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워 외면한 '위안부' 이야기, 공감대부터 쌓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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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래세대에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 전한 KBS대구 3·1절 특집 다큐 ‘박필근 프로젝트’
이형일 PD “'위안부' 역사, 미래세대에 제대로 알리고 싶어"

1일 KBS1TV에서 방송된 '박필근 프로젝트' 방송화면 갈무리.
1일 KBS1TV에서 방송된 '박필근 프로젝트' 방송화면 갈무리.

[PD저널=장세인 기자] “박필근 할머니는 다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만큼 많이 알려지지 않았어요. 평범한 삶 속에서 가족애를 통해 삶의 고비들을 이겨내는 과정을 보면 한국인과 일본인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1일 전국에 방영된 KBS대구방송총국의 3·1절 특집 다큐 <박필근 프로젝트>는 경상북도에서 유일하게 생존해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박필근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았다. 프로그램 제목인 '박필근 프로젝트'는 1943년 16세의 나이에 위안부로 끌려간 박필근 할머니의 사연을 일본의 청년들에게 알리기 위해 시작됐다.

이형일 PD는 4년 전 <박필근 프로젝트>의 김은주 작가를 통해 박필근 할머니를 만난 뒤 일본의 미래세대에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이형일 PD는 2일 통화에서 “삼일절, 광복절이 되면 역사적 사실을 우리끼리 다시 꺼내지만, 일본의 미래세대에게 알려서 같이 공감하고 대화할 수 있는 시작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르치기보다는 음악과 그림동화를 이용해 쉽게 다가가고 공감할 수 있도록 문화적 콘텐츠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위안소'에서 탈출한 박필근 할머니는 광복 후에도 힘겨운 삶을 살았다. 남편을 일찍 떠나보내고 7명의 자식 중 5명을 먼저 보냈다. 남은 두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손마디의 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일을 했다. 할머니의 아픔은 고스란히 담아내면서도, 일본 학생들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전달하는 것이 ‘박필근 프로젝트’의 목표였다.

프로젝트는 세 갈래로 진행됐다. 박필근 할머니 삶을 담은 노래 <민들레 아리랑>과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의 '위안부' 강의, 할머니의 이야기가 투영된 그림동화 <월평리에 봄이 오면>이 15분짜리 영상에 담겨 일본 대학생들 앞에서 공개됐다. <민들레 아리랑>과 <월평리에 봄이 오면>은 모두 박필근 할머니를 '민들레 씨앗'에 비유한 작품이다. 

<월평리에 봄이 오면>을 그린 윤은경 동화작가는 “혼자 겪는 일이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어디든 있는 민들레를, 우리는 쓱 보고 지나가지만 앞으로 민들레를 보며 한번쯤 이 이야기를 생각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는 재일교포 3세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씨의 일본어 나레이션을 입힌 영상을 일본 시민단체 ‘희망의 씨앗 기금’의 도움을 받아 한자리에 모인 일본 대학생들이 감상하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1일 KBS1TV에서 방송된 '박필근 프로젝트' 방송화면 갈무리.
1일 KBS1TV에서 방송된 '박필근 프로젝트' 방송화면 갈무리.

방송에서 영상을 본 일본 대학생들은 "살아계신 분들이 있을 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50년 후에 다시 '일본은 사죄해라'라는 말을 들으면 '또 저런 말을 하고 있네'라는 기분이 들 것 같다. 하나의 슬픈 역사로써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일본에서도 만들어져야 한다", "뉴스에서 강제징용 문제나 '위안부' 문제 얘기가 나오면 한국이 돈이 필요해서 저러나 싶었다. 영상을 보고 절망감이 느껴졌고 앞으로 이런 역사에 대해 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의 감상평을 남겼다. 

삼일절 특집 다큐로 준비한 프로그램이지만, <박필근 프로젝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형일 PD는 "‘박필근 프로젝트2-일본에 가다’ 편을 기획해 그림동화책을 일본에서 직접 출간하는 계획을 구성하고 있다"며 "일본인으로 구성된 공연팀과 연합해 다양한 포맷의 소극장 공연을 하는 등 여러 문화 협력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필근 프로젝트>의 메시지는 '위안부'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한국인에게도 향한다. 

일본 대학생들이 시청한 '박필근 프로젝트' 영상은 2주 내로 KBS대구 유튜브 채널에 한국어 자막을 붙여 올라올 예정이다. 이형일 PD는 호사카 유지 교수에게 '위안부'를 주제로 한 유튜브 채널 개설도 제안한 상태다.   

이 PD는 “저를 포함한 한국인들 중에서도 일본이 ‘위안부’를 만들기 시작한 때가 1937년 중일전쟁 이후라는 사실 등 ‘위안부’ 관련 역사에 대해 생각보다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그동안 너무 피해에만 중심을 둬, 알수록 마음이 무거워지고 외면한다. 그리고 외면했다는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으로 회피하는 게 반복된다"면서 "피해자 중 생존자는 12명 남으셨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운동이라면 피해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양국이 공감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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