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시사특공대’ 선거방송 심의규정 위반으로 ‘행정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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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방송심의위,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 노랫말에 “이런 사람 대통령 뽑으면 안 된다” 논평에 '권고'
다수 위원 “풍자 넘어선 특정 후보 낙선 위한 발언”..."이 정도 풍자는 받아들여야" 의견도

지난 4일 방송 내용과 관련해 민주당의 항의가 들어온 이후 진행자가 교체된 '시사특공대'.
지난 4일 방송 내용과 관련해 민주당의 항의가 들어온 이후 진행자가 교체된 '시사특공대'.

[PD저널=손지인 기자]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위)가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라는 가사를 소개하며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안 된다”고 논평한 SBS <시사특공대>에 진행자가 할 수 있는 발언의 수준을 넘어섰다며 행정지도인 ‘권고’를 내렸다.  

선방위는 25일 회의를 열고 SBS <이재익의 시사특공대>(2022년 2월 3일, 4일 방송분)이 ‘시사정보프로그램에서의 진행은 형평성·균형성·공정성을 유지하여야 하며, 진행자 또는 출연자는 특정 정당·후보자 등을 조롱 또는 희화화해서는 안 된다’는 선거방송심의 특별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민원인은 진행자가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 관련 논란 등을 암시하는 발언 및 선곡을 하며 이 후보에게 불공정한 방송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진행자였던 이재익 PD는 지난 4일 방송에서 첫 곡으로 DJ 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 노래를 튼 뒤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라는 가사 일부를 소개하며 “의미심장한 가사”, “이런 사람 대통령으로 뽑으면 안 된다”는 등의 견해를 덧붙였다. 

지난 6일 이 PD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민주당 항의로 하차 조치를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외압 논란이 확산됐다. “의도했던 방향은 ‘내로남불’”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은 “선거법에 저촉되는 발언”이라며 SBS에 항의한 사실을 인정했고, SBS도 공식 입장을 내고 ‘공정성 훼손’으로 진행자를 교체했다고 밝혔다.

이날 다수의 위원은 시사정보 프로그램의 진행자로서는 해서는 안 될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위원들은 법정제재인 ‘주의’ 의견까지 냈지만 제재 수준 합의를 위해 의견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이미 이 PD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점이 고려되며 행정지도인 ‘권고’가 결정됐다.

정일윤 위원은 “선거방송심의를 시작한 이후에 공중파에서 제기된 안건 중 가장 심각한 사안인 것 같다. 시사성 오락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특정 후보의 낙선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회사 차원에서 진행자를 하차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게 저의 추측”이라고 말했다.

김언경 위원은 “방송 이후에 일어난 논란까지 감안해서 심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이 방송이 적절한가만 놓고 봤는데 좀 심각한 수준이었다”며 “다른 것들은 다 풍자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DJ DOC의 노래를 틀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라는 가사를 소개하면서 이런 대통령을 뽑으면 되겠느냐 안 되겠느냐 라고 하는 것은 내용 하나만을 가지고 (특정 후보를) 찍지 말라고 지시하듯이 말한 것이다. ‘주의’ 정도의 징계를 받을만한 방송”이라고 비판했다.

박동순 부위원장은 “풍자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마지막 발언에서 ‘이런 사람 뽑으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과했다. 진행자가 방송에서 직접적으로 할 멘트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반복되어서는 안 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SBS 기자 출신인 박수택 위원은 “결과적으로 이 PD는 하차했고, 불편함을 느낀 쪽에서 방송사에 문제제기를 했다는 것은 심각하게 짚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진영을 가리지 말고 이런 정도의 방송 내용은 풍자로 받아들여줄 수 있는 아량을 가져주면 어떻겠나 싶다”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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