게 볼지 생각하지 않고 표현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보여주기식 SNS에 대한 거부감이 MZ세대의 블로그 '망명'을 불렀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공훈 대중문화평론가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기본적으로 ‘자랑’을 위한 소셜 미디어다. 남에게 어떻게 잘 보여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른바 ‘좋아요’로 대표되는 상호작용성의 특성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대인관계, 사회생활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여진다. 오프라인의 인간관계가 온라인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피로가 심화된다"고 지적했다. 

류웅재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자신의 일상을 과시하듯 보여주는 ‘좋아요’ 문화와 이미지를 과잉 소비하는 영상 위주의 미디어보다, 자신의 일상과 관심사를 진실되고 담백하게 기록으로 남기는 블로그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SNS의 부정적인 영향에 주목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021년 <마케팅논집>에 실린 ‘SNS에 대한 부정적 감정의 영향요인과 결과요인에 관한 연구’는 이용자들의 감정이 SNS 중단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논문이다.  

장영혜 계명문화대 산학협력단 교수는 논문에서 "SNS 이용자 572명을 조사한 결과 프라이버스 염려가 SNS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가장 증가시키는 요인이었다”며 “SNS 사용을 위한 매몰비용, 소외감 등 부정적 감정도 중단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적지 않은 이용자들이 SNS 부계정을 비공개로 운영하는 것인데, 일부는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SNS 중단까지 고려한다는 뜻이다. 

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 대표는 “SNS 이용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원래부터 갖고 있는 정보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결국 SNS로부터 느끼는 피로감에 대한 반발 심리로 비교적 피로감이 덜한, 또 정보 중심의 대안적 공간을 찾으려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일단은 블로그 같은 곳에 손이 쉽게 가는 모습이다. 앞으로도 SNS의 대안 공간을 찾으려는 이용자들의 탐색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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